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칵, 나 지금 신나!
안방서 우주사진 찍으니까

마치 우주정거장에서 내다보듯이...
일반인도 위성 조종해 마음대로 우주 촬영
소니 '스타 스피어' 서비스 공개

이스라엘 출신들이 만든 ‘스카이파이'는
175달러 내면 지구 관측 사진 촬영 가능

일본의 소니는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테크 전시회 CES에 ‘스타 스피어(Star Sphere)’라는 부스를 열었다. 개인이 지상에서 위성을 조작해서, 지구·태양·달·성운(星雲)든 원하는 천체 사진을 마음대로 찍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제공할 소니 사의 초소형 위성(cubesat)인 ‘아이(EYE)’는 지난 1월3일 임무가 제각각인 다른 회사들의 113개 위성들과 함께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 실려 저궤도로 발사됐다.

 


‘스타스피어-1’이라고도 불리는 소니의 아이 위성은 10㎝ⅹ20㎝ⅹ30㎝ 크기의 큐브샛으로, 6U(1 Unit은 10㎝ⅹ10㎝ⅹ10㎝)에 불과하다. 지구 고도 500㎞인 우주 상공에서 지구를 하루에 16번 돈다. 이 위성엔 소니의 풀프레임(full-frame) 카메라와, 광각과 망원렌즈를 함께 쓸 수 있는 초점거리(F) 4인 28~135㎜렌즈가 장착돼 있다. 4K의 동영상 화질을 제공한다. 개인은 소니플레이스테이션의 조이스틱으로 이 위성 카메라의 위치와 방향, 각도를 실시간으로 움직이며 원하는 대로 지구와 천체 사진을 찍는다. 또 전용(專用) 시뮬레이터로 이 위성이 지나는 궤도를 따라가며 선호하는 시간대와 카메라 각도와 방향, 장소 등을 미리 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소니의 아이 위성은 예약된 시간에 정해진 장소의 사진과 동영상을 찍게 된다. 
 


개인은 위성의 위치ㆍ방향뿐 아니라, 카메라의 빛에 대한 감도를 결정하는 ISO 수치, 조리개(aperture) 값, 셔터 스피트, 줌까지도 지상에서 조정할 수 있다. 이렇게 촬영한 영상은, 이 위성이 다음번에 촬영한 개인이 위치한 지상국 위를 지나갈 때에 개인의 컴퓨터로 다운로드된다.
 


소니 사는 “마치 우주인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의 큐폴라(cupola) 창 옆에 앉아 DSLR 카메라로 창밖으로 찍는 것과 같은 ‘우주적 관점’을 지상에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용자는 자기만의 우주 사진을 찍는 것 외에도, 지상에서 이 큐브샛을 조종한다는 독특한 경험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를 위한 소니 위성은 아직 1대에 불과하다. 이용자 트래픽이 많아지면, 위성 카메라를 예약하기가 수일~수주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자신만의 우주 사진 촬영을 상업화한 이 프로젝트는 소니와 도쿄대 출신 위성제작 스타트업,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함께 개발했다. 

 

 

소니가 위성의 임무에 해당하는 카메라와 시뮬레이터, 지상국 시스템을 제작하고, 위성의 운영과 통제를 맡는다. 도쿄대 출신들이 만든 큐브샛 제조사인 ‘블루 페일(Blue Pale)’은 위성의 엔진실과 방향ㆍ각도를 트는 추진체를 만들었다. JAXA는 일반적인 개발 지원을 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우선 스타 스피어스 웹사이트에 ‘크루(crew)’로 이용자 등록을 해야 한다. 서비스는 두 가지. 일반적인 ‘우주 사진 여행(space photography tour)’은 전문가들이 미리 카메라를 설정하고 궤도 상에서 추천한 곳들을 안내를 받으며 따라가는 코스다. 이용자는 이 궤도를 따라가다가, 찍고 싶은 시간, 대상, 각도를 정해 시뮬레이터로 예상되는 사진을 확인하고 버튼을 눌러 촬영을 예약한다.


‘프리미엄’ 이용자는 이 위성이 지구를 한 바퀴 도는 90분 전체를 예약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이 위성이 보여주는 화면을 확인하다가, 위성의 각도와 뱡향, 카메라를 조작해 최대 10분까지 실제 촬영에 쓸 수 있다. 그러나 통신 트래픽의 제한 때문에, 이용자가 다운로드할 수 있는 기본 촬영 건수는 50장, 동영상은 30초로 제한된다. 소니 사는 ‘프리미엄’의 경우, 촬영 시간대를 정하는 것부터 전문 지식이 필요해, 구매 전 이용자들에게 교육 강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 서비스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먼저 일본과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다.


소니의 ‘스타 스피어’ 위성은 이 위성의 위치 조정을 수증기를 뿌려서 한다는 점에서도 특이하다. 이런 초소형 위성은 별도의 추진기를 설치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대개 궤도에 오르면 고도를 이동하지 못한다. 또 별도의 연료가 없어, 계속 고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이 소니 위성은 말 그대로 수증기를 뿌려서 추력을 얻어,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위성의 위치와 방향을 바꾼다. 이 위성 추진기를 제작한 페일 블루 측은 “워터 엔진을 통해 최대 2.5년간 위성이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주 전문가들은 개인이 원하는 대로 천체 사진을 찍는 서비스가 호응을 얻으면, 소니 측이 추가로 여러 대의 큐브샛을 발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위성 카메라와 연결돼 마치 우주에서 주변을 보는 듯한 느낌은 드론을 통한 해저(海底)와 사막의 개인 맞춤형 촬영 등에도 응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이 실시간으로 지구 위성 사진을 찍는 서비스만 따지자면, 소니가 처음은 아니다. 이스라엘 출신들이 만든 ‘스카이파이(SkyFi)’도 지난 1월 중순부터 주문형 ‘지구 관측’ 위성 사진 촬영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 회사는 기존에 위성 사진 한 장을 구입하기까지, 필요한 서류 작업과 이메일·전화 통화 등의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했던 것을 대폭 간소화했다.
 


이용자가 175달러를 내고, 스마트폰 앱이나 웹에서 원하는 시간대의 특정 장소를 선택하면, 80여 개의 스카이파이 위성 네트워크가 그 시간에 맞춰서 찍는다. 촬영할 수 있는 최소 면적은 25㎢이며, 픽셀당 크기는 고화질 사진이 1m. 이보다 선명한 픽셀당 50㎝인 사진도 제공한다. 또 20달러를 내면, 특정 지역에 대해 다른 이용자들이 기존에 찍은 사진을 구입할 수도 있다. 구글 위성 사진과 달리, 이 사진들은 촬영 시점이 명기돼 있다. 그러나 소니 위성처럼, 이용자가 위성과 카메라 자체를 조작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