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저 신호,
혹시 외계인이?

지난 5월 25일 화성에서 발사된 신호
지구 전파망원경 3곳에서 수신돼
알고보니 미 SET연구소의 이벤트
위성 통해 '모의 외계신호' 보내

NASA는 UFO같은 미확인현상 결론 유보
"대부분 천문현상, 800건 이상 현상 중 2~5%만 설명안돼"

5월31일 미 우주항공국(NASA)은 이른바 ‘미확인이상(異常)현상’(UAPㆍUnidentified Anomalous Phenomena)에 대해 “약 800건의 수집된 UAP를 조사한 결과, 2~5%만이 설명되기 어려웠다”고 발표했다. 이 경우에도 과학적ㆍ체계적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UAP의 존재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를 유보했다. UAP는 과거 UFO(미확인비행물체)라고 불리던 것으로, 미 국방부는 이를 ‘미확인공중(Aerial)현상’이라고 부른다. 지난 4월 미 국방부는 “650여 건의 사례를 분석했지만, 외계에서 왔다고 결론 내릴 수 있는 것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NASA는 작년 6월 천체물리학자ㆍ우주비행사ㆍ우주과학자ㆍ해양학자ㆍ언론인 등으로 구성된 16인의 UAP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포괄적으로 조사했다. 그 결과 과거 이상 현상으로 분류됐던 것들 중 상당수는 멀리 떨어진 은하에서 발생한 천문학적인 현상인 ‘고속 전파 폭발’이었고, 일부는 착시(錯視), 민간 여객기, 풍선이 빚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NASA의 닉 폭스 과학 국장은 또 “조사할 가치가 있는 일부 고(高)퀄리티의 과학적 데이터의 경우에도, 피사체가 기밀이 아니라 이 데이터를 수집한 센서가 기밀이어서 해당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이에 앞서 5월 25일 오전4시16분쯤(한국시간) 화성에서 발신한 ‘외계’ 신호가 지구에 수신됐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그린뱅크에 있는 로버트 C 버드 천문대와 캘리포니아 북부의 앨런 전파망원경 배열(Array), 이탈리아 북부의 메디치나 전파 천문대 세 곳이 이를 수신했다. 온통 암호로 이 메시지는 아직 ‘해독(解讀)’되지 않아 내용을 알 수 없다.

 

 

그런데 화성에서 이 신호를 보낸 주체는 진짜 외계 생명체가 아니라, 화성 궤도를 돌며 대기를 관측하는 위성인 TGO(Trace Gas Orbiter)이었다. 2016년 유럽우주국과 러시아우주국이 공동 제작해 발사한 위성이다. 이 위성이 오전4시에 모의 ‘외계’ 신호를 지구로 보냈고, 이걸 16분 뒤에 세 곳의 전파망원경이 받았다. 


1997년 외계 지적 생명체의 존재를 다룬 공상과학 영화 ‘콘택트(Contact)’에서 젊은 천문학자 엘리 애러웨이는 지구에서 약 25광년 떨어진 항성 베가(Vega)에서 온 전파 신호를 탐지한다. 베가는 실제 있는 별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외계 생명체가 보낸 메시지 속의 설계도대로 베가에 닿을 우주선을 합동으로 제작했고, 애러웨이는 여러 개의 웜홀(wormhole)을 지나는 초(超)공간(hyperspace) 이동을 통해 이 지적 존재를 만난다. 

 


세 곳의 천문대에서 수신한 이 신호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있는 SETI(외계 지적생명탐사)연구소가 전세계인의 외계 지적 생명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려고, 주관한 이벤트다. 영화 속 주인공 애러웨이처럼 전세계의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참여해 이 외계 신호의 코드를 풀자는 것이다. 행사를 주도한 이는 SETI 연구소와 그린뱅크의 로버트 C 버드 천문대의 상주(常駐) 미디어 아티스트인 다니엘라 드 폴리스. 아마추어무선가로도 활동한다.

 

 

드 폴리스는 SETI 전문가들과 우주과학자들, 예술가들로 팀을 꾸려서 ‘우주의 신호(A Sign in Space)’라는 제목의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그는 “외계 문명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게 되면, 이는 인류에게 엄청난 변혁을 초래하는 경험이 될 것”이라며 “‘우주의 사인’을 통해서 전(全)지구적 차원에서 이런 시나리오에 대한 실질적인 연습과 준비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프로그램에 관여한 앨런 전파망원경 배열(ATA)의 웨일 파라 박사는 “외계 생명체가 보낸 메시지를 처리ㆍ분석ㆍ이해해 의사소통하는 것은 천문학의 범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요구해, 공동체가 이 도전을 함께 헤쳐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세 천문대의 연구진은 이 시그널을 처리해서, 전세계 천문학계의 동료와 일반에 공개했다. SETI 연구소 측은 또 외계 고등문명권이 보내는 ‘테크노시그니처(technosignature)’의 탐지가 인류 사회에 미치는 의미를 놓고, 앞으로 6주 남짓 온라인으로 수 차례 미팅을 개최할 예정이다. 일반인이 메시지를 다운로드하고, 해독(decoding)한 결과를 제출할 수 있는 웹사이트도 개설했다. 그런데, 1974년 한 천체물리학자가 처음으로 우주로 메시지를 보냈을 때에는 아무도 완벽하게 이를 풀지 못했다.


외계 고등 문명도 인류처럼 전파 이용할 것
1960년 이래 일부 천문학자들은 전세계 전파 망원경으로, 외계 지적 생명체가 먼 우주에서 사용하거나, 의도적으로 지구를 향해 보낸 전파 신호를 찾아 나섰다. 이 우주에 고등 문명권이 있다면, 인류처럼 전파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는 전제에 따른 것이었다. 지난 60여 년간 의미 있는 전파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지만, 우리은하에만 태양과 같은 항성이 2000억 개 존재하고, 현재 관측 가능한 우주에만 2조 개의 은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무도 못 풀었던 드레이크의 메시지
그런데 우리가 진짜 외계 문명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다면 풀 수 있을까. SETI의 아버지로 불리는 코넬대 천체물리학자였던 프랭크 드레이크는 1974년 푸에르토리코의 아레시보(Arecibo)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73개의 행과 23개의 열에 0과1로 구성된 1679개의 암호 메시지를 허큘리스 대성단(M 13)을 향해 쐈다. 지구에서 2만5100 광년 떨어진 성단이다. 2017년 허리케인으로 막대한 피해를 겪은 이래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아레시보 망원경의 지름은 305m로, 2016년 중국이 지름 500m의 구면(球面) 전파 망원경(FAST)를 완공하기 전까지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전파 망원경이었다. 


그러나 1~10까지의 숫자와 태양계의 구성, 원자 번호, 인체 신장 등을 적은 이 ‘아레시보 메시지’는 지구에서 아무도 풀지 못했다. 같은 코넬대 천체물리학자로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을 강력히 주창했던 칼 세이건도 완벽하게 풀 수는 없었다.


지구에서 보낸 전파를 수신할 수 있다면, ‘위험한’ 외계 문명권
일부 과학자들은 드레이크가 국제적인 협의나 참여 없이 독자적으로 아레시보 메시지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인류가 TVㆍ라디오 방송을 통해 전파를 송출한 역사가 고작 100년 밖에 안 된 것을 고려하면, 우리의 전파 메시지를 수신해서 반응할 수 있는 외계 문명권은 ‘확률적으로’ 인류보다 훨씬 고등한 문명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리학자 스티브 호킹은 2010년 “외계 생물체가 우리의 존재를 알아서 지구를 방문한다면, 그 결과는 컬럼버스가 아메리카에 도착했을 때와 비슷할 것”이라며 “그의 방문은 원주민들에게는 결코 좋은 결과가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호킹과 같은 생각을 하는 과학자들은 “외계 생물체가 인류에 대해 굳이 악의(惡意)가 있을 필요도 없다. 그들은 우리를 ‘개미’처럼 볼 것이다. 뭔가 다른 것을 찾으러 가는 길에, 우리를 밟고 지나가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다”고 말한다.


‘탐색’하는 SETI에서 ‘메시징’에 주력하는 METI로 확산
반대로 지구와 인류를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이들은 인류 문명을 파괴할 수도 있는 외계 고등 문명권이 있다면, 그 문명권은 지난 100년간 지구에서 우주로 의도치 않게 흘러 나간 수많은 라디오, TV 전파를 수신해 인류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SETI 활동을 하던 이들 중 일부는 아예 외계 지적 존재의 ‘탐색’이 아니라, 이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데 더 주력하는 METI(Messaging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활동을 벌인다.


그러나 의도적인 전파 메시지 송출에 반대한 캠프는 “우리가 쓰는 전파가 수십 년간 우주를 떠다닌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은 신호도 약하고 어느 한 곳을 겨냥해 집중된 것이 아니었다”며 “특정한 천체를 향해 발신하는 전파 망원경의 의도적인 송출은 훨씬 강력하다”고 반박한다. 이는 ‘속삭임’과 ‘고함’처럼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2017년 6월 인류학자 스티븐 존슨은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기고한 장문의 글에서, “METI 활동이 지구에 초래할 수도 있는 파괴적 결과를 고려한다면, 왜 특정 지식인 그룹이 여섯 살짜리 아프리카의 소녀보다 지구에 대해 더 큰 대표권을 가져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누구나 같은 양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외계 문명권이 그 메시지를 수신하기 전까지는 소녀의 평균 수명이 지식들보다 더 긴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그 소녀의 지분이 더 크다”고 주장했다. 현재 외계 생물체와의 통신을 관리하는 국제적인 기구는 없다. 그래서 일부에선 25일 새벽 화성에서 온 신호는 단지 메시지를 해독하는 차원을 넘어, 어떻게 ‘답장’할 것이냐에 대해서도 전지구적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