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10만배 가치,
보물섬같은 행성에 간다

NASA, 10월에 팰컨9 로켓으로
소행성 '16 프시케'에 탐사선 보내기로

거대한 철·니켈 덩어리인 '16 프시케'
가치는 ’10 퀸틸리언 달러’ 어마어마해

미 항공우주국(NASA)는 지난달 25일 “올 10월에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으로 소행성 16 프시케(16 Psyche)에 탐사선을 보낸다”고 발표했다. 원래 작년에 발사할 예정이었는데, 소프트웨어 결함으로 인해 연기됐다. 

 

 

‘16 프시케’ 또는 그냥 ‘프시케’라고 불리는 이 소행성은 1852년에 이탈리아 천문학자가 발견했다. 감자 모양으로, 이 소행성의 지름은 226㎞. 서울~대구 직선거리(237㎞)보다 조금 작다. 프시케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서, 지구 일수(日數)로 5년에 한 번씩 태양을 돈다. 태양과의 거리는 3억7800만km~4억9700만㎞. NASA 탐사선이 예정대로 출발해도, 2029년 8월이 돼서야 프시케 궤도에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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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는 2017년 1월 초 프시케 탐사 계획을 처음 공개할 당시, 거대한 철·니켈 금석 덩어리인 이 소행성의 가치가 ’10 퀸틸리언(quintillion) 달러’라고 밝혔다. 1조(trillion)의 100만배가 1퀸틸리언이다. 10퀸틸리언은 우리 숫자 단위로는 1000경(京)에 달한다. 이 숫자는 그 뒤 미 언론에서 소행성 16 프시케를 언급할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그 규모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이 숫자는 이번 프시케 미션 발표에선 빠졌다. NASA의 프시케 탐사 기본 목적이 채굴 타당성 조사가 아니라, 이 소행성을 관찰해 46억 년 전 우리 태양계의 행성이 처음 형성되던 과정과 지구 안쪽의 고체 내핵(內核·core)을 유추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시케는 여전히 우주채굴 산업계와 미 언론에서 광물질이 많아 막대한 가치를 지닌 대표적인 소행성으로 언급된다. 이 ‘1000경 달러’의 산출 근거는 뭘까. 

 

소행성 하나가 전세계 경제 규모의 10만배? 
프시케는 대표적인 M-형(型) 소행성이다. M은 금속(metallic)을 뜻한다. 주로 니켈과 철로 된 금속 핵(核)이 노출된 소행성이란 뜻이다. 소행성에는 밖에 탄소질(carbonaceous)이 풍부한 C-형, 규산질(siliceous)이 주성분인 S-형 등이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애초 프시케의 1000경 달러 가치를 산정한 사람은 NASA 프시케 미션의 수석조사관이자 행성과학자인 린디 엘킨-탠턴이다. 2017년 처음 이 미션을 발표했을 때, 기자들의 가치를 묻는 질문에 “1000경 달러”라고 답했다. 그는 이 가치가 프시케에 포함된 니켈의 가치만 대략 따진 것이라고 말했다.


작년에 전세계 경제규모(GDP)는 약 100조(100,000,000,000,000) 달러였다. 1000경(10,000,000,000,000,000,000) 달러는 따라서 세계경제의 10만 배라는 얘기다. NYT는 이 액수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에게 매시간 10만 달러짜리 차를 계속 사 줘도, 소진하기까지 2년반이 걸리는 액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3억,4억 ㎞ 밖에 떨어진 이 소행성을 끌어올 수도 없지만, 지구로 온다면 니켈과 철 가격은 폭락 정도가 아니라 공기처럼 흔해질 것이다. 또 지구의 부존 광물자원 가치도 1해(垓·1만 경) 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따지는 사람은 없다.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개발 가능하고 상업성이 있는 자원에만 주목하기 때문이다. 


NASA의 OSIRIS-Rex 미션 탐사선은 소행성 베누(Bennu)에서 수집한 샘플을 올해 9월24일 지구에 떨어뜨린다. 2016년 9월 지구를 떠난 지 7년만이다. 애초 목표로 한 60g보다 많은 250g를 수집했지만, 이 미션에만 약 10억 달러(1조2860억 원)가 들어갔다. 


엘킨-텐턴도 NYT에 “10퀸틸리언은 모든 면에서 오류가 있는 숫자”라는 걸 인정하면서도, 그 흥미로운 숫자가 프시케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시케 탐사는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며 “인간은 지금까지 이런 금속 덩어리 소행성을 탐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프시케 탐사는 지구의 내핵(內核) 연구에 도움
과학자들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먼지와 가스가 합쳐 미(微)행성이 될 때, 어떤 미행성은 계속 결집해 지구와 같은 행성이 됐고, 어떤 것들은 태양에 흡수된 것으로 본다. 또 다른 것들은 작고 불규칙한 고체 형태로 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帶)에 흩어졌다.  이 중에서 프시케는 수십억 년 동안 수차례 충돌을 겪으면서 암석질의 지각이 떨어져 나간 미행성의 내핵의 형태를 갖추고 됐고, 이는 지구의 내핵과 비슷할 것으로 본다. 

 

 

인간은 지구의 핵에 접근할 수 없다. 지구의 평균 반지름이 6371㎞인데, 지금까지 인간이 가장 깊게 파고 들어간 깊이는 12.2㎞였다. 소련 시절 러시아가 1970년부터 1989년까지 노르웨이와 접한 콜라 반도에서 지름 23㎝의 구멍을 내고 시추했다. 따라서 바위와 얼음으로 돼 있는 다른 소행성들과 달리, 금속덩어리 내핵이 그대로 노출된 프시케는 지구의 내핵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탐사선은 프시케 옆을 지나면서, 감마선ㆍ중성자 분광기, 다중스펙트럼 영상장비로 표면을 분석한다. 


NASA의 대표적인 디스커버리 미션
NASA의 미션은 ①아르테미스 프로그램, 제임스웹 천체망원경, 화성 탐사·샘플 수집 프로그램과 같이 가장 장기적이고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플래그십(Flagship) 미션 ②소행성 베누에서 샘플을 수거하는 OSIRIS-Rex, 현재 해왕성 너머의 카이퍼 벨트를 탐사하는 뉴호라이즌즈와 같은 뉴프론터어스(New Frontiers) 미션 ③5억 달러라는 크지 않은 예산 내에서, 태양계 내의 특정 천체를 집중 탐사하는 디스커버리(Discovery) 미션 등으로 나뉜다. 


프시케 미션은 2021년 10월 목성 궤도의 트로이 소행성군(群)을 탐사하려고 떠난 루시(Lucy) 미션,  작년 9월에 디모르포스 소행성을 맞춰 궤도의 수정에 성공했던 DART 프로그램과 함께 이 디스커버리 미션에 속한다.

 

우주 ‘노다지’ 캐기 작업은 현재 진행형
소행성 프시케의 진정한 가치에 상관없이, 우주 채굴(space mining)은 여전히 낙관과 비관, 논란이 혼재된 영역이다. 10년 전 미국에선 이미 우주채굴 붐이 한번 지나갔다. 이들 1세대 기업들은 아무 소득 없이 재정난 끝에, 우주채굴과는 무관한 기업들에 인수·합병됐다. 그러나 작년 5월 시티그룹은 이 분야가 2040년까지 1조 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CNBC 방송은 작년 10월 “우주채굴업계에 새로운 세대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24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위치한 애스트로포지(AstroForge)는 올해 2개의 우주채굴 미션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일단 4월에 백금을 함유한 소행성 암석과 비슷한 것을 탑재하고 발사된 위성이 지구저궤도에서 이 암석에서 백금을 채굴ㆍ정련하는 과정을 증명한다. 이후 10월에 우주기업 인튜이티브머신(IM) 사의 두번째 무인 달 착륙선 IM-2와 함께 발사돼 에스트로포지 탐사선이 달 궤도까지 간 뒤, 거기서 미리 찍어 놓은 소행성으로 출발한다. 민간 차원에서 달을 넘어선 최초의 심우주 탐사가 된다. 

 
애스트로포지의 CEO 매튜 지알리치는 지난달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광석(ore) 전체를 지구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소행성 현장에서 정련 작업까지 마쳐 최종 광물질만 가져온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작년에 1300만 달러의 초기 투자금을 확보했다.  이 회사의 우주채굴 계획에서 두번째 미션까지는 현장조사 성격이 강하다. 세번째는 소행성 착륙이고,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25년 2월쯤 네번째 미션에서 백금을 추출·정련해 지구로 가져온다.

 

애스트로포지의 목표는 온스(23.35g)당 950달러 선인 백금 채굴 가격을 50달러로 확 낮추는 것이다. 지알리치는 “우리가 엄청난 채굴 기술을 보유해서가 아니라, 지구보다 백금이 집중적으로 많은 소행성으로 가기 때문”이라며 “(저렴한 발사 비용을 가능하게 한)팰컨 9, 팰컨 헤비와 같은 로켓이 없었던 우주채굴 1세대 기업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목표지 소행성은 공개하지 않았다. 지알리치는 뉴욕타임스에 “화성을 넘어가지는 않는다”고만 했다.  

 

 

그러나 영국 엑시터대의 캐슬린 무어는 지난달 30일 학계 전문가들의 평론 웹사이트인 컨버세이션(Conversation)에 “우주 자원에 대한 정보는 여전히 원격 탐지 기술과, 추정·해석·전제·확률을 조합한 모델링에 따른 것이라 부정확하다”며 “애스트로포지 미션은 우주채굴업계의 생존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그는 “우주 암석·소행성에 금속 물질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까지 연구 결과로는 백금류(類)를 빼고는 지구보다도 부존 자원이 부족하다”며 “우주 채굴에 투자하는 것은 지구자원 채굴에 투자하는 것보다 훨씬 투기적”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또 우주채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폐기물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지구에서도 엄격한 환경규제가 종종 지켜지지 않는데, 관련 법규도 없는 달과 그 너머로까지 채굴 쓰레기를 쌓을 것이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