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하늘길,
요즘 왜 핫플레이스?

[플로리다 상공 놓고 로켓과 여객기 경쟁 치열]
지난해 미국 92건 로켓 발사 중 57건이 플로리다
올해는 90건 이상이 발사될 예정
코로나 폐쇄 풀리면서 관광객 태운 여객기들 몰려
로켓 발사될 땐, 상공 일시적 폐쇄
상공 교통 정리, FAA도 골치

17일 1단 부스터인 수퍼 헤비(Super Heavy)의 압력 문제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발사가 무산됐지만, 약1시간30분 간 스타십이 발사될 예정이었던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발사기지 주변 공역(空域)은 폐쇄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승인한 스타십의 다음 발사일은 20일 오전(미 동부시간 기준). 62분의 발사기간이 부여됐다. 이 시간대엔 마찬가지로 인근 하늘에서 일체의 다른 항공 활동이 금지된다. FAA는 미국 공역을 감시하며, 기상(氣像)·군사적 이슈·기술적 결함 등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방해받는 것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미 국내에선 하루 평균 290만 명이 1만9000곳의 공항에서 4만5000편 이상의 여객기로 이동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도 로켓 발사로 인한 특정 지역의 하늘을 폐쇄하는 일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민간 로켓 발사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서 공역을 교통 정리해야 하는 FAA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FAA는 작년에 미 전체 공역에서 92건의 로켓 발사를 관리했다. 2021년에 비해 33%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심각한 곳은 지리적으로 주(州)의 중간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우주센터와, 이웃한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가 있는 플로리다주. 작년 미국 전체 92건의 로켓 발사 중 57건이 플로리다의 이 두 곳에서 이뤄졌다. 올해는 90건 이상이 발사될 예정이다. 그러나 플로리다는 코로나 폐쇄가 풀리면서 미국 안팎에서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휴양지들이 몰린 곳이기도 하다. 결국 같은 공역을 놓고, 로켓과 여객기들이 다투게 된 것이다. 게다가 플로리다 공항들은 한 해 수개월간 허리케인 등의 악천후로 인해 종종 여객기 운항이 중단된다. 

 

FAA는 로켓 발사·우주선 재진입 시에 상당한 규모의 공역을 폐쇄한다. FAA는 이 경우 보통 이 공역을 평소 이용하는 여객기들에 노선 변경을 지시하는데, 이는 항공사들에 추가로 연료비 부담을 유발하게 된다. 또 한 공항의 지연은 계속 다른 공항으로 번지는 연쇄 파급효과를 발생한다. 지난 2월 CN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미 항공사들과 여행객들은 항공기 운항 지연 원인의 55%를 차지하는 악천후(惡天候)로만 각각 매년 83억 달러와 180억 달러를 더 쓴다고 한다.


우주 발사 집중된 플로리다, 코로나 풀리며 항공편도 급증
작년에 미국 내 로켓 발사의 절반 이상이 이뤄진 플로리다주에는 코로나 폐쇄가 풀리면서, 모두 72만2180편의 여객기가 이착륙했다. 작년 마이애미 공항의 탑승객 수는 5060만 명으로, 역사상 최대였다. 케네디우주센터에 보다 가까운 올랜도 공항 탑승객도 5010만 명에 달했다. FAA 측은 이렇게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 로켓이 예정대로 정시 발사돼도 여객기 운항 지연의 파급 효과(cascade effect)가 미국은 물론 대서양 건너편에서 오는 항공편에까지 미친다고 말한다. 공역을 잠시 폐쇄해도 지연 여파가 확산돼, 로켓ㆍ우주선과 여객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종종 두 산업 간의 공역 사용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번지며, FAA는 민간 항공기들의 운항 수요가 많을 때에는 로켓 발사 요구를 묵살하기도 한다. 애초 NASA는 작년 11월24일 추수감사절을 전후해서,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50년 만에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SLS 로켓을 발사하려고 했다. 그러나 FAA는 이 기간 몰리는 항공편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 다른 날을 택하도록 종용했고, 결국 SLS의 ‘역사적인’ 발사는 11월16일로 당겨졌다. FAA 항공교통ㆍ우주작전실의 듀앤 프리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공기와 로켓 사이에서 교통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그저 관념적 아이디어였는데, 이제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다퉈서 우주에 접근하면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미 항공사들, 로켓 기업에 “항공교통통제비 분담하라”
작년에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로켓의 대부분은 스페이스X의 것이었다. 올해초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군집위성을 띄우려고, 4일에 한번꼴로 로켓을 발사했다. 작년에 61회 발사한 스페이스X는 올해 100회 이상 발사할 예정이다. 또 NASA의 정기적인 미션 외에도, 로켓랩의 신형 로켓 뉴트론, UAL의 벌컨 센타우르, 블루 오리진이 제작 중인 뉴셰퍼드도 올해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애스트라ㆍ노스럽 그러먼ㆍ보잉ㆍ파이어플라이 등도 각종 우주발사체를 테스트 발사한다. 미 우주군에서 발사 임무를 관장하는 스티븐 퍼디 소장은 “올해 플로리다 주에서만 약 90개의 로켓이 발사되며, 수년 내에 이 숫자는 2,3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역의 잠정 폐쇄에 따라, 추가 비용을 지게 된 미 항공사들은 “가뜩이나 붐비는 하늘에 군(軍)활동에 로켓 발사까지 추가돼 운항에 차질을 빚는다”고 비판적이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의 CEO인 로버트 아이솜은 작년 9월 한 컨퍼런스에서 “새로 등장한 신생(우주)기업들이 항공교통통제의 추가 부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항공료와 연료세를 통해 FAA와 같은 연방정부의 항공통제 비용을 지원하는데, 우주기업들은 이런 공식화된 비용 산출법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켓 발사 탓에 얼마나 많은 항공편이 노선 변경을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노선 변경은 날씨·군작전·항공사 자체 스케줄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FAA, 공역 폐쇄 평균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여 
로켓 발사와 관련해, 여객기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발사 기간(launch window)’과, 카운트다운 시작 후 마지막 순간에 발사를 ‘취소(scrub)’하는 경우다. FAA는 지난 13일 “로켓 발사일을 승인할 때에 로켓의 임무·국가 안보적 성격·휴일 여부 등과 더불어 로켓 발사로 인해 운항 제한을 받는 여객기 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FAA는 4시간이 넘게 부여하던 발사 기간을 2018년 이후엔 평균 127분으로 줄였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30분으로 줄이기도 하고, 로켓이 폐쇄 공역을 빠져나가고 3분 뒤에 여객기 진입을 허용하기도 한다. 작년에 미국에선 모두 61건의 로켓 발사 취소가 있었다. 한편 정시 로켓 발사율는 2019년 62%에서 작년엔 76%까지 올랐다고 FAA는 밝혔다.
 


또 최근엔 로켓 발사기업이 공유한 데이터를 받는 ‘스페이스 데이터 통합기(integrator)’를 통해 로켓의 연료주입시각에서부터 비행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이를 폐쇄 공역에 접근하는 항공기와 공유한다. 


공중에서 로켓 발사를 보는 행운도 
잦은 로켓 발사가 탑승객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주 운이 좋으면, 여객기 안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로켓을 볼 수도 있다. 지난 1월15일 오후 8시 넘어서 마이애미 공항으로 오던 네덜란드 KLM 항공의 KL627편 조종사 빈센트 훅펠트는 강렬하게 번지는 빛을 봤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을 이륙할 때에, 도착 시간 즈음에 팰컨 헤비 로켓이 발사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순간 일출(日出)인가 했다가 이 시간에 일출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녹화한 25초 영상에는 1단에서 분리된 팰컨 헤비의 2단 로켓이 점화하며 솟구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이 여객기의 위치는 발사 지점에서 1000㎞ 떨어져 있었지만, 매우 가까운 곳에서 발사된 듯이 촬영됐다. [당시 촬영된 영상]
작년 11월27일에도 UA 220편에 타고 있던 승객이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팰컨9이 이륙하는 모습을 담아 공개했다. [당시 촬영된 동영상 클릭]
 


한편, 항공기에 대한 위험은 지상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2020년 5월 11일, FAA는 미 전역에 긴급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20톤짜리 중국의 창정(長征) 5B 로켓 잔해가 100㎞ 상공에서 로스엔젤레스에서 뉴욕까지 9분간 지나간다는 경보였다. 15분 뒤에 창정 로켓은 미 대륙을 횡단해 불에 타 부서지면서 지나갔고, 12m 길이의 긴 파이프가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한 마을에 떨어졌다. 당시 FAA는 공역 폐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로켓 잔해가 지나가는 경로의 공역을 모두 폐쇄한다는 것은 위험에 비해 지불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작년 11월4일에도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에 모듈을 발사했던 창정 5B 로켓 잔해가 전혀 통제 없이 대기권에 재진입했다. 잔해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던 스페인과 프랑스는 각각 40분, 60분간 공역을 폐쇄했다. 이 로켓 잔해는 태평양에 떨어졌지만, 스페인에서만 3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운항 중단되고 항공사와 승객들은 수백만 유로를 추가 부담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