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고백,
그날 스타십 실패는 이랬다

엔진 3개 이미 꺼진 채 이륙
발사대 하단 강철판도 결국 납기 못맞춰
10㎞ 밖의 소도시까지 마치 지진난 듯

실패에도 불구하고 머스크는
"올해 안 궤도 도달 가능성 80%
1년 내 확률은 100%에 가까워"

부스터의 33개 엔진 중에서 3개는 발사 시 이미 꺼졌다. 지상에서 로켓에 전달한 자동 파괴 명령이 수행되기까지는 40초가 더 흘렀다. 발사 시 열기와 충격을 견딜 줄 알았던 발사대 하단(pad)의 콘크리트 구조물은 파괴됐다. 여기서 발생한 콘크리트 가루는 10㎞ 떨어진 소도시를 덮었다. 또 철강ㆍ콘크리트 조각 잔해는 발사 기지와 주변 주립 공원 47만 평 일대에 흩뿌려졌다…
 


29일 저녁(미 동부시간)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지난달 20일 발사된 스타십(Starship)이 궤도 비행에 실패하고, 주변 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게 된 상황과 원인을 상세히 설명했다. 머스크는 약 한 시간 동안 트위터의 오디오챗에서 난해한 기술적 질문에 답하면서, 4분간의 비행에서 잘못된 부분을 공개했다. 


그러나 머스크는 스타십 발사 및 비행 테스트 결과와 관련 “결과는 대충(roughly) 내가 예상한 것이었고, 약간 내 기대를 웃돌았다”며 “비행 시험의 목적은 더 많이 배우는 것이고,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십 발사는 “완벽한 성공은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했다. 머스크는 “다음번 로켓을 발사하고 발사대 하부 구조를 수리하기까지는 6~8주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사 허가 권한은 미 연방항공청(FAA)에 있으며, FAA는 현재 스타십 1차 발사 때 드러난 문제점과 스페이스X의 후속 조치를 면밀히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머스크는 여전히 낙관적이었다. 그는 “운을 시험하고 싶지는 않지만, 올해 안에 궤도에 도달할 확률은 80%, 12개월 내 확률은 100%에 가깝다”고 말했다. 스타십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3·4 단계에서 달 궤도와 달 표면을 오가는 우주선으로도 쓰인다. 그는 “스타십 개발이 ‘제한적 요인’이 돼, 아르테미스 계획에 차질을 초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십의 궤도 비행 실패에도, 머스크의 개인 기업으로 비(非)상장기업인 스페이스X의 기업 가치는 최근 1400억 달러로 평가됐다. 미국 최대 우주항공·국방 기업인 록히드 마틴(4월28일 현재 1182억 달러)을 웃도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지구 저궤도까지 150톤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는 이 지상 최대의 로켓에 대한 민간 수요를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엔진 3개 꺼진 채 이륙…발사 27초 뒤 또다른 문제들이
스타십은 지난달 20일 텍사스주 남단에 있는 스페이스X의 스타베이스 발사대를 떠날 때 이미 1단 로켓인 수퍼 헤비에 장착된 33개의 랩터 엔진 중에서 3개가 꺼졌다. 머스크는 “로켓 시스템이 이 3개는 충분한 추력을 낼 상태가 못 된다고 판단해 엔진을 껐다”고 밝혔다. 엔진 3개의 추력이 상실된 스타십은 이륙하면서 곧 옆으로 기울었다. 머스크는 “정상적이라면 기울어져선 안 되고, 똑바로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발사 27초 뒤에 또다른 랩터 엔진에서 문제가 발생했고, 이는 주변 엔진의 정상 작동에 영향을 미쳤다. 그런 상태에서도 로켓은 계속 올라, 발사 85초 뒤 최악의 상태가 됐다. 로켓은 이때 방향을 잃고, 통제 불능 상태가 됐다. 이후 파괴 명령이 전달됐지만, 40초 동안 더 날았다. 한편, 로켓 동체가 공중에서 계속 구르면서도 내구성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뜻밖의 소득이었다. 머스크는 “비행 종료(flight termination)가 필요하면 즉각 로켓이 폭발되게, 다음 번에는 폭발물을 더 추가하겠다”고 말했다.


발사 열기 흡수할 수냉식 강철판, 공기(工期) 못 맞춰
머스크는 광범위한 지역에 돌과 잔해물을 날리고 10㎞ 떨어진 이웃도시 포트 이사벨까지 먼지로 덮은 돌·먼지 구름을 일으킨 잘못을 시인했다. 발사대 하단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스타십 발사의 열과 충격에 파괴되고 밑에는 거대한 웅덩이가 생겼다. 머스크는 로켓 옆에 설치된 발사탑은 “약간의 피해”만 입었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의 엔지니어들이 33개 엔진이 뿜어낼 추력을 과소 평가한 탓이었다. 스페이스X는 원래 스타십 발사 패드에 거대한 수냉식(water-cooled) 강철판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수냉식 강철판은 패드와 발사대 주변에 설치돼, 발사 시에 엔진이 뿜어내는 막대한 열을 흡수한다. 

 

 

그러나 머스크는 “발사 때까지 수냉식 강철판 건설을 마치지 못했고, 지상연소시험 데이터에 근거해 콘크리트 지지 기반이 잘 견딜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타십의 지상연소시험은 스페이스X의 현재 주력 로켓인 팰컨9과도 달랐다. 팰컨9은 부스터에 장착된 연료가 소진될 때까지 엔진을 계속 점화했지만, 스타십의 부스터인 수퍼 헤비의 엔진 테스트는 이보다 훨씬 짧았다. 


연료 무게만 4500여 톤에 달하는 스타십에는 이 수냉식 강철판도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NASA에서 발사 패드 관련 작업을 했던 과학자 필립 메처는 “스타십은 발사 패드를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33개 엔진이 뿜어내는 열에 수냉식 강철판이 녹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 밖 소도시, 지진처럼 흔들려 
스페이스X의 발사 시설과 스타십 생산시설은 멕시코만의 보카치카 해안과 인근에 위치하고 있다. 콘크리트 구조물이 파괴되면서, 일부 볼링 공만한 콘크리트 조각과 스테인레스 강판이 수백m 주변으로 날라갔다. 
 


보카치카 해변과 인근 도로는 3일 이상 폐쇄됐다. 또 콘크리트 먼지 기둥이 형성되면서, 10㎞ 밖의 소도시인 포트 이사벨까지 먼지가 퍼졌다. 발레리 베이츠 시(市) 대변인은 “시 전체가 모래보다 약간 큰 균일한 알갱이들로 덮였고, 차량들도 갈색 잔해물로 덮였다”며 “작은 지진 같았다”고 말했다. 유리창도 1장 이상 깨지고, 차량 한 대도 파손됐다. 그러나 시는 “공중 보건 상의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발사대에서 보다 가까운 지역엔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날아가면서, 수m 폭의 웅덩이들이 생겼다. 지난달 26일 어류·아생동물관리국은 “발사대 옆 주립 공원은 3.5 에이커(약 4280 평)가 불탔고, 385 에이커(약 47만1300평)에 잔해물이 널렸다”고 피해 상황을 집계했다. 


머스크 “10번 비행 테스트할 로켓 생산 라인 있다” 
머스크는 “올해 20억 달러가량을 스타십에 쓸 것이며, 로켓 개발과 관련해 외부의 추가 투자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10번의 비행이 필요하다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생산 라인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십처럼 거대한 우주선을 여객기처럼 신속하게 되풀이해서 날 수 있게 하는 것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기술적 난제 중 하나가 될 만하다”고 했다.


한편 빌 넬슨 NASA 국장은 27일 의회 증언에서 “폭발은 스페이스X의 작업 방식에서 우울한 경험이 아니다. 이게 그들의 운영 방식”이라며 “이 회사는 발사할 로켓도 많이 갖고 있고, 잘못되면 확인하고 다시 돌아가 발사한다”고 말했다. NASA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과 관련, 스페이스X와 40억 달러가 넘는 스타십 계약을 맺었다. 
 


한편, 지난달 28일 금융 전문 매체 배런스(Barron’s)는 “스타십 실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이 스페이스X 주식을 갖고자 원한다”고 전했다. 비(非)상장기업이라, 일부 증권사 플랫폼에서만 직원·투자가들의 소폭 거래가 이뤄진다. 4월말 이 거래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스페이스의 주(株)당 가격은 80달러. 배런스는 이 거래가를 토대로 계산하면,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올해 매출이 660억 달러를 예상하는 록히드 마틴보다 높다”고 전했다.


’초대형 로켓에 대한 민간 수요가 많을까’ 의문도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월27일 초대형 로켓인 스타십이 자칫하면 ‘수퍼 점보’ 여객기였던 A380의 운명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년 전, A380은 853명의 승객을 태우고 575톤의 화물을 적재하고 1만5200㎞를 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전세계 항공시장에 등장했다. 그러나 제조사 에어버스 측은 2019년 이 여객기의 생산을 중단했다. 생산비용이 너무 높았고, 2007년 이후 출발지와 최종 목적지를 한 번에 가는 중·소형 여객기들이 항공시장의 대세를 이루면서 A380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 A380은 이륙 시 3700m의 활주로가 필요해 대형 허브(hub) 공항들만 잇는다. 따라서 여행자는 이 허브 공항에서 최종 목적지로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스타십은 저궤도에 150톤의 화물을 올릴 수 있다. 우주산업 연구·전략 그룹인 유로컨설트(Euroconsult)에 따르면, 2022~2031년 우주로 발사될 화물은 9100톤 정도다. 스타십이 1주일에 한 번씩 발사되면, 10년치 우주 물량은 14개월에 다 수송할 수 있다. 그러나 NASA의 대형 프로젝트를 제외하면, 이런 막대한 물량의 우주 화물을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당장은 4만 개가 넘을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군집(群集) 위성을 쏘기 바쁘겠지만, 카이퍼 위성 군집을 구축하려는 아마존, 유럽의 원웹 등 경쟁사들은 당연히 스페이스X 로켓을 피한다.  


622개의 위성 군집망을 저궤도에 구축하는 원웹은 최근까지 세 차례 스페이스X의 팰컨9을 이용했다. 그러나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웹이 그동안 이용하던 러시아의 소유즈 로켓 이용이 불가능해지고, 유럽의 아리안6·베가C 로켓이 개발 지연·발사 실패 등을 겪어 이용할 로켓이 없어 선택한 궁여지책이었다. 


스페이스X는 스타십의 탑재공유(rideshare)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민간 기업들이 저궤도까지 kg당 200달러의 발사 비용으로 위성을 띄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팰컨9의 탑재공유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kg당 6500달러보다도 훨씬 낮다. 그러나 이렇게 가격을 낮추면, 팰컨9의 비즈니스는 잠식된다. 또 A380 여객기로 허브 공항까지 가도 이후 최종 목적지까지는 연결 항공편을 이용해야 하는 것처럼, 스타십에 탑재된 개별 위성이 원하는 궤도까지 가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유로스페이스의 수석연구원 피에르 리오넷은 FT에 “최저 발사 비용만으로는 기업들의 우주 열망을 부추길 수 없다”며 “발사 비용은 전체 위성 군집 구축 비용의 5분의1에 불과하고, 더 중요한 것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성공을 가능하게 하는 인프라 비용(위성 네트워크 자체)이 낮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물론 스타십 개발의 최종 목적은 발사 비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심(深)우주 항해와 인간의 화성 이주다. 그러나 이렇게 우주를 둘러싼 경제환경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면, 스타십 이상이 필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