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흙먼지까지 준비,
여기는 '또 하나의 화성'

NASA, 화성 환경과 똑같이 만든 48평 실험공간 공개
총 4명 뽑아, 6월부터 1년간 거주할 예정

거주공간은 3D 프린터로 만들어 
과학 실험에 채소도 키워 먹어

외부와 단절된 화성에서 1년 보내는 것이
육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 미치는지 관찰

미 항공우주국(NASA)은 11일 우주인 4명이 외부와 단절돼, 1년간 화성 거주 실험을 할 공간인 ‘화성사구(沙丘)알파(Mars Dune Alpha)’를 언론에 공개했다. 주변 스크린을 통해 마치 화성의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분지에 설치된 듯한 이 거주 공간의 밖을 걸으면 붉은 흙먼지가 실제로 일어난다. 이 화성 거주지 밖에 놓인 장비와 태양광 패널엔 이미 붉은 빛의 흙먼지가 얇게 쌓였다.
 


하지만 이 화성 거주 실험공간이 실제로 설치된 곳은, 애리조나 사막도 아니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NASA 존슨우주센터의 흰색 창고 안이다. 실험공간의 전체 면적은 160㎡(약 48평). 이 거주지는 4개의 개인 공간과 샤워부스, 1개의 화장실, 실험ㆍ작업 공간, 거실, 의료 처치를 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나뉘어진다.
 


이 거주지는 대형 3D 프린터로 건축물을 제조하는 미국의 아이콘(ICON)사가 내구성(耐久性)이 강하면서 3D 제조에 용이한 소재로 개발한 특수콘크리트 혼합물인 라바크리트(lavacrete)를 사용해 만들었다. 
 


NASA 측은 3D 프린터로 화성 기지를 건축한 이유로 “다른 행성에 구조물을 짓기 위해 지구에서 여러 번 로켓을 발사해 건축 자재물을 실어 나르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실제로는 접착성이 강한 소재로 3D 제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화성 실험공간은 또 NASA가 앞으로 화성의 흙으로 화성 표면에서 지으려고 하는 구조물에도 흡사하다고 한다.


48평의 공간에서, 실험 우주인 4명은 과학 실험도 하고, 채소도 키워 먹는다. 의료진은 외부와 단절된 화성에서 1년 보내는 것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위해, 이들을 정기적으로 관찰 검사한다.


”1년간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스트레스 상황 제공”
이 화성 거주 실험을 주관하는 NASA의 ‘우주인 건강·수행 탐험 유사 실험(CHAPEA·Crew Health and Performance Exploration Analog)’의 책임조사관인 그레이스 더글러스는 “4명이 1년간 제한된 자원을 갖고 좁은 공간에서 살 때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파악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우주인들은 고도 400㎞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6개월씩 살았다. 그러나 더글러스는 “저궤도에서 달·화성으로 옮겨가면, 인간은 ISS에서보다 훨씬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야 하고 지구가 보내는 도움의 손길은 훨씬 멀다”고 말했다.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짧아도 5460만㎞ 떨어져 있다.  
 


NASA에서 우주 비행 환경이 우주인의 사고(思考)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수잔 벨 박사는 “4명에게 극한의 환경에서 1년간 함께 잘 지낼 뿐 아니라, 멋진 협업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빠르면 2030년대에 우주인을 화성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실험은 그때까지 진행될 일련의 실험 중 하나다. 첫번째 화성 미션은 가는 데만 9개월 걸리고, 우주인들은 2년 반을 화성에서 보내고 돌아온다. 화성 우주선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달 궤도에 건설하는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우주에 흡사한 지구의 극한 환경서도 실험 진행 
NASA 측은 비용·규모·도전적 환경 측면에서 무슨 실험을 하든지 우주보다는 지구에서 하는 것이 그나마 좀 쉽다고 말한다. 그래서 NASA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인체가 겪는 골밀도·근육 손실 정도를 알기 위해서, ISS에서 장기 체류하고 돌아온 우주인들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지상에서 병원 침대에 장기간 누워있는 인체의 상태를 측정하기도 한다. 또 오랫동안 햇빛을 쬐지 못한 사람의 비타민D 수치 변화를 알려고, NASA 소속 우주인들을 남극 실험기지로 보낸다. 산화 스트레스 변화를 알기 위해, 우주인들은 해저로도 간다. 폐쇄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 화성 거주지를 만든다.


NASA는 이 화성 거주실험에 투입할 4명을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NASA 우주인단 중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석사 이상 소지자로서, 육체·심리적으로 적합한 사람들을 고를 예정이라고 한다.

 


실험 우주인들은 이곳의 실내 온실에서 토마토와 잎사귀 채소를 길러 먹는다. 화성에서 이렇게 채소를 재배해 먹는 방법의 실제 효용성과 타당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또 이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NASA 과학자들이 분석해서, 우주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생산하는데 참고한다. 


외부와의 통신도 화성처럼 22분 지연
심지어 실험 우주인이 바깥의 존슨우주센터와 통신할 때에도 22분의 지연 시간이 발생한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통신 지연 현상을 똑같이 경험하기 위해서다.
 


이 CHAPEA 실험 거주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거주지 밖에 111㎡ 규모로 설치된 화성 표면을 닮은 모래바닥이다. 실험 우주인들이 거주지 밖으로 나가려면 모의 우주복을 입고, 모의 에어로크(airlock) 공간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2인 1조로 짝을 지어서 화성 표면 걷기(Marswalks)를 한다. 눈에 보이는 주변을 화성 이미지로 장식한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속에서 트레드밀로 수 시간씩 화성 표면을 걷는다. 

 


우주인들은 또 관심이 있는 돌을 확인해서 촬영하고 거주지 내부로 가져가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앞으로 탐사 지역이 확대되면서 구조물을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현장 주변에 대한 분석 능력도 키워야 한다. 우주인들은 거주지의 구조물도 계속 수리하고, 쌓이는 먼지도 제거해야 한다.


NASA는 단지 고립감뿐 아니라, 실험 우주인들이 화성 거주 시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가할 계획이다. 제공되는 식량은 제한돼 있어, 4명은 1년 내내 배급에 주의해야 한다. 또 장비는 자주 고장 나고 작업량은 막대한 환경을 조성해, 우주인들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는지 파악한다. 

 


실험 우주인들은 정기적으로 혈액 샘플을 제출하며, 원격으로 심리 테스트를 받는다. 벨 박사는 “사람이 1년 고립됐을 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실험 우주인들이 장기적으로 고립되고 속박된 상태에서 보일 스트레스 반응에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험 우주인이 끝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다면? 더글러스는 “참가 우주인이 원한다면 이 실험 거주공간을 떠날 수 있지만, 2명씩 교대조가 교체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