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는건 좋습니다만,
환경도 생각합시다

로켓 발사 증가로 환경 오염 우려도 켜져
"우주 관광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더 심각...
11분간 진행되는 우주관광의 CO₂ 배출
빈곤층 1명의 평생 배출량보다 많아" 경고
성층권의 오존층 타격도 문제
최근 친환경적 로켓 발사 연구 잇따라 착수

일본은 17일 오전 차세대 주력 로켓인 H3를 다네가시마(種子島) 우주센터에서 발사한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와 미쓰비시중공업이 10년 간 개발한 로켓이다. 3톤짜리 재해관측위성 ‘다이치 3호’를 태양동기궤도로 쏴 올린다. 페어링(fairingㆍ위성보호덮개)의 크기에 따라 전체 길이가 63m에 달해 우리나라 로켓 누리호(47.2m)보다 크고, 탑재중량도 누리호를 훨씬 능가한다.


글로벌 경제가 갈수록 기후ㆍ통신ㆍGPS 등 인공위성이 주축이 되는 우주기반 산업에 의존하면서, 로켓 발사 건수는 계속 증가한다. 올해부터는 우주관광을 위한 로켓 발사도 활기를 띠게 된다. 하지만, 동시에 위성을 발사하는 로켓이 배출하는 탄소 입자인 블랙카본(black carbonㆍ매연)이 오존층 파괴와 지구온실화를 촉진한다는 우려도 커진다. 
 


로켓 배출가스가 지구 환경에 미치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최근까지도 연간 로켓 발사는 수십 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엘로이스 마레이 교수는 작년 6월 “로켓이 배출하는 매연의 지구온난화 효과는 지표면에서 배출되는 매연의 500배”라는 보고서를 냈다. 로켓 배출가스는 지표면과는 달리, 성층권에 3~4년 계속 머물기 때문이다. 


로켓 배출가스의 환경파괴 정도를 과장할 필요는 없다. 1월에 나온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자료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전세계 여객기 운항 건수는 2200만 건이었다. 작년에 로켓 발사는 180건이었다. 항공기 배출가스가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2.5%이고, 로켓 배출가스는 항공기의 1%에 불과하다. 로켓 발사가 성층권에 쏟아내는 블랙카본은 연간 1000톤 정도다. 그러나 로켓 발사 건수가 급속히 증가하기 전에, 클린 로켓연료를 개발하고 이를 위해 새로운 로켓 엔진을 제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지난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세계에서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한 로켓 연료 개발이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로켓 발사, 20년 내 지금의 10배로 뛸 것”
2021년 136건이었던 로켓 발사는 작년에 180건으로 뛰었다. 작년에 145억 달러 규모였던 로켓 발사 시장은 2030년엔 그 3배인 430억 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작년에 61건의 로켓 발사를 한 스페이스X는 올해 100건을 목표로 세웠다. 
 


 

작년 6월 UCL 연구진과 비슷한 시기에 ‘로켓 발사의 매연(black carbon) 배출이 기후와 오존층에 미치는 영향’이란 논문을 낸 미국 해양대기청(NOAA) 화학연구소의 대기과학자 크리스포터 멀로니는 “지금까지는 발사 건수가 매우 적어 오염 측면에서 별로 관심을 끌지 못했지만, 10~20년 내에 발사 건수가 10배로 뛸 것으로 예상되면서 급격히 로켓 배출가스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고 말했다. UCL 연구진은 “우주관광이 본격적으로 시작해 3년만 지나면, 지금까지 과학ㆍ탐사 목적의 로켓이 배출했던 배기가스 총량의 배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11분 우주관광 CO₂, 빈곤층 1명의 평생 배출량보다 많아”
작년에 나온 ‘세계 불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11분가량 진행되는 우주관광이 쏟아내는 CO₂ 양은 탑승객 당 최소 75톤에 달한다. 반면에, 10억 명에 달하는 전세계 빈곤층 1인이 연간 배출하는 CO₂는 1톤이 채 안 된다. 2021년 전세계 1인당 평균 배출량은 4.69톤이었다.
UCL의 마레이 교수는 “고작 4명이 타는 캡슐 우주여행의 CO₂ 양이 국제선 여객기의 승객 당 CO₂ 양(1~3톤)의 50~100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이 1회 발사 때 배출하는 CO₂는 국제선 여객기 395대의 연간 배출량과 비슷하다는 조사도 있다.


로켓 매연은 성층권의 오존층을 직접 타격 
과학자들은 로켓 배출가스가 지표면 15~50㎞ 성층권의 중간 부분에 위치한 오존층에 직접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고 말한다. 이 고도에서 배출되는 인위적인 오염물질은 로켓 배출가스밖에 없다. 


로켓 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염소(chlorine)는 대기 중의 다른 화학물질과 반응해 오존층을 파괴한다. 또 대기권 재진입 시 우주선의 히트실드(heat shield)와 재사용 로켓이 내는 1500°C의 열(熱)은 대기 중에 질소산화물(NOx)를 초래해 오존층에 영향을 준다. 오존층은 햇빛 중에서 인간과 동식물에 유해한 강한 자외선을 흡수해, 피부암 발생과 면역체계 약화를 막고 농작물을 보호한다.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는 오존층 파괴물질인 염화불화탄소(CFC)의 단계적 사용 금지를 결정했다. 듀폰 사의 상표명 ‘프레온(Freon)’으로 더 잘 알려진 화합물이다. 이 정책이 성공하면서, 지난 1월 유엔환경프로그램(UNEP)는 “오존층 보호를 위한 금지 물질의 99%가 사라졌고, 극지방의 오존층 구멍도 메워지고 있어 40년 내 회복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로켓 배출가스는 지구 대기권 중에서 성층권과 그 위 중간권(지표면 50~80㎞)을 직접 타격한다.


”성층권 매연은 3~4년 머물러”
더욱이 지표면의 디젤 트럭이 발생하는 배출가스는 2~3일 지나면 흩어지지만, 성층권의 오염물질은 3~4년 머문다. 
UAL의 마레이 교수는 “따라서 지표면과 접한 대류권과 낮은 성층권에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항공기와, 성층권과 그 이상을 오염시키는 로켓의 배출량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UCL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로켓이 성층권에 뿜어낸 매연 입자는 지표면 가까운 곳에 배출된 매연보다도 지구온난화에 500%나 악영향을 끼친다. 이 탓에, 전세계에서 로켓의 배출가스량은 전세계 배출가스량의 0.02%에 불과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비중은 6%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또 작년 6월 미국 해양대기청(NOAA)이 낸 보고서는 블랙카본 배출량을 연간 10기가그램(1만톤)으로 산정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했다. 이 배출량은 현재의 10배이지만, 수십 년 내에 도달할 수치다. 10기가그램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성층권 온도는 0.5~2도까지 올라갔다. 또 몇몇 달에는 오존층이 0.16㎜(16 DU) 감소했다. 현재 30억톤으로 추정되는 지구 전체 오존층은 지표면에 쌓인다고 가정하면, 두께가 3㎜(300 DU)밖에 안 될 정도로 매우 얇다. 로켓 배출량 1만톤이 오존층에 미치는 악영향은 적지 않다.

 

이제 시작한 ‘클린 연료' 연구 
따라서 지금처럼 로켓 발사가 증가하면, 몬트리올 의정서 채택이 이뤄낸 오존층 회복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로켓의 기본 연료는 등유ㆍ액화수소ㆍ하이드라이진과 고체연료다. 액화수소는 연소하면 수증기만 배출해 매연보다는 덜 문젯거리라고 할 수 있지만, 매우 건조한 성층권에 수증기를 배출하는 것에 대한 과학적인 평가도 부족하다. 또 지금의 액화수소 생산 과정은 탄소집약적이다. 재생에너지로 물 분자에서 수소를 분리해야만 진정한 ‘그린(green) 수소’라고 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도 그린 수소 생산량은 전체 액화수소의 1% 미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관련, 클린 연료를 만들고 탈(脫)탄소화를 이루려는 노력을 소개했다. 미국 텍사스주의 에너지 스타트업인 그린 하이드로진 인터내셔널(GHI)은 그린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 새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로렌스 버클리 미 국립연구소는 배출가스를 줄이고, 같은 양으로 더 강력한 추력을 낼 수 있는 로켓 연료를 개발 중이다. 스트렙토미세스 박테리아를 이용해 같은 부피에서 등유보다 에너지 밀도가 40~50% 더 높은 연료를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현재 로켓 총중량의 85~90% 차지하는 연료와 연료탱크 중량을 줄이고, 탑재 중량은 키울 수 있다. 


또 캘리포니아대(리버사이드 소재) 연구진은 전기차 연료전지의 수소 저장물질인 암모리아 보레인을 활용하는 논문을 발표했다. 암모니아 보레인을 연소하면 물과 산화붕소(boran oxide)가 나온다. 물은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탄소는 없다. 
또 스코틀랜드의 우주기업 스카이로라(Skyrora)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열(熱)분해해 에코신(Ecosene)이라는 합성 등유를 만든다. 이 회사는 전세계에서 매년 플라스틱 폐기물만 22억톤이 나온다고 밝혔다. 스카이로라 측은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 폐기물을 이용하기 때문에, 실험에서 나온 최종 연료(에코신)의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을 70% 줄였고, 이 합성 등유의 탄소 배출량도 기존 로켓연료보다 40% 적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은 모두 실험실 수준이다. 우주산업 투자가들은 대체 연료보다는 재사용 로켓 개발에 더 관심을 둔다. 연료를 바꾸면 로켓 디자인ㆍ개발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매우 탄속집약적인 공정이라는 것이다. 또 로켓 연료를 규제하는 국제적인 환경 법규가 없어, 로켓 제조사로서도 기존 엔진을 바꿀 동기(動機)가 약하다.  


미국의 우주산업 벤처캐피탈 펀드인 스페이스 캐피탈 대표인 채드 앤더슨은 WSJ에 “연료를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 과제로 인식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이제 사람들이 이 사안을 인식하고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좋은 신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