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못가는 달,
아예 지구에 달을 만들자

두바이의 새로운 꿈 'Moon Dubai 프로젝트' 주목
3개 층 위에 동그란 달 건축물 건설 계획
500달러로 90분간 달 표면 걷고 문 로버 체험 운전 가능
충돌구를 비롯한 달 표면까지 그대로 구현 목표

지금까지 달을 밟은 사람은 미국의 백인 남성 우주인 12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구에서 일반인들도 문워크(moon walk)할 수 있게 해, 1년에 수백만 명이 찾는 관광 명소를 만들면 어떨까. 캐나다 건축가인 샌드라 G 매튜스와 마이클 R 헨더슨 두 사람은 지난 6~9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중동 비즈니스·관광 박람회인 ‘아라비안 트래블 마켓’에서 500달러의 비용으로 90분간 달 표면을 걷고 문 로버를 직접 운전할 수 있는 ‘문 두바이(Moon Dubai)’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우주관광 상품을 기획한 기업가들은 언젠가 많은 사람이 우주의 시작점까지 준(準)궤도 로켓으로 여행을 하거나, 지구 궤도에 떠 있는 호텔에 묵으며 탈(脫)지구 휴가를 즐기리라고 생각했다. 2000년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 2002년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2004년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 갤럭틱은 이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버진 갤럭틱의 준궤도 투어는 45만 달러,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인 드래곤 캡슐을 이용한 궤도 여행은 5500만 달러, 고도 30㎞에 오르는 벌룬(balloon) 투어도 비용이 수만 달러에 달한다. 

 

 

그래서 나온 것이 ‘문 두바이’ 프로젝트다.  ‘문 두바이’는 크게 하단부의 3개 층과 이 위에 구축되는 달을 그대로 축소한 구형(球形)으로 나뉜다. 토대가 되는 3개 층은 로비와 라운지, 스포츠시설과 카페ㆍ음식점, 컨퍼런스룸, 비즈니스센터, 수영장, 나이트클럽, 볼룸 등 일반적으로 호텔에 들어가는 시설이 들어선다.

이 구조물의 특징적인 것은 그 위에 놓일 ‘문(MOON)’이다. 지름이 198m, 표면적이 12만 3312㎡(약 3만7300 평)에 달하는 ‘문’은 충돌구를 비롯한 달 표면을 그대로 구현한다. 실제 달의 0.008% 크기인 ‘문’은 조명에 따라 보름달·반달·초승달로 바뀐다. 또 ‘문’의 내부엔 모두 4000개의 객실이 들어서고, 투숙객은 창문 대신에 LED 창으로 원하는 광경을 선택하게 된다. 이 지상 구조물에는 별도로 매각되는 300채의 개인 고급 주거시설도 포함돼 있다. 구조물은 견고한 탄소섬유 복합소재와 철로 건설된다. 

특히 두 건축가가 복합적인 문 리조트로서 초점을 맞춘 것은 ‘문’의 상단부에 위치하는 달 표면ㆍ달 식민지. 헨더슨은 작년 9월 두바이의 칼리즈 타임스 인터뷰에서 “방문객들은 이곳의 달 식민지에서 착용하는 특수 우주복을 통해 중력 감소를 체험할 수 있고, 수중 시스템과 케이블을 통해 완전한 무중력 상태를 느끼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공간은 우주 여행을 꿈꾸는 수백만 명에게 적정한 가격 대에서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다리가 될 것”이라며 “나중에는 각국의 우주 당국이 우주 적응 훈련을 하는 장소로도 발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리조트는 다른 나라에서라면 현실성이 떨어지겠지만, 이미 미래지향적인 도시국가인 두바이에선 고려해볼 만한 프로젝트라고 CNN 방송은 전했다. 두바이에는 이미 829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할리파가 있다. 또 화성에 탐사선 ‘아말’을 보내고, 비록 지난 달 착륙에는 실패했지만 일본의 민간 무인 달 착륙선인 하쿠토(白兎ㆍ흰토끼)-R에 탐사 로버를 보낸 UAE 우주센터가 위치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높이 300m의 73층짜리 4개 동(棟) 콤플렉스로 디자인됐지만 2008년 세계적인 금융위기 속에서 건설이 중단된 ‘두바이 진주(Dubai Pearl)’, 팜 아일랜드(Palm Island)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짓다가 만 ‘팜 제벨 알리’ 인공 섬도 있다. 두바이는 이들 프로젝트를 추진하다가 UAE의 맏형 격인 아부다비로부터 2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헨더슨은 ‘문 두바이’가 부르즈 할리파 옆에 세워져 시너지 효과를 내거나, ‘두바이 진주’ ‘팜 제벨 알리’ 곁에 세워져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빌바오 효과는 실업률이 높고 경제가 낙후됐던 스페인의 지방 도시 빌바오에 구겐하임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전세계에서 관광객이 몰려 경제가 살아난 것과 같이, 랜드마크 건축물이 도시 전체를 되살리는 효과를 말한다. 헨더스는 “문 리조트는 48개월 내에 건설될 수 있고, 연간 250만 명의 투숙객과 10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두바이의 부동산 사정은 15,6년전 금융위기를 겪던 때와는 180도로 다르다. 임대료가 1년 전보다도 26.9%나 올랐고, 작년 두바이의 주택 매매 건수는 8만6849건으로, 기존의 2009년 기록을 경신했다. 두 건축가가 산출한 문 두바이의 건축비는 무려 50억 달러(약 6조6260억 원). 2009년에 완공된 부르즈 할리파의 건설 비용은 15억 달러였고, 중단된 ‘두바이 펄’은 40억 달러였다. 또 팜 제벨 알리보다 조금 작은 규모로 지어진 인공 섬 팜 주메이라는 완공까지 120억 달러가 들었다.


‘셰이크에서 술탄으로’라는 책을 쓴 중동 전문가 크리스토퍼 데이비슨은 “문 두바이는 두바이 지배층이 통치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두바이 지배층은 비록 비(非)민주적 엘리트이긴 해도 과학 발전을 강력히 신봉하는 것이 사실이며, 자신들의 지배를 합법화할 대형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헨더슨은 “우리는 아직 시작도 안 했지만, 이미 80억 명의 지구 인구가 우리 브랜드인 ‘달’을 알고 있다”며 “문(MOON)은 세계 최대의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