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면 되겠니?
ISS에서의 하룻밤

액시엄 스페이스 'Ax-2 미션'
22일 오전6시37분 출발 예정
스페이스X의 드래곤 캡슐 타고 날아가 8일간 체류

예상비용은 1박에 최소 4670만원
선장은 엑시엄 소속 전문 우주인
2명은 전문 훈련 받은 사우디 우주인
나머지 1명은 투자했던 미국 민간인 탑승

미국의 우주 개발 기업인 액시엄(Axiom) 스페이스가 주관하는, 민간 우주인 4명으로 구성된 Ax-2 미션이 한국시간으로 22일 오전6시37분(미 동부시간 21일 오후5시37분)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출발한다. 이들을 태운 스페이스X 사의 유인 우주선 드래곤 캡슐은 팰컨 9 로켓에 실려, 플로리다 주의 미 항공우주국(NASA) 케네디 우주센터를 출발한다. 


NASA는 저궤도에 대한 민간 기업과 일반인의 관심을 올리고 자체 수익도 마련하기 위해 ‘민간 우주인 미션(PAMㆍPrivate Astronaut Mission)’을 시작했다. 이번 미션은 작년 4월에 이어 두번째다. 민간 우주인 미션이라고 하지만, Ax-2의 탑승자들은 결코 우주에 대한 ‘초보자’가 아니다. NASA의 규정에 따라, Ax-2 미션의 선장은 액시엄 사 소속의 NASA 출신 전문 우주인이 맡는다. 또 2명은 전문 훈련을 받은 사우디 아라비아의 남녀 우주인이다. 결국 나머지 미국인 1명만 ‘순수’ 민간인인데, 그도 오랜 자동차 레이서와 조종사 경력을 갖춘 투자가다. 

 

 

액시엄 사의 작년 4월 Ax-1 미션에선 선장을 제외한 3명 모두 미국ㆍ캐나다ㆍ이스라엘 출신의 기업인들이었다. 그러나 이들도 발사 전에, 액시엄 사 주도로 6개월에 걸쳐 700~1000시간의 “NASA 스타일” 우주 적응 훈련을 받았다. Ax-2 우주인들이 탑승하는 드래곤 캡슐 ‘프리덤’은 계획대로라면, 발사 16시간 반 뒤인 22일 오전9시30분쯤 ISS에 도킹한다. 이날 발사가 무산돼도, 5월 중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 그러나 이후엔 수개월 기다릴 수도 있다. 


6월부터 NASA와 스페이스X가 다른 주요한 발사 일정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6월3일에는 스페이스X의 화물 우주선 CRS-28이 ISS로 가 한 달간 도킹하며, 그동안 미뤄졌던 보잉의 첫번째 유인 우주선인 CST-100 스타라이너도 7월21일 발사된다. 또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Crew-7)도 3분기에 ISS로 향한다. ISS에 도착하는 이런 우주선 일정 탓에, 애초 10일로 잡혔던 Ax-2의 ISS 체류 일정도 8일로 단축됐다.

 

 

NASA는 작년 4월말 민간 우주인 그룹의 ISS 이용 가격을 크게 올렸다. 예를 들어, 1SS의 전문 우주인들이 이들 민간인을 지원하는 가격은 2019년엔 시간당 1만7500달러(약 2330만 원)이었지만, Ax-2부터는 시간당 13만 달러(약 1억73000만 원)다. 또 ISS로 보내는 일반화물 운송 비용도 ㎏당 3000 달러에서 2만 달러(약 2663만 원)으로 뛰었다. NASA는 “민간 우주인들을 지원하는 전문 우주인들과 지상 컨트롤 타워의 업무량 증가가 예상보다 훨씬 커, 이로 인한 기회비용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Ax-1 민간 우주인들 ”스페이스 브레인 적응 어려웠다”
작년 4월 ISS에 갔던 Ax-1 미션의 민간 우주인들은 돌아와서 “많은 준비를 했는데도, 미세중력에 대한 적응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말했다. Ax-1 미션의 선장이었던 NASA 출신 우주인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는 미국 CBS 뉴스에 “우주에선 전문 우주인들이 ‘스페이스 브레인(space brain)’이란 현상이 있는데, 이게 적응하기까지 얼마나 어렵고 오래 걸리는지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스페이스 브레인은 무중력 상태에서 시간의 흐름을 파악하고 일을 처리하는 과정이 매우 지연되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사전에 많은 교육과 훈련을 받았는데도, 민간인들은 한 번도 무중력 환경을 겪어본 적이 없다 보니 계획했던 간단한 실험과 업무를 수행하기도 매우 어려웠다”며 “반면에 시간은 매우 빨리 지나가, 체류기간을 전속력으로 달린 기분”이라고 말했다. Ax-1 미션의 민간 우주인들은 귀환 시 착륙(splashdown)할 해상의 악천후 탓에, ISS에 10일이라는 애초 계획보다 긴 17일 머물렀다.


ISS에 하루 머무는 비용은 최소 3만5000달러 
Ax-1 미션의 민간 우주인이 액시엄 사에 1인당 지불한 비용은 5500만 달러(약 733억원)으로 보도됐다. 이는 NASA가 2019년에 처음 책정한 가격 정책에 따른 것이다. 여기엔 1인당 1일 생활 지원 및 화장실 관련 비용 1만1250 달러, 식사와 산소 공급, 의료 지원 등의 비용 2만2500 달러, 통신비 50달러(기가바이트), 전기료 42달러(킬로와트시)가 포함돼 있다. ‘맛없는’ 건조 식품 위주인 우주식(宇宙食) 비용만 1인당 하루에 2000달러였다. 이렇게 해서, Ax-1의 민간 우주인 한 명이 ISS에 하루 머물며 지불한 비용은 대략 3만5000달러(약 4670만 원)였다.


그러나 Ax-2 미션부터는 NASA에 지불하는 비용이 훌쩍 뛰었다. 우선 민간 우주인들이 타고 온 모듈(캡슐)과 ISS를 통합하고, 민간ㆍ전문 우주인 간에 기능ㆍ동력ㆍ서비스를 통합하는 비용이 미션당 480만 달러, ISS 우주인들이 민간 우주선의 임무를 지원하는 기본 비용이 미션당 520만 달러로 신설됐다. 이것만 1000만 달러(약 133억5000만 원)다. 또 지구에서 ISS로 보내는 일반화물 운송비도 기존의 kg당 3000달러에서 2만 달러로 뛰었다. <그래픽 참조>

 

 

NASA는 그러나 “민간 미션의 특성과 종류가 다양하고 복잡한 것을 고려해서, 가격은 협상 가능하다”고 밝혔다. 또 Ax-2 우주인 중 2명은 사우디 정부의 공식 우주인이다. NASA와 액시엄 측은 이들이 얼마 냈는지 공개하지 않았다. 전체 비용에는 또 스페이스X의 팰컨 9 발사 비용도 포함돼 있다. 작년 3월 스페이스X가 밝힌 발사 비용은 6700만 달러(약 894억 원)이었다. 


NASA는 또 민간 우주인들이 계획한 실험이 전문 우주인들에게 주는 업무량을 고려해, 이륙 12개월 전에 ISS 실험실에서 실시할 실험과 운송 화물에 대해 미리 타당성을 확인 받도록 했다. Ax-1 우주인들은 병원들의 의뢰를 받아 노령화와 관련된 세포 실험 등 25건의 간단한 과학 실험을 했고, 이는 ISS 우주인들의 시간에 상당한 부담을 줬다.


우주인인가, 우주관광객인가?
미 연방항공청(FAA)은 1984년부터 고도 50마일(약 80㎞)을 넘어간 민간인에게는 황금 핀인 ‘민간 우주인 배지’를 수여했다. 2021년 잠깐 우주의 문턱을 넘었던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와 동승했던 TV 드라마 ‘스타 트렉’의 배우 윌리엄 섀트너도 이 배지를 받았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배지 수여 없이, 우주를 다녀온 민간인의 이름만 기록하기로 했다. 자비로 다녀온 사람이 ‘우주인’이냐, ‘우주관광객’이냐는 논란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일부 NASA 출신 우주인들은 “로켓에 몸을 실었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라고 말한다. F-16 전투기를 몬 사람만 파일럿(pilot)이고, 세스나 경(輕)비행기를 몰면 파일럿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면에, Ax-1 선장이었던 로페즈-알레그리아는 “사전에 수백 시간의 훈련을 받고 며칠씩 우주에 머물며 과학실험을 한 민간 우주인과, 준궤도 비행으로 5분 우주를 다녀온 관광객은 구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스티 로더 화장품의 ISS 상업화 논란
NASA의 저궤도 상업화 계획에 따라, 2020년 10월 미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 로더는 나이트 리페어 스킨 세럼을 ISS의 큐폴라(cupola)를 배경으로 한 광고 사진을 찍었다. 에스티 로더는 당시 NASA가 책정한 가격에 따라, 모두 12만8000 달러(약 1억7000만 원)을 내고, 50ml짜리 화장품 10개를 ISS로 보냈다. 지구에서 ISS로 화물을 운송하는 비용 kg당 3000달러, 다시 지구로 보내는 비용 kg당 6000달러, 우주인 1명당 시급 1만7500달러를 지불했다. 

 

 

그러나 당시 미 의회 의원들은 짐 브리드스타인 NASA 국장에게 “화장품 광고 사진을 찍는 게 NASA의 임무 수행에 어떻게 도움이 되느냐”고 질책했고, 이는 NASA의 ISS 이용료 인상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NASA 우주인 연봉은 지상·ISS 근무 별 차이 없어
ISS 전문 우주인 노동력에 대한 민간 이용료가 시급(時給) 13만 달러라고 해서, NASA 우주인의 월급이 엄청 높은 것은 절대 아니다. 지난 2월 NASA는 경험과 자격 조건, 직군, 책임 등에 따라서 NASA 소속 우주인의 연봉은 10만4898 달러~16만1141 달러(약 1억4000만 원~2억1460만 원) 선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상에 있을 때나, ISS에 있을 때나 큰 차이가 없다. 


2007년과 2010년 두 차례 ISS에서 근무했던 전 NASA 우주인 클레이튼 C 앤더슨은 “2007년 152일 근무하고 확인한 은행 통장엔 152달러가 더 들어와 있었다. 하루 1.2달러꼴”이라며 “숙식이 제공돼 매일 저녁 식사하러 나가지 않는 것을 고려하면, 좀 낮지만 합리적인 임금”이라고 말했다. 앤더슨은 “함께 근무하는 러시아 우주인은 당시 연봉이 6000달러였는데, ISS에 근무하면 그 10배를 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스페이스X는 Ax-2 미션을 저궤도로 올리는 팰컨 9의 재사용 부스터를 처음으로 육지인 커내버럴 기지 내 지정된 지점에 착륙시킨다. 지금까지는 부스터가 대서양의 드론 선박에 착륙했다. 육지에 착륙시키면, 해상의 환경적 제약 조건을 고려하지 않아도 돼 부스터 회수가 쉽다. 스페이스X 측은 “육지에 착륙하는 능력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확신이 없었다. 그동안 스타링크 군집위성을 계속 발사하면서, 팰컨 9 부스터의 육지 착륙 능력에 자신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