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년 초기 우주서
합체 중인 퀘이사 포착

퀘이사 간 간격 1만 광년 밖에 안 될 정도로 합체 상당히 진행

 

빅뱅 이후 약 30억년 밖에 안 지난 초기 우주에서 합체되는 은하의 중심에서 중력으로 묶여있는 한 쌍의 퀘이사(quasar)가 밝게 빛나는 아주 드문 광경이 포착돼 학계에 보고됐다. 

 

별처럼 밝게 빛이 난다고 해 '준성'(準星)으로도 불리는 퀘이사는 초대질량블랙홀이 주변의 물질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은하보다 더 밝게 빛나는 것을 지칭한다. 대형 타원은하로 합체 중인 은하에서 이전 은하의 중심에 있던 초대질량블랙홀이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서로 가까이 붙어 통합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천문학연구 대학연맹'(AURA) 등에 따르면 일리노이대학 천문학 조교수 선웨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초기 우주에서 합체 중인 은하의 퀘이사 쌍을 관측한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허블 우주망원경을 통해 이를 처음 찾아낸 뒤 가이아 위성 관측 자료와 하와이에 있는 '제미니 노스' 망원경, 찬드라 X선 망원경, 전파망원경 칼 G. 잰스키 초대형 배열(VLA) 등 다양한 망원경을 동원해 쌍 퀘이사라는 점을 확인했다.

 

선 조교수는 "확인 과정은 쉽지 않았다"면서 "두 개로 보이는 퀘이사가 중력렌즈 효과가 아니라 실제 한 쌍의 퀘이사라는 점을 확인하는데 X선부터 전파에 이르는 다양한 전자기파 망원경을 동원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빅뱅 이후 30억년 밖에 안 돼 별이 한창 만들어지던 '우주 정오'(cosmic noon)에 같은 은하 안에서 한 쌍의 초대질량블랙홀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이전에도 합체 중인 은하 안에서 두 개의 블랙홀이 관측된 적이 있었지만 은하가 두 개로 분명하게 구분이 가능한 초기 단계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퀘이사 간 간격이 약 1만 광년으로 은하 하나의 거리가 안 될 정도로 붙어있었다. 이는 기존 은하들이 합체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는 점을 나타낸다.      

 

 

연구팀은 초기 은하에서 이처럼 서로 붙어있는 초대질량블랙홀을 찾아내는 것은 건초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두 블랙홀이 동시에 주변 물질을 빨아들이며 밝게 빛나는 퀘이사라야 하기 때문이다.

 

일리노이대학 리우신 교수는 이번 관측 결과와 관련,  "초기 쌍 퀘이사에 관해 빙산의 일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면서 "쌍 퀘이사 존재에 관해 말해주고, 간격이 은하 하나가 안 되는 쌍 퀘이사를 찾아낼 수 있는 방법도 갖게 해줬다"고 했다. 논문 제1저자인 박사과정 대학원생 천위칭은 작은 은하들이 합쳐 대형 은하와 더 큰 구조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합체되는 은하 안에서 초대질량블랙홀이 쌍으로 존재할 수 있다면서 "블랙홀의 조상에 관해 알게되면 초기 우주에서 초대질량블랙홀의 출현과 은하 간 합체의 빈도 등에 관해서 말해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