민간 달착륙선
최초의 주인공은 누구

미국 페러그린·노바-C, 일본의 하쿠토-R
민간 달 착륙선 1호 자리 놓고 치열한 경쟁
올 4월이면 최종 결과 나와

지난 25일 미국 피츠버그의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가 이 회사가 만든 달 착륙선 페러그린(Peregrine)의 최종 테스트가 끝났다고 발표하면서, 민간 착륙선들 간에 먼저 달에 도착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했다. 지금까지 달표면에 유인ㆍ무인 착륙선을 안착(安着)시킨 나라는 미국ㆍ러시아ㆍ중국뿐이다. 하지만 1960~1970년대 미국의 아폴로 프로그램부터 현재 달의 뒷면에서 탐사 활동을 하는 중국의 유투((玉兎) 2 로버에 이르기까지 달 착륙 미션의 주체는 정부였다. 2019년 2월 이스라엘 기업 스페이스IL이 쏜 민간 달 착륙선 베레시트(‘창세기’라는 뜻)가 최초의 민간 달 착륙을 노렸지만, 불시착했다. 


이번에 민간 착륙선 경쟁의 불을 댕긴 것은 일본의 아이스페이스(ispace) 사가 발사한 하쿠토-R 미션 1호였다.  하쿠토-R 미션 1호는 팰컨 9 로켓에 실려 작년 12월11일 발사됐다. 그러나 먼저 출발했다고 해서, 제일 먼저 도착하는 것은 아니다. 하쿠토-R 미션 1호는 적은 양의 연료로 많은 화물을 이송하기 위해, 지구와 태양의 중력 도움을 받는 장거리 궤적을 택했기 때문이다.

 

 

하쿠토-R 미션 1호는 1월20일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140만㎞를 지나, 이제서야 지구와 달 궤도 사이로 들어오는 길에 접어들었다. 아폴로 프로그램처럼 지구에서 달까지 바로 가면 6일이면 도착한다. 그러나 이렇게 가면, 달 궤도에 진입하는 착륙선이 감속(減速)하기 위해 역추진 로켓을 점화해야 한다. 그만큼 연료가 더 들어간다. 하쿠토-R이 날아가는 사이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스타트업인 인튜이티브 머신(Intuitive Machines)이 만든 착륙선 노바(Nova)-C도 출발 준비를 갖추고 있다. 3월 발사 예정인 노바-C의 구체적인 발사 일자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 착륙선은 달까지 가는 데 6일이 걸리는 최단 코스를 택했다. 결국 하쿠토-R 미션1호와 노바-C, 페러그린 중에서 어느 것이 민간 달 착륙선 1호의 영예를 차지하느냐는 4월이 돼야 드러날 전망이다.

 

불시착한 ‘베레시트’를 만든 이스라엘의 스페이스IL과 이번에 착륙선을 보내는 기업들은 사실 서로 모르는 사이가 아니다. 일부는 2007년 구글의 X프라이즈(XPRIZE) 재단이 2000만 달러를 내걸었던 민간 달 착륙선 경연대회에 참가했었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25년 우주인들을 달에 복귀시키기 전에, 민간 우주선으로 과학 기구들과 장비를 먼저 달에 보내는 프로그램인 ‘민간 달 화물 서비스(CLPSㆍCommercial Lunar Payload Services)’에도 서로 연결돼 있다.

 

2개의 달 로버가 실린 하쿠토-R 미션 1호 
일본 아이스페이스 사의 달 착륙선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가 제작한 10㎏짜리 라시드 로버,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일본 장난감 회사가 공동 제작한 0.25㎏에 지름 8㎝인 구형(球形) 로버인 소라-Q, 캐나다 기업이 제작한 360도 카메라 등 모두 6개의 화물이 실렸다.  

 

 

하쿠토-R 착륙선에서 4개의 랜딩 기어를 제외한, 8각면체 본체의 높이와 대각선 길이는 각각 1.6m다. 총 탑재중량도 30㎏에 불과하다. 하쿠토-R의 착륙 예정지는 지구에서 보이는 달의 북쪽 ‘추위의 바다(Mare Frigoris)’에 있는 애틀라스 충돌구. 

 


아이스페이스는 2007년부터 2018년까지 구글의 XPRIZE 재단이 진행했었던 민간 달 착륙선 경쟁에 참가했다. 구글은 착륙선을 달에 보내서 500m를 주행하고 달표면 동영상을 지구로 송신하는 팀에게 2000만 달러의 상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이 상금을 받는 팀이 없이, 이 경연대회는 끝났다. 당시 아이스페이스의 팀 이름이 ‘팀 하쿠토’였다. 이후 팀 하쿠토가 투자를 받아 아이스페이스가 됐고, 2024년에 하쿠토-R 미션 2호가 예정돼 있다. 이스라엘 기업 스페이스 IL도 구글 XPRIZE 경연에 참가했었다. 

 

노바-C 착륙선, 스포츠웨어 컬럼비아의 열반사 소재로 기체 둘러
한편,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인튜이티브 머신(IM)이 제작한 노바-C 착륙선은 6각면체로, 높이 3m에 폭은 2m 크기다. 6개의 랜딩 기어를 갖췄고 탑재 중량은 130㎏. 지구와 착륙 지점 간 거리를 정확히 잴 수 있는 레이저 역(逆)반사체 어레이(array)를 비롯해 NASA가 운송을 의뢰한 5개의 과학 장비와, 카메라와 마이크로 필름 등 민간 화물 6개를 탑재했다.

 

 

노바-C 착륙선은 지구일(Earth days)로 14일간 지속되는 달의 낮 기간에 활동한다. 따라서 127°C~ -173°C 사이를 오가는 달의 기온차를 견디기 위해, 스포츠웨어 컬럼비아 사와 협업해 이 회사가 개발한 열(熱)반사 소재인 옴니히트 인피니티(Omni-Heat Infinity)로 기체를 감쌌다. 또 제조사 IM 대표인 스티브 알티머스가 모교인 엠브리-리들 항공대에 부탁한 카메라 이글캠(Eaglecam)도 탑재됐다. 이글캠은 착륙 직전 고도 30m에서 떨어져 나와 노바-C가 착륙하는 모습과 달표면에 먼지가 형성되는 과정을 ‘제3자적 시점’에서 찍는다.

 

 

인튜이티브티브 머신(IM) 측은 NASA와 맺은 민간 달 화물 운송 프로그램(CLPS)에 따라, 앞으로 2024년 말까지 모두 3차례 노바-C 착륙선을 보낸다. 따라서 3월에 발사되는 착륙선의 정식 이름은 노바-C IM 1호다.  달까지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6일로, 달의 서쪽에 위치한 구불구불한 계곡인 슈로터 계곡(Schroter’s Valley)에 도착한다. IM 대표 알티머스는 “착륙선에 미치는 방사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구에서 달로 곧바로 가는 궤적을 택했다”고 밝혔다. 노바-C IM 1호는 또 NASA가 2010년에 개발한 자율 수직 이착륙 시험용 착륙선인 모피어스(Morpheus) 프로젝트의 기술을 응용했다.   


페러그린 착륙선엔 유해 분골과 타임캡슐까지 실려 
탑재 중량이 90㎏인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 사의 페러그린 착륙선엔 NASA가 의뢰한 3D 프린터와 루나(Lunar) 레이저, 데이터 중계 시스템, 초소형 달 로버 등 14개의 NASA 과학 장비가 탑재된다. 또 운송업체 DHL이 대학과 기관, 개인들로부터 받은 14개의 ‘기념품’이 담긴 DHL 문박스(MoonBox)도 실린다. 여기엔 멕시코우주국의 과학 장비, 어린이들이 보내는 타임캡슐, 고인(故人)의 가족들이 달에 뿌리기를 원하는 유해 분골(粉骨)도 포함된다고 한다. 

 

 

애스트로보틱 사도 일본의 아이스페이스, 이스라엘의 스페이스 IL과 마찬가지로 구글의 민간 우주선 경연대회에 참가했었다.  폭 2.5m에 높이 1.9m 크기의 알루미늄 박스인 페러그린 착륙선은 3월말 미국의 로켓 제조사 ULA이 새로 개발한 벌컨 센토어(Vulcan Centaur)에 실려 발사된다. 이후 8일 간 우주를 날아가 달 앞면의 북동쪽에 위치한 용암(熔岩) 평원인 ‘죽음의 호수(Lacus Mortis)’에 도착한다. 다만 여기엔 현재 ULA 측의 로켓 개발이 다소 지연되고 있다는 변수가 있다. 그러나 페러그린이 세 착륙선 중에서 가장 먼저 도착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한다.  애스트로보틱 사의 보다 큰 착륙선인 그리핀(Griffin)은 2024년 말 NASA의 자원 탐사 로버를 탑재하고 달 남극에 도착한다. 


NASA는 왜 민간 착륙선에 화물 운송을 의뢰하나
이 3개 기업은 사실 모두 NASA의 민간 달 화물 운송 프로그램(CLPS)과 연관이 있는 ‘이웃사촌’이다. 인튜이티브 머신과 애스트로보틱 테크놀로지는 NASA와 직접 화물 운송 계약을 맺었고, 아이스페이스의 미국 법인도 NASA와 3건의 운송 계약을 맺은 미국 드레이퍼 사의 팀에 합류했다.  NASA는 2018년에 26억 달러 규모의 CLPS 예산을 확보하고, 민간 기업들과 우주선 계약을 맺었다. NASA로서는 소형 과학장비들을 달에 보내기 위해서 직접 착륙선을 디자인하고 제조ㆍ운영하는 비용과 노력을 줄이고, 미국의 소형 우주기업들을 육성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NASA는 2019년에 모두 7개 기업과 CLPS 계약을 맺었지만, 그동안 코로나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인해 발사가 연기됐다.  CLPS 계약을 맺은 민간기업은 착륙선과 로버를 개발하고, NASA는 과학장비 화물을 제공한다. NASA가 소형 민간 우주선들의 주(主)수익원이 되는 ‘우량 임차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NASA는 또 19세기 철도가 미국의 서부 개발을 부추겼듯이, 이 프로그램으로 ‘문 러시(Moon Rush)’가 일기를 기대한다.

 

 

NASA의 CLPS 프로그램 출범엔 지정학적 경쟁도 한몫을 했다. 2019년 3월 트럼프 행정부는 “2024년까지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다음해 12월엔 중국의 무인 착륙선과 로버가 달의 남극에서 샘플을 채취해서 지구로 돌아왔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2021년 11월 “매우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의 타이코넛들(중국 우주인·太空과 naut를 합친 말)이 달에 가려는 것이 분명하지만, 우리가 먼저 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선과 착륙선을 달로 보낼 수 있는 미국 내 로켓들도 많아졌다. CLPS 프로그램을 시작하던 2018년, 중국은 달 착륙 미션이 있었고 미국은 단 한 건도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민간 주도의 7개 미션이 생겨났다. 미국의 민간 착륙선들은 2028년까지 계속 달에 화물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