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을 해머처럼 던져!
발칙한 계획 가능할까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 '스핀론치'
해머 돌리는 방식의 위성발사 준비
연료 획기적으로 줄이고 탄소 발생 절감
지구 중력 과연 견딜까...회의적인 의견도

로켓이 지구 중력을 벗어나려면, 엄청난 양의 연료를 태워야 한다. 탑재물 중량이 늘면, 훨씬 더 많은 연료가 필요하다. 전체 로켓 중량의 90%까지 연료가 차지하는 이유다. 탄소 발생을 줄이려는 입장에서 보면, 환경적 재앙이다. 그렇다면, 해머 던지기처럼 물체를 회전시켜서 그 원심력으로 우주로 던질 수는 없을까. 그게 미국의 우주 스타트업 스핀론치(SpinLaunch)의 접근 방식이다. 2014년에 설립된 스핀론치는 지난 3월 미국의 미래·과학기술 미디어인 기즈모도(Gizmodo)의 과학전 페어에서 로켓 부문 상을 받았다.

 

이 회사는 2021년 10월 미국 뉴멕시코 주의 사막 한 가운데에 A-33라 부르는, 내부가 진공인 지름 33m짜리 회전 가속기를 세웠다. 그리고 길이 3m에 중량 50㎏인 투사체(projectile)를 시속 1600㎞로 회전시켜 하늘로 쏴 올렸다. 이어 작년 9월까지 모두 10차례 투사(投射)를 실시해, 투사체를 고도 7.62㎞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인공위성이 성공적으로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려면, 약 300㎞ 고도에서 시속 2만5000㎞로 날아야 한다. 이 정도의 투사 실험 수치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계획은 이렇다. 앞으로 지름이 100m에 달하는 거대한 가속기를 설치해 투사체를 시속 8000㎞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회전시켜 일단 고도 60㎞의 중간권까지 올린다. 그리고 그 위치에서 부스터 로켓을 점화해 시속 2만8200㎞로 저궤도까지 투사체를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동영상 


즉, 공기 밀도가 높아 기존 로켓에서 연료 소비가 가장 많은 저고도 구간은 가속기에서 발생한 운동 에너지로 통과하고, 공기가 희박한 고도에서 비로소 로켓 엔진을 점화해 연료도 절감하고 발사 비용도 크게 줄이겠다는 것이다. 2026년쯤 한 번에 각각 100㎏ 중량의 위성 2개를 저궤도에 올리고, 회전 가속기 1대 당 하루 5회 발사하는 것이 목표다.
 


운동 에너지가 1단 로켓 엔진 대체
스핀론치가 뉴멕시코주 사막에 설치한 A-33 실험 가속기는 이 회사가 최종적으로 구축하려고 하는 실제 가속기의 3분의1 크기다. 가속기의 내부는 진공이며, ‘테더(tether)’라 불리는 거대한 팔이 투사체(로켓)을 잡고 시속 1600㎞에 도달할 때까지 고속 회전을 해, 지구 중력가속도의 1만 배에 달하는 힘을 발생시켰다. 이후 투사체는 가속기의 가장자리에 설치된 굴뚝 모양의 출구를 통해 하늘로 치솟았다. 


스핀론치가 2021년 10월 A-33 가속기에서 첫 투사 실험을 할 때에는, 투자가들뿐 아니라 미 국방부와 국토안보부, 항공우주국(NASA) 전문가들도 참관했다. 모두의 관심은 대기권 상층부까지 연료 없이 로켓(투사체)을 보낼 수 있느냐, 또 민감한 전기 회로로 구성되는 위성 탑재물과 2단계에서 작동할 로켓 엔진이 회전 가속기의 막대한 중력가속도를 견딜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작년 9월의 10번째 실험에선 NASA와 에어버스, 코넬대에서 보낸 실험용 탑재물이 이 로켓 안에 탑재됐다. 이 탑재물은 회전이 일으키는 엄청난 속도와 중력 가속도를 견뎌냈다.
 


스핀론치의 투사체에 탑재된 아이폰은 고도 7.6㎞까지 올랐다가 낙하산으로 지상에 내려오는 전 과정을 녹화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조너선 야니는 이 폰으로 영상 통화를 해 폰의 전기 회로에 전혀 문제가 없음을 증명했다. 

공상과학 소설 속 ‘수퍼 건’에서 착안
 

19세기 공상과학 소설가 쥘 베른의 소설 ‘지구에서 달까지’는 수퍼건(super gun)을 이용해서 인간이 달로 우주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실제로 미국과 캐나다는 1960년 대에 40㎝구경의 대형 대포를 쏴서, 물체를 준(準)궤도까지 올리는 고(高)고도연구프로그램(HARP·High Altitude Research Program)를 진행했다. HARP는 이 대형 대포로, 마틀릿 2라는 비행 물체를 로켓 발사 없이 최대 180㎞ 고도의 준궤도까지 쏠 수 있었다.  스핀론치는 운동에너지만으로 우주에 도달하겠다는 이 오래된 아이디어에 착안해, 이를 현실화하겠다는 기업이다.

 

초기엔 5㎏짜리 투사체를 회전시켜 투사하는 것에서 시작
창업자인 조너선 야니는 2014년 40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아서, 12m 길이의 테더를 갖춘 회전 가속기로 투사하는 실험을 계획했다. 그러나 시작부터 온갖 기술적 난관에 부딪혔다. 지금까지 어느 정부 프로젝트도 성공하지 못한 극초음속의 회전력을 만들어내야 했고, 난기류 없이 이 속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가속기 내부에 진공 체임버(chamber)를 건설해야 했다.

 

또 극초음속으로 회전하다가 투사체를 체임버 밖으로 방출하려면 1 밀리초(1000분의1 초) 이하의 정밀성이 요구됐고, 최종적으로 220㎏ 중량의 투사체를 극초음속으로 회전시키리면 테더의 내구성(耐久性)도 해결해야 했다.
 

야니는 기계 구조물 건축에 뛰어난 고교 동창 라이너 햄튼을 끌어들였고, 모하비 사막에서 열리는 대학생 로켓 경연대회에서 샌디에이고 주립대 2학년생인 항공공학도 데이비드 렌을 기술 담당 부사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전문 제작업체가 2000만 달러를 달라던 진공 체임버도 각 부품을 50만 달러 어치 구입해서 8개월에 걸쳐 직접 만들었다. 스핀론치가 이렇게 만든, 최초의 길이 12m짜리 실험 가속기는 세계에서 6번째로 큰 진공 체임버였다. 
 

 


 

모터로 돌리는 테더는 막강한 외력을 견딜 수 있도록 케블라와 탄소 섬유로 제작했다. 이후 수 년 간 여러 탑재물을 극초음속으로 회전시키며, 시스템을 안정화했다. 또 투자가들을 설득하기 위해, 태양전지·라디오 통신시스템·망원렌즈·배터리·GPS 모듈·제어 컴퓨터 등 일반적으로 위성에 들어가는 각종 탑재물을 중력의 1만배 속도로 돌렸다. 모든 탑재 소품은 거의 손상이 없었다. 결국 스핀론치는 투자가들의 마음을 사는데 성공했고, 2021년에는 7100만 달러를 추가로 투자받는 데 성공했다.

 

실제 투사에선 고도 60㎞까지 1분에 도착 목표
스핀론치의 다음 목표는 실제로 로켓을 시속 8000㎞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회전시켜 투사하는 준(準)궤도용 회전 가속기를 제조하는 것이다. 이 실제 가속기로 투사된 로켓은 고도 60㎞ 지점에서 부스터 로켓의 엔진이 점화된다. 그 고도에선 공기가 희박하므로 로켓이 받는 항력이 적어서 약 1분간 로켓을 점화해 저궤도까지 시속 2만8000여 ㎞로 날고, 마지막 단계에서 10초간 또다른 로켓 엔진 점화해 부드럽게 탑재물을 저궤도에 안착시킨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로켓을 우주가 시작하는 부근까지 연료 없이 보낼 수 있다면, 로켓의 모양이 여느 로켓처럼 길쭉하고 뾰쪽할 필요는 없다. 스핀론치가 실제로 사용하려고 제작한 길이 7.6m의 로켓은 더 많은 공간을 탑재물에 쓸 수 있도록 비교적 뭉뚝하게 생겼다. 
 


이미 로켓의 발사 비용은 재사용 로켓의 등장으로 많이 낮아졌다. 그러나 스핀론치 측은 현재보다도 10분의1 수준으로 줄이고, 연료 사용도 30%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기술 담당 부사장인 렌은 “우리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시장을 열려고 한다. 우리의 미래 고객은 현재 자신들이 스핀론치의 고객이 되리라고 생각하지도 못한 기업들”이라고 말했다. 

 

“지구 중력의 10만배 힘 견딜 로켓, 위성 없다” 비관론 
투자가들을 위해 스핀론치를 실사(實査)했던 스탠퍼드대 항공공학 교수인 후안 알론소는 로켓 투사 및 고도 60㎞에서의 발사에 따르는 수학을 점검한 결과, 스핀론치의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아직 많은 전문가는 회의적인 것이 사실이다. 하버드대의 천체물리학자인 조너선 맥도월은 이 기업이 투사 고도를 60㎞까지 올리고, 이 고도에서 부스터 로켓을 작동시키기까지의 시간표가 매우 촉박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투사 실험 결과에 대해서도 “내가 모자를 공중에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준궤도 발사’라고 표현할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이와 관련, 작년 11월 과학 전문 웹사이트인 빅씽크(Big Think)는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과연 로켓 엔진과 배관·전기장치, 탑재 위성과 같이 아이폰과는 비교도 안 되게 정밀한 장치들이 회전 가속기 안에서 발생하는 지구 중력의 수만 배에 달하는 힘을 견딜 수 있겠느냐는 것”이라고 전했다. 즉, 시속 8000㎞에 도달하기 위해 진공 체임버에서 탑재물을 30분 정도 회전시키면 중력가속도의 5만~10만 배 힘이 발생한다. 서던캘리포니아대의 댄 어윈 교수는 “어떤 로켓이나 전자 장치도 이를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이런 중력가속도를 견디려면 복잡한 배관 장치가 필요 없는 고체연료를 써야 하는데, 고체연료는 한번 점화되면 지상에서 이를 통제할 방법이 없다.

 


또 현재 계획에선 탑재물은 진공 체임버의 출구를 밀봉한, 특수 소재인 마일라(Mylar) 필름으로 된 천장을 뚫고 나가게 된다. 과학자들은 로켓이 예정된 질량과 속도로 지름 100m의 회전 가속기를 빠져나가면 지름 33m짜리 실험 가속기에서 발생한 운동에너지의 25배로 마일라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는 벽에 충돌하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탑재물이 파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하늘로 치솟을 때 동체가 받는 항력(抗力)도 막강하다. 일반 로켓은 공기 밀도가 높은 저고도에서 낮은 속도로 날다가 공기가 희박한 수십km 상공에서 더욱 속도가 난다. 그러나 스핀론치의 로켓은 회전 가속기를 빠져나갈 때에 가장 속도가 높고, 갈수록 항력에 의해 속도가 줄고 탑재물은 엄청난 마찰열을 겪게 된다. 한마디로, 스핀론치가 이런 물리의 법칙을 피해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파산한 버진 오빗이 대체 발사의 신념 굳게 해”
방식은 다르지만, 고도 10㎞까지 비행기로 올라간 뒤 공중에서 로켓을 발사하는 버진 오빗도 1월에 발사가 실패한 뒤 결국 현금 부족으로 지난 달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와 관련, 스핀론치의 CEO 야니는 지난 5일 블룸버그 통신에 “버진 오빗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로켓을 발사대에서 이륙시키기 위해서 수만 갤런의 연료를 태우지 않는 대체 발사 방법이 있고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개념을 입증했다”며 “대체 발사 구조(architecture)에 대한 신념이 더욱 굳어졌다”고 말했다. 


스핀론치의 직원은 200명가량. 야니는 “우리 팀은 이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고 싶어하는 에너지와 열기로 가득 찬 젊은 엔지니어들로 구성돼 있다”고 말했다. 우주로 가려는 민간 기업들의 실험은 시시포스(Sisyphus)처럼 실패의 연속이었지만, 대담한 도전은 끊이지 않았다. 스핀론치는 그 우주로 가는 새로운 문을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