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이렇게 또
'소중한 실패'를 얻어냈다

스타십 발사 실패했지만...
화성행 도전은 계속된다
‘실패의 극복’ 통해 전세계에 깊은 영감 줘

머스크 " 멀리 날아간 뒤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나는 그 정도라도 성공으로 간주할 것
스타십 로켓 올해 궤도에 오를 전망 80%”

20일 스타십 발사는 전세계 우주항공 산업계의 최대 이벤트였다. 이 탓에, 평소 말을 아끼지 않던 일론 머스크도 지나친 기대감을 낮추려고 애썼다. 그는 16일 트위터에 “로켓이 발사대에서 멀리 날아간 뒤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다면, 나는 그 정도라도 성공으로 간주하겠다”며 “제발 발사대에서 폭발하지만 않았으면”이라고 썼다. 머스크는 3월7일 모건스탠리 컨퍼런스에서도 “스타십이 궤도에 오를 확률은 ‘희망적으로’ 50%”라며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흥분은 보장한다.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스페이스X가 현재 제조 중인 여러 대의 스타십 로켓 중 하나가 올해 궤도에 오를 전망은 80%쯤 된다”고 덧붙였다. 


지상 최대의 발사체인 스타십의 궤도 비행 실패는 아쉬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또 스타십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기업으로서 스페이스X의 미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는 20일의 첫 비행 테스트 결과에 달려 있지 않다. 스페이스는 실제로 성공만큼이나 ‘거듭된 실패의 극복’을 통해서 전세계 우주산업계에 영감을 줬다. 스페이스X는 처음 개발한 1단 로켓 팰컨1부터, 현재 이 회사의 대표적인 로켓이 될 팰컨9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매번 교훈을 얻었다. 그 결과 머스크의 개인 기업인 스페이스X는 투자가들 간에 최소 1370억 달러(약180조 원ㆍ지난 1월말 기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작년에 ‘100% 발사 성공ㆍ부스터 회수’ 대기록 세우기까지…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최초 개발한 팰컨1 로켓부터 실패를 되풀이했다. 스페이스X는 2006년과 2007년 팰컨1을 발사했지만, 둘 다 실패했다. 한번 녹슨 나사가, 또 한번은 엔진이 너무 일찍 꺼진 것이 원인이었다. 스페이스X는 2008년 8월 세번째 팰컨1을 발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초소형 위성들을 탑재했고, 우주장례 업체의 의뢰로 인기 TV 드라마였던 ‘스타트렉(Star Trek)’의 배우 제임스 “스카티” 두언의 유골함도 갖고 올라갔다. 그러나 공중 폭발했고, 탑재물은 모두 사라졌다. 이 실패로 스페이스X는 거의 문을 닫을 뻔했다. 머스크는 그의 페이팔(Paypal) 마피아 동료였던 억만장자 피터 틸(Thiel)의 투자로 간신히 회생했다.


2015년 머스크의 생일인 6월28일 쏴 올린 팰컨9 로켓은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는 화물을 탑재하고 이륙했지만, 발사 2분만에 폭발했다. 2016년 9월에는 발사 직전에 연료 주입 중이던 팰컨9이 폭발하기도 했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스페이스X의 부스터 로켓 착륙ㆍ회수도 큰 실패를 수 차례 겪었다. 스페이스X는 2013년 화물 드래건 캡슐을 ISS에 보낸 발사체 팰컨9의 부스터를 회수하려고 했지만, 부스터 로켓은 바다에 떨어져 파괴됐다. 2014년 4월엔 바지(barge)선에 착륙시키려던 부스터 로켓이 바지선 모서리와 부딪혀 파괴됐다. 이후에도 착륙 실패는 몇차례 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작년에 스페이스X는 61차례 팰컨9과 팰컨 헤비 로켓을 발사해 100% 성공을 거뒀다. 또 모든 부스터 로켓을 성공적으로 착륙시켜 회수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팰컨9의 한 부스터 로켓은 지금까지 15번 착륙했다. 

 

호퍼의 ‘깡충 뛰기’에서 시작한 스타십 개발
머스크는 2016년 9월에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 스타십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고, 2018년부터 스타십 개발에 착수했다. 스페이스X 내부에선 팰컨 로켓보다 더 크다고 해, ‘BFR(빅 팰컨 로켓)’이라고 불렸다. 스페이스X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모델(prototype)을 만들면서 구조를 바꾸고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 괄목할 만한 개선은 종종 폭발 사고 이후에 일어났다. 


시작은 ‘작은 점프’였다.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만든 스타십 호퍼(Hopper)는 1개의 랩터 엔진을 달고 2019년 7월과 8월 지상 150m까지 올라갔다가 수직으로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은 지금과 같이 제대로 스타십의 모양을 갖춘 모델인 SN5였다. 역시 150m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SN은 시리얼 넘버(Serial Number)를 뜻하는 약자(略字)다. SN1~4 모델은 발사대에 세워지지도 못했다. SN6로도 150m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깡충 뛰기(hopping)’ 수준이었다.

 


2020년 8월의 SN8 모델부터는 본격적인 고고도(高高度) 시험이었다. SN8은 고도 10㎞까지 오른 뒤 엔진을 껐고, 기체를 기울여 수평으로(belly flopping) 자세를 잡았다. 마치 패러글라이더들이 몸을 활짝 펴듯이, 공기 저항을 높여 하강 속도를 줄이려는 기동(機動)이었다. 그리고 착륙 직전에 다시 수직으로 기체를 일으켜 연(軟)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경(硬)착륙이었고, 폭발했다. 2021년 2월2일의 SN9는 더 세게 착륙했고, 불길에 싸였다. 이어 3월4일 SN10은 무결점 착륙에 성공했지만, 수분 뒤에 폭발했다. 착륙 시에 받은 충격으로 연료가 새면서 또 폭발했다. 이어 SN11도 공중 폭발.


 


기념비적인 순간은 2021년 5월5일에 왔다. SN15 모델은 모든 기동을 수행하고 안전하게 착륙했다. SN8부터 저고도 수직 상승 및 착륙 시험을 한 지 다섯 번째만의 성공이었다. 이후 스페이스X는 스타십 우주선과 부스터 로켓이 하나가 되는 궤도 비행 준비에 주력했다. 수퍼 헤비의 모델인 BN7(Booster Number 7)은 지난 2월, 33개의 랩터 엔진 중에서 31개 엔진이 정상적으로 점화가 되는 지상 연소 시험(static fire)에 성공했다. 17일 발사는 스타십과 헤비 부스터가 처음으로 합쳐져 발사되는 테스트였다.


성공의 정의(定義)는 ‘얼마나 배우느냐’에 달려
모든 로켓이 그렇듯이, 매우 정교한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결함이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X 내부의 개발ㆍ테스트 단계에선 ‘성공’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스페이스X 웹사이트는 이날 발사를 앞두고 “이런 로켓과 같은 테스트에서 성공은 우리가 얼마나 배울 수 있느냐로 측정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출신 직원들은 미 언론에 “안전 사고가 아닌 한, 개선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위험 감수는 장려되는 기업 분위기”라고 말한다.


스페이스X 출신의 한 엔지니어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첫번째 비행 시험이 어떤 결과를 내든지, 분명히 고칠 것이 있고 따라서 다시 제조ㆍ생산 라인으로 보내 고치고 다시 발사한다”며 “이는 아주 정밀성을 요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00번은 쏴야 사람 태울 수 있다”
NASA는 2025년 말까지 달 탐사ㆍ개발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3단계에서 스타십을 달 궤도와 달표면을 오가는 왕복선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이와 관련해 NASA와 3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상태다. 달 이ㆍ착륙용 스타십은 달의 중력과 먼지(레골리스) 등을 고려한 ‘달 버전(version)’ 스타십이다. 이날 발사 실패로, 가뜩이나 더딘 스타십 개발 진척도를 우려했던 NASA 내 일부의 근심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CEO 그윈 숏웰은 지난 2월 지상 연소시험을 앞두고 “이 머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르테미스 3단계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기 전까지 최소한 100번은 시험 발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 최강의 로켓
스타십 로켓은 길이 120m에 1650만 파운드(약7485톤)의 추력을 내는, 현존하는 지구 최강의 로켓이다. 개당 추력이 50만 파운드에 달하는 랩터 엔진이 수퍼 헤비 부스터 로켓에 33개, 스타십 우주선에 6개 장착된다. 스페이스X는 팰컨 로켓에 들어가는 멀린(Merlin) 엔진과는 별도로, 스타십을 위해 랩터를 새로 개발했다. 


 

스타십의 추력은 NASA가 개발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SLS(우주발사시스템)의 배에 달한다. 저궤도까지의 탑재 능력을 비교해도, 스타십이 최대 250톤(재사용 부스터는 150톤), SLS는 약 100톤이다.
머스크의 꿈은 스타십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화성으로 이주시켜 새로운 행성 거주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작년 6월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처럼, 1000대 이상의 스타십을 제조해서 생명체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밝혔다. 화성에 사람이 살게 되는 시점과 관련, 머스크는 지난 2월10일 “나는 선천적으로 낙관적이라, 5년 뒤는 가능하고, 10년 뒤에는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트윗했다.


’궤도 비행’ 성공 이후엔 ‘완전 재사용 로켓’ 증명해야
이제 스페이스X의 급선무는 스타십의 궤도 비행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는 스타십의 부스터 로켓과 우주선(스타십) 모두를 회수ㆍ재사용하는 기술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 스페이스X의 대표 로켓인 팰컨9과 팰컨 헤비는 부스터 로켓만 회수해 재사용한다. 머스크도 2021년 한 행사에서 “전부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는 없었다. 나 역시 우리가 실제로 그런 것을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부스터 로켓은 발사와 단(段) 분리 임무를 마친 뒤 재착륙을 하기 위한 추가 장치와 연료를 갖고 있어야 하고, 부스터 로켓과 궤도로 쏴 올린 스타십 모두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1500~2000도의 마찰열을 견뎌야 한다. 물론 스페이스X는 지금도 팰컨9과 팰컨 헤비에서 1단 부스터 로켓을 모두 회수해서 재사용하며, 스페이스X의 유인ㆍ화물 수송 드래곤 캡슐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간다. 그러나 스타십은 엔진과 기체 재질, 추력, 크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로켓이다.


스페이스X와 마찬가지로, 로켓 전체를 재사용하는 발사체를 개발 중인 스토크 스페이스의 공동 창업자 앤디 랩사는 “이런 발사체를 디자인해서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다”며 “전에 할 수 있었던 것을 재연(再演)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개인 기업이라, 스타십 개발에 들어간 투자비를 공개하지 않는다. 텍사스주의 스타베이스 기지에는 로켓 제조와 발사대 구조 건설과 관련해 1800명이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