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스타링크 막아라!
중국, 가을에 위성 군대 작전

저궤도 통신용 위성 9월 발사
미국은 현재 4700개, 중국은 368개  
스타링크 위력 실감한 중국
미국 위성 집중 견제 나서
1만3000개 위성 띄울 계획
창정 5 로켓 1200번 발사해야

지난 2일 중국의 관영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이 9월 첫발사를 시작으로 매우 낮은 고도의 저궤도(LEO)에 통신용 군집(群集)위성을 띄운다”고 보도했다. 발사 주체는 중국의 대표적인 우주개발 국영기업 중 하나인 중국우주항공과학산업(CASIC). 로켓과 우주선, 미사일 시스템을 설계 제조하는 곳이다.
중국은 이미 2020년에 약 1만3000개의 저궤도 군집위성을 쏴 올리겠다고 발표했었다. 그러나 이후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 현재 미국의 저궤도 위성은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에 힘입어 4700여 개(작년 5월1일 기준)에 달하지만, 중국은 368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중국은 아예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사가 현재 저궤도에서 운용하는 3700여 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저지하겠다는 목표까지 세웠다. 지난달 2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 정부는 스타링크가 저궤도 자원을 독차지하지 못하게, 약 1만3000개의 위성을 신속하게 발사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코드명(名)이 GW인 중국 군집위성 프로젝트의 공식 이름은 궈왕(Guowang·國網). 구축 완성 목표시점은 2027년이다. 스타링크와 원웹 등 서방의 인터넷 통신위성망이 저궤도에 먼저 진출했지만, 중동·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파트너 국가들을 중심으로 궈왕 시장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GW 위성에, 스타링크와 같은 경쟁 위성을 재밍(jamming)하거나 레이저를 발사해 불능화하는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냈다. 


중국이 1만3000개의 위성을 신속하게 발사하려면, 이를 제조하고 발사할 중국 내 민영 우주기업들도 덩달아 활기를 띠게 된다. 중국이 저궤도의 경제·안보적 가치에 주목하면서, 미국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스타링크 네트워크가 완성되기 전에 신속 배치”
중국은 애초 2020년에 국제통신연맹(ITU)에 고도 500~1145㎞에 1만29992개의 GW 위성을 띄우겠다는 계획을 제출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4월 이 위성들을 운용할 국영 기업인 중국위성네트워크집단(中国卫星网络集团·SatNet)을 설립했다. SatNet은 중국의 대표적인 우주개발 국영기업인 CASIC과 중국항천(CASC)이 개발한 저궤도 군집위성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그런데 CASIC이 9월부터 발사하겠다는 군집위성의 궤도는 애초 ITU에 제출한 것보다도 훨씬 낮은 고도 150~300㎞다. 고해상도의 이미지를 촬영ㆍ처리해 휴대용 수신기로 바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지구와 위성 간 거리가 짧아지면, 위성 1개가 커버하는 지역은 그만큼 좁아지지만 통신 지연시간(latency)은 단축된다. 현재 고도 525㎞, 530㎞, 535㎞에 위치한 스타링크의 지연시간은 40~50ms(microsecond·100만분의1초)다.  따라서 중국의 저궤도 군집위성은 이론상으로는 스타링크보다 전송 속도가 빠르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위원이자 CASIC의 고위 임원인 송샤오밍은 글로벌타임스에 “CASIC는 스타링크보다 더 낮은 고도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연구개발 비용은 적게 들고 반응 속도는 더 빠른 위성 네크워크를 구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SatNet과 함께 궈왕(GW) 구축 전략에 관여하는 중국인민해방군의 전략지원군 항공우주공학대학(SEU)의 쉬칸 교수는 지난달 15일 보고서에서 “GW는 스타링크 위성군집이 저궤도 공간을 선점하기 전에 신속히 배치돼, 스타링크가 없는 궤도의 이점과 기회를 활용해 스타링크를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을 2027년까지 1만2000개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GW는 같은 기간 내에 약1만3000개를 배치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서방 분석가들은 중국이 실제 띄울 수 있는 저궤도 위성 수는 4000개 정도일 것으로 전망한다. 이는 3월 현재 스타링크 위성 수(3700여 개)와 비슷하다. 쉬칸 교수는 “GW는 스타링크 위성들을 장기간 근거리에서 관찰·추적하고, 필요하면 불능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스타링크의 ‘무기화’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 
스타링크 위성군집이 완성되는 최종 숫자는 4만2000개다. 제프 베이조스의 카이퍼(Kuiper) 시스템도 10년 내에 3236개의 위성을 띄운다.  


중국은 스타링크 위성이 미 국방부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감시 센서로 우주 환경을 모니터하고, 궤도 내 기동성을 이용해 가까운 거리의 타깃 위성을 적극적으로 공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은 또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상업위성 스타링크가 제공하는 인터넷 통신이 우크라이나군의 작전 수행에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도 목격했다. 쉬칸은 “중국의 위성 감시 및 방어 능력은 위성 4만 개가 지구 전체를 덮는 우주 환경을 감당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이 탓에, 보다 강력한 레이더로 스타링크 위성을 식별·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GW 프로젝트는 스타링크에 대한 ‘직접적인 파괴’ 공격을 명시하지는 않았다. 스타링크 파괴는 저궤도에 수많은 우주 파편을 초래, 우주를 지속적으로 이용·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파괴하기 때문이다. 쉬칸은 대신에 “레이저나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무기를 배치해, 중국의 민감한 지역 상공을 지나는 스타링크 위성을 불능화시키는 ‘연성(軟性) 피해’를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군 관련 위성을 지구 정지궤도에서 중·저궤도의 위성군집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미국도 중국의 이 같은 저궤도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한다. 미 우주군의 B 챈스 설츠먼 우주작전사령관은 지난 14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중국의 우주기술 무기화는 가장 임박한 위협”이라며 “중국은 미군의 작전이 위성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을 알기 때문에, 우리의 눈을 멀게 하고 우리 위성을 간섭하고 파괴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이 위성들을 붙잡아(grappling) 견인하는 위성, 위성의 센서를 방해·무력화하는 지상 발사 레이저 무기, GPS와 통신 위성을 재밍하는 전자파 공격, 궤도를 돌며 공격하는 위성 등을 계속 개발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5년 스타링크 계획 발표 뒤, 바로 대응 나서
중국의 저궤도 군집위성 개발은 2015년 1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했다. 첫번째 스타링크 위성이 발사된 것은 2019년이었지만, 중국도 바로 다음해부터 대응책에 나섰다. 2016년 11월 국영기업인 중국항천(CASC)은 총 320여 개의 저궤도 위성으로 구성된 중국판 스타링크인 홍얀(鸿雁)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2022년까지 먼저 60개의 위성을 쏜다는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2018년에 시범 위성인 홍얀-1호를 발사하고 끝났다.
 


그 다음에 나온 것이 중국우주항공과학산업(CASIC)이 주도한 홍윤(鴻運) 프로젝트였다. 중국 내 오지를 인터넷 통신위성으로 모두 864개의 위성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2017년 4개를 발사하고 흐지부지됐다. 또 2014년 중국 정부가 우주산업 분야를 민간에 개방하면서, 작년 3월 6개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발사한 갤럭시 스페이스를 비롯해, 5G 통신과 사물인터넷용 통신을 목표로 한 다수의 민간 위성 제조·사업자가 생겨났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홍얀·홍윤을 대체한 것은 궈왕(GW)이다. 또 홍얀과 홍윤이 중국 내수용이었다면, GW는 글로벌 저궤도 통신 시장을 노린다.


1만3000개 GW 위성망 완성하려면 창정 5 로켓 1200번 발사해야
현재 중국의 주력 중량발사체는 창정(長程) 5B(CZ-5·Long March 5B) 로켓이다. 저궤도까지의 탑재 중량은 25톤. CZ-5B는 작년에 중국의 우주정거장인 톈궁(天宮)의 마지막 모듈을 발사했고, 내년 말에는 중국판 허블 우주망원경인 CSST(순톈·巡天)을 발사한다. 그러나 평소에는 단일 품목으로 25톤에 달하는 탑재물이 드물고, 창정 로켓을 제조하는 중국발사체기술연구원은 작년 11월 “2023년에는 GW 군집위성을 탑재해 발사 회수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GW 위성의 무게가 스타링크 위성처럼 최대 260㎏라고 추정한다면, 한 번에 80개 이상씩 탑재한다고 해도 CZ-5를 1200번 쏴 올려야 한다. CZ-5는 재사용 발사체도 아니다.  
 

중국 내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 9에 해당하는 CZ-9, 이 보다도 탑재능력이 월등한 수퍼 발사체, 재사용 발사체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에는 GW 군집위성도 한몫을 했다. 또 위성 1만3000개를 제조하려면, 연간 생산능력이 각각 200개 정도인 CASC, CASIC 같은 국영기업만 갖고는 부족하다. 중국 민간 위성제조사들의 참여가 불가피하다.
 
우주 전문가들은 GW 위성군집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BRI) 프로젝트에 참여한 동부유럽·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지의 국가들에게서 시장은 확보될 것으로 본다. 중국은 2016년 BRI 프로젝트에 ‘우주정보회랑(Space Information Corridor)’을 추가했다. 유로컨설트의 선임연구원인 블레이니 쿠르쵸는 “벨라루스, 파키스탄,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라오스와 같이 기존에 중국에서 정지궤도(GEO) 위성을 구입하던 나라들도 중국의 GW 통신 서비스에 끌릴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완도 저궤도 군집위성 개발에 나서
흥미롭게도, 중국의 침공 위협에 시달리는 타이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스타링크가 보여준 위력에 주목해 저궤도 군집위성 개발에 나섰다. 지난 1월 타이완국립우주계획국(TASA)은 안보와 상업 목적으로 120~150개의 위성으로 저궤도 통신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국내외에서 투자가를 모집했다. TASA는 타이완 전역에 700개가량의 저궤도 위성 수신장치를 설치해, 전쟁·재난 시에 대역폭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