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우주서 대책 찾아보자

지구온난화 해결위해 SRM 다양한 방법 연구중

달 먼지를 뿌리면 어떨까?
우주에 거울이나 스크린을 설치하면?
당장은 태양열 막을 수 있어
지구의 온도 낮출 수 있어도
온난화의 근본적 해결책은 안돼

국제사회가 지난 2015년에 채택한 파리 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C로 제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現) 추세라면 이 목표를 이루지 못한다. 작년 10월에 나온 유엔환경프로그램(UNEP)의 배출가스 보고서는 “이대로 가면, 금세기 말까지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2.8°C까지 치솟는다”고 전망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태양 복사(輻射) 조정(SRMㆍSolar Radiation Modification)’ 또는 ‘태양 지구공학(Solar Geoengineering)적’ 해결책이다. 아예 우주나 지구 대기 상층부에 인공 구조물을 설치하거나 물질을 주입해, 지구를 달구는 태양 에너지의 일부를 원천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미국 유타대와 하버드대 학자들은 달의 흙먼지(moon dust)를 우주에 뿌려, 지구에 닿는 태양열의 일부를 가리자고 제안했다. 작년 7월엔 미국 MIT대 과학자들도 우주에 실리콘 버블 스크린을 설치해 태양을 가리자는 보고서를 냈다. 
 


이밖에, 지구 대기의 성층권인 10~50㎞ 상공에 이산화황 입자를 뿌려 태양 에너지의 지구 도달을 막거나, 지상에 대형 거울을 설치해 태양 에너지를 우주로 반사하는 것과 같이 보다 지표면에 가까운 곳에서 온난화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안들도 있다.


이러한 SRM적 접근은 기후변화, 지구온난화의 근본 원인인 배출가스 발생량의 감소를 다루는 것이 아닌 미봉책(彌縫策)이다. 그러나 SRM 주창자들은 “전세계가 대기에 쌓인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제거하고, 재생에너지로 충분히 전환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시도할 만하다”고 주장한다. 지난달 27일 유엔환경프로그램(UNEP)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냈다. “현재 기후변화에 대한 방안으로 논의되는 SRM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면서도 “기후 대처 행동이 불충분하면 이 견해는 바뀔 수 있다”고 했다. SRM 기술은 적용에 앞서 기후ㆍ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리스크를 충분히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그 잠재적 유용성은 인정한 것이다. 


한번의 화산 폭발, 지구 기온 0.5°C 낮아져
1991년 6월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 폭발은 2000만 톤의 이산화황을 성층권으로 뿜어냈다. 이 이산화황은 얇은 황산 연무(煙霧)층을 형성해 햇빛을 가렸고, 이후 3년가량 지구 기온을 예년보다 0.2~0.5°C 떨어뜨렸다.
 


1815년 인도네시아에서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더 심각했다. 이산화황 화산재가 고도 44㎞까지 치솟았다. 그해 전세계 평균기온이 5°C 하강하고, 이듬해인 1816년에는 여름이 실종됐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 화산 폭발은 성층권에 많은 양의 반사 입자인 이산화황 연무질(煙霧質·aerosol)을 의도적으로 주입해도, 지구 온도가 급속히 내려간다는 강력한 증거가 됐다.
 


UNEP 보고서에 따르면, 개발도상국들이 지구온난화에 대처하려면 2050년까지 연간 5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들 국가는 재정 능력이나 전문성, 정치적 의지가 모두 부족하다. 반면에 이산화황 살포와 같은 방식으로 지구 온도를 1°C를 낮추는 데 드는 비용은 연간 수백억 달러에 불과하다. 이 보고서는 “많은 양의 에어로졸을 상층권에 주입하는 기술은 그리 복잡하지 않아, 10년 내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엔 보고서가 나온 날, 하버드ㆍ컬럼비아대,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과학자 60여 명도 “기후 변화의 영향은 명백하고 시급해, SRM에 대한 철저한 연구가 시작돼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그러나 지구 성층권을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대기 환경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멕시코 정부는 지난 1월 중순 한 민간기업이 독단적으로 이산화황을 성층권에 뿌려 햇빛을 가리는 실험을 하자, 자국 내에서의 SRM 실험을 전면 금지시켰다. 


달 먼지를 태양과 지구 사이로 발사해 그늘 만들자
이런 우려 탓에, 나온 것이 우주에서 지구에 닿는 태양 에너지를 조절하는 방안이다. 지난달 8일 유타대와 하버드대의 이론 천체물리학자들은 PLOS 기후 저널에 “달에서 태양ㆍ지구 사이의 라그랑주 포인트 1(L1)로 달의 흙먼지(레골리스)를 쏴서, L1 지역에 그늘을 형성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태양 에너지의 1.8%만 줄여도, 지구에서 연간 6일의 흐린 날을 추가하는 효과를 내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라그랑주 포인트는 두 개의 천체 사이에서 중력과 원심력이 상쇄해 실질적으로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물체가 정지할 수 있는 지점을 말한다. L1은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150만 ㎞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태양ㆍ지구ㆍ달의 일직선 상에서 달 너머에 있는 L2에는 현재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이 있다.


 


연구를 주도한 벤저민 브롬리 유타대 교수는 “달 먼지는 다공성(多孔性)이 높고, 소광(消光) 효과도 뛰어난 부드러운 알갱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통해, L1에 투입한 달 먼지 테스트 입자가 흩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L1, L2와 같은 라그랑주 포인트는 중력이 없어 물체가 정지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량 6500㎏인 L2의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달리, 입자 크기가 마이크론(1㎜의 1000분의1) 단위인 달 먼지는 태양풍ㆍ복사 등에 의해서도 쉽게 움직여, 연구진은 잠시만 지구에 그늘을 제공하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브롬리 교수는 “연간 약 1000만 톤의 달 먼지를 며칠 간격으로 계속 쏴서 지구에 그늘을 제공하면, 1년에 5~6일의 흐린 날을 추가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달에서 전기에너지로 물체를 투사하는 레일건으로 달 먼지를 쏘는 방법을 제시하며 “달 중력은 지구의 6분의1에 불과해서 발사 비용도 지표면보다 훨씬 적게 든다”고 말했다. 이렇게 발사된 달 먼지는 며칠만 L1에 머물고 이후 우주로 흩어지므로, 지구 대기권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현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중국은 2028년, 미국은 2034년이 돼야 달에 첫 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호주국립대(ANU)의 아론 탕 기후 관련 연구원은 “달에 제대로 기능을 갖춘 먼지 채굴 및 발사 기지를 건설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릴 것이고, 레일건은 달의 무기화 논쟁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국제사회엔 달 자원을 발굴해 쓸 권리와 관련해, 합의된 관리 방식(governance)도 없다.  


브라질만 한 면적의 우주 버블·우주 미러 
작년 7월 MIT의 연구원들은 일종의 파라솔(parasol) 개념인 스페이스 버블 방안을 제안했다. 실리콘 재질로 된 얇은 막(膜)을, 라그랑주 포인트 L1에 설치하자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확장될 이 스크린의 최종 크기는 폭이 2000㎞로, 브라질 크기만 하다. 그러나 이 버블 스크린의 중량은 1㎡ 당 1.5g에 불과하고, 박막을 구성하는 기포는 우주에서 팽창한다. 또 기포 필름의 두께에 미묘한 변화를 줘, 태양 복사의 다양한 파장을 반사하도록 했다.
 


MIT 연구진은 “-50°C의 기온과 0.003 기압(atm)의 실험실 환경에서, 박막 기포를 팽창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우주의 평균 기온은 -270°가량이고, 1기압(atm)은 지구 해수면에서의 대기압을 뜻한다. MIT의 연구원 칼로 라티는 “태양빛을 1.8% 줄일 수 있다면, 현재의 지구온난화 효과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달 먼지 살포ㆍ스페이스 버블과 비슷하게 지구에 ‘그림자’를 지게 하는 개념으로 우주 거울도 있다. 이 또한 브라질만한 크기의 거울을 L1에 설치하자는 것이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폭 6.5m의 접힌 거울이 발사된 뒤 지구에서 150만 ㎞ 떨어진 L2에서 펴졌듯이, 수많은 접이식 거울을 순차적으로 발사하자는 것이다. 


 


작년 10월 랜드(RAND) 코퍼레이션의 한 블로그는 “스페이스 미러는 우주 기반 태양광 발전이라는 신(新)재생 에너지원으로서 이중 목적으로 지닐 수 있고, 우주에서 선점자(先占者)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헬륨을 채운 알루미늄 풍선을 띄우는 안, 토성처럼 지구 둘레에 인공 입자로 이뤄진 고리를 설치하자는 안 등도 있다. 사이언스 매거진은 “ 10~20년 내에 지구가 절망적인 온도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성층권에 이산화황 에어로졸 살포
그러나 지구온난화를 막을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논의되는 지구공학 기술은 지표면 10~50㎞의 성층권에 화산재와 같은 성분인 이산화황 에어로졸을 살포해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다시 우주로 굴절시키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성층권 에어로졸 투입(SAIㆍstratospheric aerosol injection)은 컴퓨터 모델에 따르면, 일부 지역에서 강우(降雨) 패턴의 변화를 일으키고, 미립자를 추가로 대기권에 방출하면 예상치 못했던 화학반응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산화황은 산성비를 초래하며, 지속적인 사용은 오존층 파괴를 증가할 수도 있다. 


예일대의 기후변화 학자인 웨이크 스미스 교수는 “장기적으로 연간 수십억 달러의 비용으로 이런 황산염 살포가 가능해지면, 초대형 탄소 배출국가나 기업들은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다”며 “이런 방식으로 온난화 영향이 인위적으로 둔화되면, 국제사회는 배출가스 생산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계속 외면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태양 지구공학적인 SRM 방식이 온난화 방지라는 효과를 거둔다 할지라도, 이후에 어떤 이유에서든 끝나게 되면 기온이 다시 급등하면서 전세계는 토지 황폐화와 세계적인 기근, 동식물 멸종이라는 ‘종료 충격(termination shock)’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