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보낸 '거미'
51번이나 날아올랐다

NASA의 드론 헬리콥터 인제뉴어티
5회 비행하면 성공이라던 예상 깨고 맹활약
가느다란 다리에 무게 1.8㎏에 불과...거미 닮아
NASA와 유럽우주국 2세대 모델 개발중
중국의 화성 드론은 인제뉴어티와 너무 닮아 조롱받기도

 

미 항공우주국(NASA)의 제트추진연구소(JPL)은 24일 트위터에 화성의 드론 헬리콥터인 인제뉴어티(Ingenuity)가 51번째 비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공유했다. 이틀 전 12m 상공에서 찍은 이 사진에는 화성의 돌들 사이에서 구분이 잘 안 되는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Perseverance)도 담겼다.
 


퍼시비어런스 로버도 앞서 16일 다중 스펙트럼 입체 영상장비로 화성 먼지가 블레이드에 뽀얗게 내려 앉은 인제뉴어티의 모습을 23m 떨어진 거리에서 찍었다. NASA는 2021년 2월 18일 화성 예제로(Jezero) 분화구에 처음 착륙한 이래, 두 로봇이 이렇게 가까이 접근한 것은 처음이라며 “인제뉴어티가 극한의 화성 환경에서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고 트윗했다.

 

1.8㎏에 불과한 화성 드론 인제뉴어티가 공기도 거의 없는 화성에서 비행을 시작한 것은 2021년 4월19일이었다. 처음엔 39초 간 제자리에서 3m ‘폴짝’ 올라갔다가 내려온 것이 다였다. 그러나 이후 비행 거리와 시간을 늘려갔고 지난 13일에는 145.7초 동안 322.2m를 나는 ‘역사적인’ 50번째 비행에 성공했다. 이날 상승한 높이도 역대 최고인 18m였다. 인제뉴어티는 지난 2년간 누적 91.4분, 11.7㎞을 날았다.  클릭 ☞ NASA가 제작한 인제뉴어티 50회 비행 기념 영상
인제뉴어티가 “5회 비행만 해도 성공”이라던 애초 기대를 훨씬 뛰어넘으면서, NASA는 후속 화성 드론 개발에 들어갔다. 또 인제뉴어티의 비행 자료를 참고해 제작 중인 토성의 달 타이탄을 탐사할 드론 드래곤플라이(Dragonfly)도 지난 3월 예비설계 검토를 통과했다. 


공기 밀도가 지구의 1%인 화성에 날려면 
인제뉴어티는 높이 49㎝, 블레이드 폭 1.2m의 크기로, 컴퓨터와 항법 센서, 칼러ㆍ흑백 2개의 카메라가 장착된 본체에 가느다란 다리가 붙어 마치 거미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마치 조금 큰 장난감처럼 보이지만, NASA는 3년 동안 인제뉴어티 개발에 8000만 달러(약 1070억 원)를 들였다. 이는 화성의 공기 밀도가 지구의 1%에 불과하고 중력도 3분의1 밖에 안 돼, 지구에서 드론ㆍ헬리콥터를 띄우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기 때문이었다. 에베레스트산 높이의 4배쯤 되는 대기 조건에서 이 작은 드론을 띄운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거의 공기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최대한의 양력(揚力)을 발생시키기 위해서, 일반적인 드론보다 블레이드가 비율적으로 훨씬 크고 특별한 모양을 갖췄다. 또 서로 반대 반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블레이드가 분당 2400~2700번 회전(rpm)한다. 이는 일반적인 드론보다 10배나 빠른 회전 속도다. 이륙할 때도 블레이드의 회전 속도를 달리해 제어하는 소비자 드론과는 달리, 인제뉴어티는 진짜 헬리콥터처럼 회전축(rotor)과 블레이드간 각도(pitch angle)를 달리해서 더 많은 공기를 끌어 모아 올라간다. 이 각도가 클수록 이륙 시 더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표면에서 5㎝만 뜨면, 그 다음에는 드론의 시스템이 위치와 속도 등을 자율적으로 완전히 통제하도록 설계됐다.  
 


JPL은 상세한 화성 환경 모델링과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한 비행제어 알고리즘에 의존해, 화성과 비슷한 조건의 길이 26mㆍ폭 7.5m의 진공 체임버에서 인제뉴어티의 비행 테스트를 되풀이했다.


지구에서 실시간 조종은 불가능
퍼시버어런스 탐사 로버와 인제뉴어티 드론의 임무는 화성에서 고대에 생물체가 살았던 흔적을 찾는 것이다. 로버는 이를 위해 표면을 이동하며 흙과 암석 샘플을 채취해서 티타늄 튜브에 밀봉한다. 인제뉴어티는 퍼시비어런스가 관심을 가질 만한 지형을 미리 탐색하는 ‘정찰병’ 역할을 한다.  그러나 지구와 화성 간 거리 때문에, 지구에서 보낸 통신 신호가 로버와 드론에 도달하기까지는 20분이 걸린다. NASA의 화성 미션 센터에서 드론을 실시간 조종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인제뉴어티는 미리 입력된 비행 경로를 따라서 이동한다. 즉, NASA는 인제뉴어티가 착륙한 뒤에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번 비행 경로를 미리 입력 송신하고, 인제뉴어티는 이 명령을 탐사 로버로부터 와이어리스로 전달 받아 자율적으로 수행한다. 인제뉴어티는 태양광 패널로 배터리를 충전하며, 낮 -3°C, 밤에는 -99°C까지 내려간 기온을 견딜 수 있게 내부 히터가 작동된다.


처음엔 최대 175m씩 비행
인제뉴어티의 1회 비행 가능 거리는 700m. 그러나 이륙한 지점으로 돌아오려면, 한 번에 갈 수 있는 최대 거리는 350m가 된다. 화성 JPL의 인제뉴어티 팀은 처음엔 그 거리의 절반인 175m까지만 갔다가 되돌아오게 했고, 이후 인제뉴어티가 비행 중 촬영한 데이터를 분석해 다음번 착륙할 안전한 지점을 찾았다. 만약 높이가 10㎝만 되는 약간 큰 돌에 한쪽 다리가 내려앉게 돼 드론이 중심을 잃으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식으로 처음엔 비행 당 평균 175m씩 전진했고, 점차 이를 확대해갔다. 


더 빠르게 멀리 날고, 수송 능력도 갖춘 후속 모델 개발 중
JPL의 자율ㆍ공중비행 파트 수석엔지니어인 호바르드 피야르 그립은 지난 14일 미국우주비행협회(AAS) 컨퍼런스에서 “인제뉴어티의 2세대 모델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제뉴어티는 “애초 기술적 시현(示現)을 위해 보낸 것으로 5회 정도만 날면 성공이라는 목표를 훨씬 초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제뉴어티의 비행 수준으로는 유용성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NASA와 유럽우주국(ESA)는 인제뉴어티 2세대 모델로 개발된 드론 2대를 화성에 보내, 화성의 흙과 돌 샘플을 회수하는 미션에 보조하도록 할 계획이다. 두 기구는 2027년과 2028년에 각각 지구귀환 궤도선(orbiter)과 샘플회수 착륙선을 화성에 보내, 2033년까지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려고 한다. 이때 기본적으로는 퍼시비어런스 로버가 그동안 수집해 로버 동체에 장착한 샘플 튜브들을 샘플회수 착륙선에 전달하지만, 로버가 오작동할 경우 2세대 드론 2대가 투입시킨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퍼시비어런스는 자체 장착한 샘플 튜브들 외에, 별도로 화성 표면에 채취한 예비용 샘플 튜브 10개를 모아 놓았다. 2세대 드론은 이걸 픽업해서 착륙선에 전달하게 된다.  그립은 “화성에서 날 수 있는 회전익(回轉翼) 항공기[드론]의 근본적인 구성과, 이에 대한 콘트롤 방법은 이제 분명히 알았고, 앞으로의 개발은 이 자산(資産) 위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2세대 화성 드론은 인제뉴어티와는 달리, 표면을 이동할 수 있도록 바퀴와 샘플을 픽업해서 착륙선에 전달할 로봇 팔도 있어야 한다. JPL의 그립은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량(mass)”이라며 “화성에는 공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제 추가로 액세서리까지 장착한 드론이 옮길 수 있는 질량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보낼 ‘드래곤플라이’ 드론
NASA는 2027년 6월엔 토성의 위성 중에서 가장 큰 타이탄에 탐사 착륙선이자 드론인 드래곤플라이(Dragonfly)를 보낸다. 드래곤플라이는 NASA의 카시니 토성 탐사선이 2004~2017년 탐사하면서 찍은 데이터를 토대로, 2034년 폭 80㎞의 샹그릴라 분화구에 착륙한다. 그러나 드래곤플라이는 인제뉴어티나 그 후속 화성 드론들과는 규모와 성능 면에서 차원이 다르다. 중력ㆍ공기 밀도ㆍ공기의 구성 면에서, 타이탄과 화성은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타이탄의 중력은 지구의 10분의1이지만, 질소가 대부분인 공기밀도는 지구의 1.19배에 달한다. 대기권 진입ㆍ하강ㆍ착륙 환경도 화성과 달라, 착륙 낙하산의 크기도 공기가 희박한 화성에서 썼던 것보다 작아야 한다. 

 


드래곤플라이는 낙하산으로 하강하다가 착륙 모듈에서 분리되고, 곧 블레이드를 회전시켜서 헬리콥터가 지상에 착륙하듯이 타이탄 표면에 내려앉게 된다. 또 활동 범위도 넓어, 1회 30분 비행에서 16㎞를 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현재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연구소에서 기초 설계를 담당하며, 3월3일 개발 일정 상 주요 이정표인 NASA의 예비설계 검토를 통과했다. 개발비가 8500만 달러인 드래곤플라이는 기본적으로 하나 이상의 로터(rotor)가 고장 나도 지원할 수 있도록 추가 로터가 장착돼 모두 8개의 로터가 달린 옥토콥터다. 인제뉴어티보다 300배가량 무거운 400~450㎏을 예상한다.  


중국이 내놓은 화성 드론을 보니
한편 중국우주과학연구소(NSCC)도 2021년 9월1일 화성에서 샘플 튜브를 회수할 ‘화성 크루즈 드론(Mars Cruise Drone)’의 모델을 공개했다. 중국 측은 “이 드론이 분광계를 장착해 화성 표면의 지리학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협곡이나 분화구 같은 곳에도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개된 모습이 이미 활동 중인 NASA의 인제뉴어티와 너무 닮아서 ‘카피캣(copycat)’이란 조롱을 받았다. 중국은 2028년 말 2개의 창정(長程)5호 로켓을 발사해서, 이 드론이나 6개의 다리를 가진 로봇(crawl robot)을 착륙선에 딸려 화성으로 보내고, NASA와 ESA보다 2년 빠른 2031년 7월에 화성 샘플 튜브를 지구에서 받는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