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은 성공, 분리는 실패
발사대는 남았는데

[스타십 폭발]
우주선과 부스터로켓 단 분리 안돼

20일 오전9시33분(한국시간 오후10시33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개발한 스타십(Starship)이 역사적인 첫 궤도 비행(orbit flight)을 시도했으나, 발사 4분 뒤 멕시코만 상공에서 폭발했다. 스타십은 이날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 치카 지역에 있는 스페이스X 소유의 스타베이스 발사시설에서 이륙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륙 4분 만에 비행 중 빙글빙글 회전하다가 32㎞ 고도에서 폭발했다. 

 


이날 발사는 우주선에 해당하는 십24(SN24)과 33개의 신형 랩터(Raptor) 엔진이 장착된 부스터 로켓 BN7이 처음으로 합체(合體)돼 발사되는 첫 비행 시험이었다. 십24와 부스터7은 각각 스타십 우주선과 부스터 로켓인 수퍼 헤비의 개발ㆍ테스트 모델(prototype)명이다. 스타십은 이날 발사 후 순조롭게 하늘로 치솟았으나 발사 169초쯤 예정돼 있던 십24와 부스터7의 단(段)분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계획은 부스터7은 발사 8분 뒤쯤 멕시코만으로 떨어지고, 십24는 고도 240㎞까지 올라 동쪽으로 약90분 궤도 비행을 하고 하와이 북서쪽 바다에 떨어지는 것이었다. 이번 시험 비행에는 우주비행사가 탑승하지 않았고, 화물도 적재되지 않았다. 


이날 발사 예정시간은 오전8시28분이었으나, 카운트다운 40초(T-40초)를 남기고 일부 문제가 발생해 최종 점검하고 예정보다 5분가량 늦게 발사됐다. 비행 시험은 실패했으나, 스페이스X 본사 직원들 사이에선 이날 길이 120m에, 이륙시 총중량이 무려 5000톤에 달하는 이 거대한 로켓이 발사대를 성공적으로 이륙했다는 것만으로도 ‘작은 성공’이라며 서로 샴페인을 권하며 자축했다.

 

만약 로켓이 이륙 순간에 폭발하면 발사대 자체가 파괴돼, 막대한 보수 작업이 따라야 한다. 이날 이륙 후 발사대는 온전했으며,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들은 약 4분간의 비행 데이터에서 무엇이 잘못됐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스페이스X 측은 일단 비디오 검토 결과, 일단 이륙 시 부스터 33개 엔진 중 몇 개가 작동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엔진의 추력이 부족하면, 로켓의 유도(guidance) 시스템이 충분히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머스크는 시험 비행 실패 뒤 트위터에 “스페이스X팀의 흥미로운 시험 발사를 축하한다”며 “몇 달 뒤에 있을 다음 시험 발사를 위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썼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빌 넬슨 국장도 “스타십이 처음으로 합체(合體)해서 비행 시험을 한 것을 축하한다. 역사상 모든 위대한 성취는 어느 정도의 계산된 리스크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리스크가 크면 보상도 크다. 스페이스X가 차기, 또 그 이후 비행 시험 때까지 배우게 될 모든 것을 기대한다”고 트윗했다. 스타십은 NASA의 2025년 말 아르테미스 3단계에서 우주인 2명을 태우고 달 궤도와 달 표면을 오가는 왕복선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스타십의 1단 부스터 로켓인 수퍼 헤비는 정상 작동 시 추력이 1650만 파운드에 달해, 역대 로켓 중에서 가장 강력한 로켓이다. NASA가 작년 11월 무인 우주선 오리온 캡슐을 달 궤도로 보냈던 우주발사시스템(SLSㆍ추력 880만 파운드)의 배에 달한다. 스타십은 지난 17일 1차 발사를 시도했으나, 수퍼 헤비의 가압장치 밸브가 동결되는 문제가 발생해 카운트다운 도중에 포기했다. 이날 실패에도, 스페이스X는 전세계 발사체 시장에서 지배적인 기업이다. 스페이스X의 메인 로켓인 팰컨9은 올해 들어서만 19일까지 23차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