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나누는 사랑
'100마일 하이' 가능한가

우주 여행 본격화 되면서
우주에서의 섹스 중요한 문제로 대두

방사능 영향 등 검증된 결과 없어
앞으로는 우주 여행 가기 전
'우주 섹스 금지' 서류에 서명할 상황 올수도

1마일 이상 상공에서의 성(性)관계를 뜻하는 ‘마일 하이(Mile High)’란 말이 처음 나온 것은 1916년이었다. 당시 미국에선 ‘비행의 황금 시대’가 열렸다. 그해 11월21일 유명 조종사였던 로렌스 스페리는 한 여류 명사와 함께 미국 동부의 롱 아일랜드 해안 상공을 수상비행기로 날다가 바다에 추락했다. 자신도 모르게 오토 파일럿 장치를 건드려 이 장치가 풀렸는데, 손쓸 새도 없었다. 물속에서 구조된 두 사람은 완전히 벗은 상태였다. 스페리는 “물에 부딪힌 충격으로 옷이 벗겨졌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는 이는 없었다. 그의 비행 고도는 사실 150~180m 였지만, 이후 스페리는 비공식적인 ‘마일 하이 클럽’의 창시자가 됐다. 


그렇다면, ‘100마일 하이’는 어떨까. 100마일(160㎞)은 일반적으로 우주의 시작으로 간주되는 지구 해수면 100㎞ 고도인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을 넘어선다. 이런 우주에서의 섹스는 상상 속 먼 훗날의 얘기가 아니다. 
 


이미 미국에서만 3개 이상의 우주 콘소시엄이 호텔과 연구ㆍ제조시설을 포함한 복합 주거 공간을 우주에 짓는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2027년쯤 첫 모듈이 지구 저궤도로 발사된다. 불과 수년 뒤면 우주에서 휴가를 보내는 날이 열릴 수 있다는 애기다. 28일부터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리는 ‘스페이스 투어리즘 컨퍼런스’에서도 우주 섹스는 한 세션에서 주요 주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이 세션에 제출된 보고서의 주(主)저자인 영국 크랜필드대의 데이비드 컬린 우주생물학 교수는 “우주 방사선은 인해 배아(embryoㆍ임신 8주 이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우주여행 기업에 나중에 법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우주 여행에 나서는 신혼 부부는 우주 섹스를 금하는 서류에 서명해야 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영국의 더 타임스는 23일 “우선 복잡한 서류부터 작성해야 해서, 우주 여행객이 100마일 하이 클럽에 합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수 주간 우주여행 떠나기 전에, ‘임신 금지’ 서약 받아야”
민간 우주여행은 점차 빈번해진다. 5월8일엔 액시엄 스페이스가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인 드래곤 캡슐로 민간인 4명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는 16일 일정의 Ax-2 미션이 출발한다. 또 11월엔 Ax-3 미션이 떠난다. 올 여름엔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잭먼이 이끄는 민간인 4명이 폴라리스 돈(Polaris Dawn) 미션이 드래곤 캡슐로 인류 역사상 가장 높은 1400㎞ 고도까지 올라가 우주 유영하는 5일 일정의 우주여행 계획도 잡혀 있다. 물론 이렇게 공개된 짧은 우주여행에서 섹스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나 기간이 몇 주~몇 개월로 늘어나면 얘기가 달라진다.
 


액시엄 스페이스가 2020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승인을 받은 액시엄 우주정거장은 2025년에 우선 ISS의 한 모듈로 장착됐다가, 2020년대말부터는 호텔과 연구ㆍ제조시설 모듈을 갖춘 독자적인 정거장으로 독립 운영된다.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과 시에라 스페이스도 2027년에 821㎥ 부피의 우주 비즈니스 파크인 오비털 리프(Orbital Reef)를 구축한다. 나노랙스와 록히드 마틴 등이 주축이 된 콘소시엄도 비슷한 시기에 상업적 우주활동 공간인 스타랩(Starlab)을 띄운다. 작년 9월 힐튼 호텔 측은 이 스타랩에 호텔과 같은 쾌적한 공간을 제작하는 내부 공사 계약을 맺었다. 
 


지구 저궤도에 이런 민간 우주정거장들이 들어서면, 우주여행은 더 이상 소수의 ‘미션(mission)’이 아니라, 말 그대로 ‘투어(tour)’가 된다. 컬린 교수는 “무중력 상태에서 밀접한 관계를 즐기려는 고객들의 ‘빅뱅’ 순간이 필연적으로 따르고, 심지어 ‘100마일 하이 클럽’이 우주여행의 또 하나의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생하는 우주여행 산업계는 이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됐다. 즉 이 이슈는 ‘쾌락’으로서의 섹스를 넘어 우주에서의 통제되지 않는 수정(受精)이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이는 우주여행업계에 심각한 생물학적ㆍ법적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큰 리스크는 우주에서의 무중력과 증가된 방사선 수준이 인간 생식(임신)의 매우 초기 단계에 미치는 영향이다. 기존에 생쥐, 쥐와 같은 동물에 대한 연구 결과도 일관성도 없고, 이들 연구 중 어떤 것도 인체에 적용될 수는 없다. “인간 생식에 크게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지 안 할지조차 모른다”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우주 섹스에 대한 결과나 위험 감소 방안에 대한 준비가 안 된 우주여행 산업계의 손쉬운 초기 대책은 우주여행객들에게 이륙 전에 임신을 포함해 다양한 법적 포기 서류에 서명하게 하고, 또 임신의 위험성을 숙지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컬린 교수는 영국 언론에 “우주에서도 지상에서와 같은 피임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권고할 수 있지만, 우주 환경에서의 효용성도 증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주에서 휴가 보냈다면, 당분간 임신은 피해야”
우주에서 보낸 며칠 간의 휴가는 뜻밖의 후유증도 따를 수 있다. 인체의 정자 생산은 약 74일 걸리는 복잡한 과정인데, 우주 방사선은 이 과정에서 원치 않는 변이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남성은 지구로 돌아온 뒤에도 수개월은 아버지가 될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우주에서 보낸 기간 생성된 정자는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주여행은 이런 위험성을 기꺼이 감수하고 경력에 집중하는 우주인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래서 NASA 같은 곳에서도 우주인들은 ‘성관계 없는(sexless)’ 인간들로 간주했다. 또 수많은 인터넷 억측에도, 실제로 지금까지 우주에선 성관계가 발생하지 않았다. NASA는 지나칠 정도로, 우주에서의 ‘행위’ 논의 자체를 멀리한다. 공식 입장은 “그런 것은 연구한 적도, 진행되는 것도 없다”는 것이다.


캐나다 심리학자들 “심우주 진출하려면, ‘우주 섹스학’ 정식 연구하라”
그러나 2021년 12월 캐나다의 심리학자 5명은 “로켓공학이 인간을 외계로 보내더라도, 인간이 우주여행 문명권을 이룰 수 있을지를 결정하는 것은 인간 관계”라며 “NASA를 비롯한 우주 당국은 외계에서의 밀접성과 성적(性的) 감수성에 과학적 연구로서 ‘우주 섹스학(space sexology)’이란 학문 분야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주 섹스학’이 앞으로 인류가 심(深)우주로 진출할 수 있느냐를 결정짓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 플로리다주 엠브리-리들 항공대의 제인스 크링 교수는 “우주인들은 초인적인 존재라서 (화성을 오가는) 3년간 어떠한 종류의 성적인 감정도, 관심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와 관련,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우주인이었던 마이클 콜린스는 1990년 ‘화성으로 가는 미션(Mission to Mars)’이란 책에서 이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접근했다. 그는 “화성으로 가는 우주인은 부부여야 한다”며 “부부 우주인은 서로 편안하게 의지하는 안정감을 기대할 수 있고 성적인 문제도 더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독신 남녀들이 바(bar)같은 공간에서 뒤섞여 서로 경쟁하는 것 같은 환경은 재앙이 될 것”이라고 했다. 


우주만큼 고립된 겨울철 남극 기지에서 최대 관심사는
지구 상에서 우주만큼이나 고립되고 추운 환경은 남극 기지다. 미국의 맥머도(McMurdo) 기지는 남극점에서 1360㎞ 떨어진 남위 77도에 위치한다. 1년의 절반인 3~8월 6개월은 겨울로, 해가 지평선 위로 뜨지 않아 어두운 ‘빅 다크(big dark)’가 이어진다. 이 기지에서 10년간 잡일을 했던 한 직원은 2011년 호주 일간지 오스트레일리언에 이곳 생활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이곳에서 겨울을 보내는 약 200명의 직원 중 상당수는 별로 할 일도 없어, 남녀 성비가 2대1이지만 섹스만 생각하고, 도서관이며 온실에서 광적인 섹스가 벌어진다. 기혼 남녀들도 9000 마일 떨어진 미국의 배우자에겐 비밀로 하고, ‘아이스(ice) 남편’ ‘아이스 아내’를 둔다.”


맥머드 기지 측은 200명에게 매년 1만 65000개의 콘돔을 배포한다. 2018년 12월 아르헨티나 남극 기지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보도됐다. 겨울을 보내고 6명의 여성 연구원 중 2명이 임신해서 본국으로 돌아갔고, 한 남성 요리사는 다른 남성 직원을 성추행했다가 송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