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륙은 어디에 하는가?
중·러는 땅, 미국은 바다

중국과 러시아 초원 등 육지에 착륙
“착륙과정 거칠어도 바로 캡슐문 열고 나와
바다에선 예측불허 상황 발생할 수도"

미국은 대부분 해상 착륙 선택
발사기지 대서양 태평양 해안과 가깝고
해상에 착륙하면 물이 충격 완화 역할
올해 테스트하는 보잉사의 CST-100 스타라이너는
육상 착륙용, 충격 완화 6개의 대형 에어백 장착

지난 4일 중국 우주인 3명이 6개월의 우주정거장 텐궁(天宮) 근무를 마치고, 선저우(神舟) 15호 캡슐로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둥평 착륙장에 착륙(touchdown)했다. 이에 앞서, 3월 말에는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한 뒤에 작년 12월 중순 냉각제가 누출됐던 러시아의 유인우주선 소유즈 MS-22 캡슐이 우주인 없이 화물만 적재하고 카자흐스탄의 초원에 착륙했다. 그런 가하면, 민간 우주인으로 구성됐던 Ax-2 미션의 우주인 4명은 ISS 체류를 마치고 스페이스X사의 드래곤 유인 캡슐을 타고 지난달 31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인근 해상에 착륙(splashdown)했다.

 

 

비슷한 모양의 유인 우주선인데도, 러시아와 중국 우주당국의 유인 캡슐은 육지에 착륙하고, 미국의 NASA(미 항공우주국)와 스페이스X 캡슐은 해상에 착륙한다. 


미국의 유인 캡슐은 왜 육지에 내리지 않는 것일까. 육지에 도착하면, 캡슐이 바다에 빠지는 것을 염려할 필요도 없다. 실제로 미국의 최초 우주탐사인 머큐리 프로젝트 시절인 1961년 3월 멕시코만에 착륙한 ‘리버티 벨’ 캡슐은 해치(hatch)가 갑자기 열리면서 침수가 됐고, 탑승한 NASA 우주인은 익사 직전에 가까스로 구조됐다. 다음해 5월 ‘오로라 7’ 캡슐로 지구를 세 바퀴 돈 NASA 우주인은 예상 착륙지점에서 약 400㎞나 벗어난 해상에 착륙하는 바람에, 3시간가량 구명뗏목을 타고 구조선을 기다려야 했다.

 

 

1974년 스카이랩 4 미션의 미국 우주인과 1975년 아폴로ㆍ소유즈 테스트 프로젝트의 미국과 소련 우주인들이 탔던 캡슐들은 높은 풍랑에 뒤집히기도 했다. 두 경우 모두 캡슐 외부에 부착된 에어볼이 팽창하면서 전복된 캡슐의 자세를 바로 잡았지만, 이 과정에서 NASA 우주인 한 명은 기절했다. 이후 1980년대 NASA의 우주왕복선들은 활강 방식으로 ‘부드럽게’ 활주로에 내려 앉았다. 그런데도, 반세기 만에 달에 돌아가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무인(無人) 오리온 캡슐 역시 작년 12월 11일 멕시코의 바자 캘리포니아 반도 인근 태평양에 착륙했다.


NASA는 과거 예측 불허의 리스크가 많았던 아폴로 시대의 바다 착륙 방식을 기본적으로 고수한다. 여기엔 양면이 대양인 미국의 지리적 특성과, 바다가 캡슐 착륙 시의 충격을 추가로 흡수해 탑승한 우주인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이점이 작용한다. 


러시아 캡슐은 카자흐스탄의 너른 초원에 내려
1967년 이래 소련과 러시아의 우주선은 카자스탄의 너른 초원에 착륙한다. 낙하산으로 일단 감속하고, 이어 착륙 직전 수초 전에 역추진 로켓이 점화되면서 초속 6~7m(시속 25㎞)까지 하강 속도를 늦춘다. 그러나 결코 ‘안락한’ 착륙은 아니다. 종종 탑승한 우주인은 다칠 정도로 충격을 느낀다고 한다.

 

 

2008년 지난 4월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씨를 태우고 ISS에 갔던 소유즈 캡슐은 착륙 시 충격으로 캡슐이 30㎝가량 땅에 파묻혔다. 이소연씨는 구조하러 온 주민들에게 “허리가 아파, 일어나기 힘들다”고 호소했었다. 2007년 소유즈 캡슐로 지구에 돌아온 NASA 우주인 마이클 로페즈-알레그리아는 “자동차가 충돌하고 이어 몇 차례 폭발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 착륙 지점이 평평하지 않으면 캡슐이 구를 수 있고, ‘마른 육지’가 아닐 수도 있다. 1976년에 소유즈 캡슐은 착륙 예상지점을 벗어나 꽁꽁 얼어붙은 호수에 착륙했다. 9시간 뒤에야 현장에 도착한 구조 인력은 우주인들이 이미 숨졌다고 생각해, 서둘러 캡슐의 해치를 열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과 러시아의 일부 우주인은 육지 착륙을 선호한다. 로페즈-알레그리아는 “육지에선 좀 착륙이 거칠어도 바로 캡슐문을 열고 기어 나올 수라도 있는데, 바다에선 착륙이 예상과 달리 진행되면 상황이 급변한다”고 말했다.


NASA는 착륙의 안전성과 지리적 특성 고려해 바다 선호
NASA가 스플래시다운을 선호하는 것은 미국의 우주 발사기지가 대서양과 태평양 해안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고, 이륙 시 로켓의 비행 경로도 바다 위를 지나는 것과 관련이 있다. 발사 후 긴급상황이 발생해 로켓에서 탈출한 우주선도 당연히 바다 위에 떨어지게 된다. 또 해상에 착륙하면, 물이 다시 한번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NASA의 우주선은 해상 착륙한 뒤에 구조ㆍ회수가 쉽도록 디자인됐고, 이를 위한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 또 러시아의 소유즈나 중국의 선저우처럼 역추진(retro) 로켓과 연료를 장착하면 추가 중량이 발생한다. 러시아와 달 착륙 경쟁을 벌이던 1960년대에, NASA는 이 모든 중량을 싣고 달에까지 갔다가 돌아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지리적으로도, 미국은 카자흐스탄이나 중국과 같이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광활한 초원이나 사막이 없다. 미국 남서부 사막 지역은 착륙 지점이 예상에서 수백 ㎞ 벗어나도 안전할 만큼 평지도 아니다. 계곡과 구릉, 마을들과 북미원주민 보호거주지역 등이 산재해 있다.   


오리온 캡슐의 공력제동(空力制動·aerobraking)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우주선인 오리온 캡슐은 지구 대기권에 시속 4만 ㎞로 잠깐 진입한 뒤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스킵 엔트리(skip entry)를 통해 감속한다. 또 비스듬히 대기권에 진입해 마찰을 일으키면서 속도를 줄인다. 이후 고도 8㎞쯤에서 보조 낙하산, 3㎞에서 주(主)낙하산 등 모두 11개의 낙하산을 차례로 펼쳐 하강속도를 시속 520㎞에서 착륙 시 27㎞까지 떨어뜨린다. 


활주로에 내려앉는 NASA의 우주왕복선은 애초 착륙 방법을 둘러싼 고민을 해결해 줄 것으로 기대됐다. 우주왕복선은 시속 320㎞로 착륙하고 보조 낙하산이 펴지면서 감속한다. 그러나 우주왕복선이 착륙하는데 필요한 최소 4㎞ 안팎의 활주로와 지상 지원기지를 갖춘 곳은 미국에서도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와 캘리포니아주의 에드워즈 공군기지 두 곳뿐이었다. 우주왕복선이 착륙할 수 있는 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유지하느니, 바다에 착륙하는 게 비용 면에서도 훨씬 효율적이었다.  


또 오리온 캡슐의 중량이 25톤, 스페이스X의 유인 드래곤 캡슐이 약10톤인데 반해, 우주왕복선은 2000톤이 넘었다. 이 막대한 중량을 이끌고 우주를 오가는 것은 엄청난 연료 소모와 막대한 운영 비용을 초래했다. 그리고도 날개와 랜딩 기어는 사실 ISS가 있는 저궤도를 넘어서 달과 화성, 소행성으로 가는 유인 심우주 탐사에선 무용지물인 ‘죽은 무게’였다. 


스페이스X, 처음엔 드래곤 캡슐의 육지 착륙 검토했지만
NASA와 계약을 맺고 우주인과 화물의 ISS와 지구 사이 수송을 맡은 스페이스X의 드래곤 캡슐도 첨단 우주기술을 장착했지만, 결국은 해상 착륙을 선택했다. 스페이스X는 애초 낙하산이 아니라 역추진 로켓으로 감속하고 랜딩 기어로 사뿐히 육지에 내려앉는 드래곤 캡슐을 디자인했다.

 

 

일론 머스크는 2014년 “21세기 우주선은 헬리콥터처럼 어디든 정확하게 내려앉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스페이스X의 팰컨 9 로켓에서 재사용되는 1단 부스터는 케이프 커내버럴이나 바다 위의 바지(barge) 선 위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그러나 머스크는 2017년 4월 드래곤 캡슐도 해상에 착륙한다고 발표했다. 육상에 부드럽게 착륙시키려면 개발 비용이 더 많이 들었고, 개발을 지원한 NASA는 이를 원치 않았다.


유인 드래곤 캡슐은 화물용보다 50% 더 무겁다. 추가된 중량을 상쇄하기 위해서, 모두 6개의 낙하산이 펼쳐지면서 아폴로 프로그램의 원추형 캡슐보다도 더 큰 항력을 제공한다. 5.5㎞ 고도에서 2개의 보조(drogue) 낙하산이 펴지고, 2㎞ 고도에서 4개의 주 낙하산이 펼쳐져 마지막에는 25.7㎞의 하강 속도로 바다에 착륙한다. 또 해상 착륙 지점 예측도 더욱 정확해져, 스페이스X의 구조 선박인 고서처(Go Searcher)호 1척만이 예상 착륙 지점에 대기한다. 고서처호엔 헬리콥터 착륙장이 있어서, 우주인을 육지로 신속하게 수송할 수 있다. 1962년에는 존 글렌이 미국인 최초로 지구 궤도를 돌고 해상 착륙했을 때에는 24척 이상의 해군 함정이 대기했었고, 1972년 마지막으로 달을 방문한 아폴로 17호 착륙 모듈이 스플래시다운했을 때에도 4척이 인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잉의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는 육상 착륙
올해 내 유인 비행 테스트를 하려고 하는 보잉사의 CST-100 스타라이너는 육상 착륙용이다. 육상에 착륙하는 러시아의 소유즈 캡슐 탑승 인원이 3명인데 비해, 스타라이너는 7명이다. 그런데도 러시아ㆍ중국의 캡슐과는 달리, 역추진 로켓이 없다. 스타라이너는 그 대신에 충격을 완화할 6개의 대형 에어백이 캡슐 바닥에 장착돼 있어, 지상 900m에서 팽창된다. 중앙의 또 다른 에어백 1개는 해상 착륙용이다. 

 

 

에어백은 자전거 타이어처럼 내피와 외피의 이중 구조로 제작돼, 에어백의 외피가 착지 충격에서 발생하는 압력을 통풍구로 방출해도 안쪽 튜브는 견고하게 유지된다. 보잉 사는 스타라이너의 육상 착륙지로 미국 서부에 5곳의 후보지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