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유속·원통형 구조
북한 발사체 인양 난항

전봇대만한 15m 원통형 구조물 해저에 가라앉아…합참 "안전한 인양 노력 중"


북한이 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이 서해에 추락한 지 엿새가 지났지만, 식별된 잔해가 아직 인양되지 못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5일 오후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도 수면으로 인양은 안 될 듯하다"라며 "내일 수중 상황을 보고 작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장의 유속이 빠른 데다 시야가 좋지 않아 어려움이 많고 위험성도 있다"며 "안전하고 조속한 인양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달 31일 평안북도 동창리에 있는 새로운 발사장에서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탑재한 우주발사체를 발사했지만, 1단 분리 후 2단 점화 실패로 전북 군산 어청도 서방 200여㎞ 해상에 추락했다. 군은 북한이 발사체를 쏜 지 약 1시간 30분 만에 부유물을 발견하고 가라앉지 않도록 노란색 리프트 백(Lift Bag)을 묶어뒀다. 그러나 인양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발사체 잔해는 무거운 중량으로 인양 장구에서 이탈, 수심 75m 아래 해저에 완전히 가라앉았다. 발견 당시엔 수면 위로 일부만 노출돼 수 미터 정도 길이로 보였지만, 확인 결과 발사체 전체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15m 길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성준 합참 공보실장은 오전 정례브리핑에서 "최초 인양 (시도) 시에 그것이 다시 물속으로 빠지는 상황이 있었다"며 "장병들은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여서 잠수사들이 위험했던 상황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해역에는 3천500t급 수상함구조함 통영함(ATS-Ⅱ)과 광양함(ATS-Ⅱ), 3천200t급 잠수함구조함(ASR) 청해진함, 항공기 수 척이 투입돼 인양 및 잔해 탐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해군의 해난구조전대(SSU) 심해 잠수사들이 지난 3일부터 투입돼 원통형 잔해에 고장력 밧줄을 묶고 있으나 강한 조류와 짧은 시정 등 악조건 속에 작업이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15m짜리 전봇대만한 잔해를 끌어 올리려면 해저면 펄 속에 박힌 잔해 밑으로 여러 개의 와이어를 넣어 수평을 맞춰야 하는데, 원통형 물체의 표면이 매끄러워 와이어를 고정해줄 곳이 없어 결박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거기다 지난 2∼3일 현장의 유속이 2노트(시속 3.7㎞)로 빠른 편이어서 잠수사들이 오래 작업을 할 수 없고 물체에 결박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물체가 펄에 박히면 물체를 둘러싼 흙의 점성이 강해져 마치 콘크리트처럼 굳게 되는 만큼, 물체 밑으로 와이어를 집어넣을 구멍을 뚫는 작업도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이번에 낙하한 발사체 잔해는 길이 15m로 과거 사례에 견줘도 부피가 큰 편이다. 원통형 구조물 안으로 바닷물이 들어가면 무게는 더욱 늘어난다. 군은 작년 11월 2일 북한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이남으로 쏜 미사일 잔해를 닷새째인 11월 6일 강원도 속초 앞바다에서 수거했는데, 길이는 약 3m, 폭은 약 2m 크기였다. 또 철갑이 갈기갈기 찢긴 형태여서 오히려 밧줄을 걸기 쉬운 여건이었다. 2012년 12월 12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 '은하-3호'를 쏘아 올렸을 때는 17일간 인양 작전을 펼쳤고, 잔해 가운데 처음 건져 올린 조각은 길이 7.6m, 직경 2.4m 크기의 1단 추진체 산화제 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