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나라 UAE,
우주에 미래를 건 까닭

사막의 별 보며 꿈 키우던 사람들
UAE 우주인 ISS로 보내 6개월 장기체류 계획
화성 탐사선 ‘아말’ 발사시켰고
일본의 무인 달 착륙선에 탐사 '로버'도 탑재
우주와 관련된 분야, 미국·중국 등과 손잡아
국가적 관심도 높아...100년 뒤엔 화성에 정착촌 목표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떠나는 스페이스X의 크루-6 드래곤 캡슐이 탑재된 팰컨 9 로켓이 23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의 39A 발사대에 세워졌다. 27일 발사 예정인 이 캡슐에 탑승할 4명의 우주인 중에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우주인 술탄 알-네야디(41)도 포함돼 있다. 알-네야디는 ‘미션 스페셜리스트’로서 6개월간 ISS에 머물며, 인체와 관련된 여러 실험을 하고 우주 유영(游泳)도 한다. 
 


UAE는 2019년에 8일간 자국 우주인을 ISS에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UAE 우주인이 이렇게 ISS에 6개월 장기 체류하기는 처음이다. 2021년 2월 국가로는 다섯번 째로, 탐사선 아말(Amal·‘호프’라는 뜻)을 화성 궤도에 안착시켰던 UAE는 또다시 축제에 빠졌다. 크루-6 미션과 우주인 알-네야디에 대한 뉴스는 연일 뉴스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이뿐만 아니다. 지난 9일엔 화성 탐사선 ‘아말’이 그동안 돌던 화성 궤도에서 벗어나, 화성의 두 개 달 중 하나인 데이모스(Deimos) 궤도로 옮겨갔다는 뉴스도 나왔다. 작년 12월 일본의 하쿠도-R 무인 달 착륙선을 타고 간 라시드(Rashid) 탐사 로버도 4월 말이면 달에 도착한다. 고해상도 카메라를 갖춘 10㎏짜리 이 로버는 지구의 14일에 해당하는 달의 낮 기간에 달 북동부의 애틀라스 충돌구를 탐사한다. 


작년 12월에는 미국과 일본, 유럽우주국(ESA), 캐나다가 달 궤도에 건설하는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에어로크(airlock) 모듈을 UAE가 건설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에어로크는 지구와 비슷한 가압(加壓) 환경의 게이트웨이에서 우주로 나갈 때에 거쳐야 하는 통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가 참여를 거부하면서 방치됐는데, UAE가 보잉 사와 함께 제조한다는 것이다. UAE는 미국의 아르테미스 협정을 최초로 조인(調印)한 8개국 중 하나다.  
 


UAE는 우주 탐사 기회라면, 어디든 간다. 작년 9월엔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 우주인을 보내겠다는 협정을 맺었다. 2026년엔 UAE의 두 번째 로버인 라시드 2가 중국 우주선에 실려 또 달에 간다. 2028년에는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小行星帶)로 탐사선을 보낸다. 인구 1000만 명 밖에 안 되는 석유 부국(富國) UAE는 왜 우주에 올인하는 것일까.

 


”넥스트 빅 씽은 우주”
UAE는 중동의 다른 산유국처럼, 지금도 민간 기업들의 관심은 석유·가스와 같은 에너지, 자동차, 관련 사회기반 산업에 많이 쏠려 있는 나라다. 그러나 경제 다양화의 필요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고, 2006년부터 해외에서 우주를 비롯한 여러 산업 분야의 첨단 과학기술을 배우고 이를 국내 학계·산업계·정부가 공유하는 ‘지식전수(傳受)프로그램’을 진행했다. 2014년 중반 이후 수년간 국제 유가가 근 70% 떨어지면서 이 필요성은 절실해졌다. 이런 맥락에서, UAE가 관심을 집중한 분야가 우주산업이다. UAE는 이미 2015년에 200억 디르함(약 7168억 원)을 우주산업에 투자했고, 그 전 해에는 UAE 우주국을 세웠다.

 


UAE 총리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은 2014년 6월 UAE 우주국을 출범하면서 “UAE는 우주경쟁에 뛰어든다. 건국 50주년이 되는 2020년에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21년까지 UAE가 우주항공 분야에서 탑(top) 국가들에 끼는 것이 목표”라고 못박았다. 우주 탐사가 앞으로 경제성장을 이끌고 산업을 다양화하고, 청소년들에게 과학·공학을 배울 동기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년 전 시티은행의 한 보고서는 “UAE 지도자들은 우주 탐사가 지금까지 존재하지도 않는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새로운 산업이고, 아이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할 분야라는 인식이 뚜렷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 막툼이 “우주 경쟁”을 선언했을 당시까지 UAE의 우주 ‘활동’이라곤 2개의 위성 두바이샛-1,2를 쏴 올린 것이었다. 둘 다 한국의 위성제조기업 쎄트렉아이의 도움이 있어서 가능했다.

 


UAE는 2018년 위성 칼리파샛을 발사했다. UAE가 디자인하고 UAE 기술자들이 쎄트렉아이에서 제작했다. UAE에선 자체 기술로 발사한 첫 위성으로 간주된다. 도시계획·환경모니터·재난 대응을 위한 관측 위성인 칼리파샛의 또다른 목적은 UAE의 우주과학 수준을 급격히 끌어올리기 위한 것이었다.

 

왜 화성인가?
UAE 우주국이 출범할 당시, 우주 선진국들의 관심은 다시 달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UAE에겐 더 ‘큰 목표’가 필요했다. 화성이었다. 아말 탐사선 프로그램을 주관한 에미리트화성미션(EMM)의 대표였던 옴란 샤리프는 BBC 방송에 “우리는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고, 우주 역량을 크게 끌어올리려면 화성에 가야 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화성 탐사선을 보내는데 성공한 우주 당국은 미국·러시아·유럽우주항공국(ESA)·인도뿐이었다. 중국은 2020년에 성공했다. 1960년대 이후 화성 미션의 절반은 실패했다. 


화성미션에서 과학팀을 이끌었던 사라 알-아미리 현 교육·첨단기술부 장관은 “성공 가능성이 50%라는 것을 알았지만, 이 미션이 창출할 풍부한 기회가 실패에 대한 염려보다 훨씬 컸다”고 말했다. 아말 탐사선이 성공적으로 발사하기 6년 전까지 우주국도 없었던 UAE의 화성 미션은 이렇게 시작했다.


 


아말의 목적은 화성 궤도를 2년간 돌면서, 당시까지 대략적으로 알려졌던 화성의 대기와 날씨를 집중적으로 관찰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UAE 기술·연구 인력을 해외로 보냈다. 탐사선은 UAE 국내에서 만든 뒤, 미국 콜로라도대 대기·우주물리연구소(LASP)에서 조립했다. 탑재할 적외선 분광기, 자외선 분광기, 항법·콘트롤 시스템은 LASP에서, 화성 탐사 카메라와 화성 대기를 탐지하고 데이터를 분석할 장비와 관련 기술은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얻었다. 탐사선의 동력 시스템은 캘리포니아대(버클리)와 함께 개발했다. 화성미션 팀원들의 평균 나이는 27세. 대부분 35세 미만이었고, 34%는 여성이었다. 


마침 코로나 팬데믹이 닥치면서, 중동의 항공 허브(hub)인 UAE의 항공 산업은 바닥을 쳤고, 2020~2021년 유가도 하락했다. 경기를 되살릴 소재가 필요했다.  UAE 연구진에겐 분초(分秒)가 아까웠지만, 아말을 발사할 일본 입국 시마다 2주간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따라서 UAE에서 탐사선을 최종 준비하는 팀 외에, 초대형 클린룸 컨테이너에 실린 아말을 일본까지 운송할 대형 화물기 안토노프에 타고 가 일본 입국 후 2주간 격리할 팀, 먼저 2주 전에 입국해서 아말을 받을 팀, 이렇게 3개 팀이 필요했다. 인원이 부족했다.


그러나 2020년은 움직일 수 없는 날짜였다. 2021년은 UAE 건국 50주년이었고, 화성은 아무 때나 갈 수 있는 행성이 아니었다. 2020년을 놓치면, 다음 발사는 지구와 화성이 가장 가까워지는 2년 뒤로 미뤄야 했다. 알-아미리는 “콜로라대 LASP에 가 있던 팀원들까지 불러 모았고, 팀원들은 2주간의 격리에도 불구하고 일본행을 마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말 탐사선은 2020년 7월19일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H2-A 로켓에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됐고, 이듬해 2월9일 화성 궤도에 안착했다. 
 


우주비행사 2명 모집에, 4000명 넘게 지원
UAE는 2006년 두바이에 ‘모하메드 빈 라시드 우주센터(MBRSC)’를 세운 이래, 위성·로켓·우주선 등의 분야에서 발전 로드맵을 세우고 우주 개발을 추진해왔다. 또 자체적으로 우주비행사 그룹을 운영해, 우주탐사 선진국들에게 훈련을 시킨다. 2017년 첫 모집 때에는 4305명이 지원해서 2명을 선발했다. 2019년 소유즈를 타고 ISS를 간 UAE의 첫 우주인 하자 알-만수리와 27일 크루-6 캡슐을 타고 가는 우주인 알-네야디가 그들이다. 이어 선발한 여성 우주인 2명도 2년간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미국 우주인들과 함께 우주인 훈련을 받았다. 


NASA 벤치마킹…”2031년까지 1조 원 가치 기업 30개 육성”
UAE는 우주산업이 성공하려면, 결국 탄탄한 민간 기업들이 기반을 이뤄야 한다고 판단했다. UAE 정부는 작년에 앞으로 10년간 30억 디르함(약 1조 원)을 민간의 우주산업 육성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10년 간 같은 분야에 쏟은 예산의 배(倍)다. 또 아부다비·두바이·샤르자에 금융·세제 혜택을 주는 우주 경제지역을 설정하고, UAE 스타트업뿐 아니라 전세계 우주 기업들을 상대로 유치에 나섰다.


UAE가 벤치마크하는 대상은 NASA다. UAE 우주국의 부(副)대표인 아브라힘 알 카심은 UAE 언론 인터뷰에서 “스페이스X와 같은 기업도 NASA와 정부 계약과 같은 지원이 있었기에 계속 혁신할 수 있었다”며 “동시에 정부 예산에만 편안하게 의존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주에서 가능하리라는 것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다. 


화성 미션이 성공하면서, 스타트업들도 많이 생겨났다. 현재는 위성 부품의 90%를 UAE 자체 기술로 생산한다고 한다. 라시드 우주센터는 2021년 10월 스타트업에게 공간과 기술 지원을 제공하는 ‘스페이스 벤처스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UAE의 목표는 2031년까지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 20곳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대중의 우주·과학·기술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두바이의 애머티 국제대학 측은 최근 3년간 항공우주 전공 학생이 20%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UAE는 블루 오리진을 비롯한 우주기업들과 UAE에서 우주투어 로켓을 발사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UAE의 다음 목표는 소행성대다. 2021년 10월5일 UAE 우주국은 “미국 콜로라도대의 LASP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8년에 탐사선을 보내 7개 소행성을 탐사하고 이 중 하나에 착륙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같은 달, UAE는 이스라엘과도 달 무인 착륙선 베레시트-2 사업을 함께 한다는 협정을 맺었다.


”아랍 유목민, 사막에서 수천년 별 보며 천문학 발전시켜”
사실 아랍의 유목민들과 농부들에게 우주는 낯선 대상이 아니다. 두바이에서 자신의 농장에 천문대를 설치한 아마추어 천문학자 타베트 알 콰이시에는 현지 영자신문 내셔널에 “우리는 불과 30년 전까지만 해도, 계절의 변화를 알려고 하늘에서 시리우스 다음으로 밝은 별 수하일(Suhail)을 찾았고, 달과 별을 소재로 한 문학 작품도 많았다”며 “우주 탐사는 이 오랜 우주 문화를 다시 지핀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스소니언 매거진은 “중세 이슬람 과학자들은 행성과 천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려고 수학과 과학을 발전시켰고, 천문학과 우주과학에 분명한 족적을 남겼다”며 “달의 충돌구 중 24개는 이슬람 과학자들의 이름을 따랐고, 별도 이슬람 이름이 165개 있다”고 전했다. 2017년 2월 두바이 통치자 알 막툼은 국제회의를 주최하며 ‘화성 2117’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뿌리는 씨를, 2117년 3월 새 세대가 과학에 대한 열정과 인간 지식의 발전이라는 열매로 거둘 것”이라며, “우리는 화성에 대한 비전과 도달하려는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100년 뒤에 화성에 인간이 거주하는 정착촌을 건설하겠다는 것이다. 이 100년의 원대한 계획에서, UAE는 지금 아말 탐사선이란 도입 부분을 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