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공우주국(NASA)와 미 공군은 13일 새로운 X-항공기(Planes) 시리즈인 X-66A를 공개했다. X-66A는 NASA가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가량을 차지하는 여객기의 탄소 순(純)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목적으로 디자인한 최초의 실험기(實驗幾)다.
보잉 사는 그동안 길이는 길고 폭은 좁은 양 날개를 동체에서부터 트러스(truss)로 지지해 안정성을 높이는 여객기를 개발해 왔다. NASA는 이런 날개 형식의 여객기가 앞으로 연료 효율성은 30% 높이고 탄소 제로를 이룰 수 있도록, X-66A로 선정해 계속 개량하면서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NASA는 X-66A의 테스트 비행 결과가 현재 전세계에서 여객 수송량이 가장 많은, 통로(aisle)가 하나인 폭이 좁은 여객기의 업그레이드에 응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X-66A를 발표하면서 “NASA의 눈은 별에만 초점이 맞춰진 것이 아니며, 하늘에도 고정돼 있다. X-66A는 보다 친환경적이고 조용해, 승객과 항공산업 전체에 새로운 가능성이 창출되는 새로운 항공 미래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이 실험기의 운용에 필요한 시설과 기술, 일부 재정을 지원하며, 보잉과 파트너 사들이 약 7억2500만 달러(약 9273억 원)에 달하는 X-66A 프로젝트의 재정을 담당한다. 그동안 이 변형된 날개를 연구해 온 보잉의 토드 시트론 기술담당 임원(CTO)은 이날 “혁명적인 디자인을 입증하는 X-항공기 시리즈의 긴 역사에서 우리 디자인이 새 실험기로 지정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NASA의 X-항공기 지위는 미 공군이 부여한다. X-항공기는 혁명적인 기술과 디자인을 테스트해 입증된 것들을 기존 항공기에 녹여 통합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는 실험기(實驗機)다. 따라서 X-항공기 자체가 나중에 양산(量産)체제로 전환되는 원형(原型ㆍprototype)이 되는 경우는 드물다.
NASA의 X-항공기는 1940년대에, NASA의 전신(前身)인 미 국가항공자문위원회(NACA)가 미 해군과 공군의 실험기를 제작하기 위한 재정을 지원하면서 시작했다. 음속의 벽을 처음 깬 항공기부터 고(高)고도 장기간 체류 항공기, 우주왕복선의 모체가 된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ㆍ항공 겸용 비행물체, 유인 궤도 우주선을 쏘아 올리는 로켓, 우주와 대기권을 넘나드는 무인 궤도 비행물체 등 NASA의 X-항공기 시리즈는 미국과 전세계의 항공ㆍ우주 개발 테크놀로지를 이끌었다. 다음은 이 중에서도 항공ㆍ우주 개척에 특히 커다란 이정표를 세운 주요 실험기들이다.
세계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 X-1 (1946년)
민간 항공사 벨 에어크래프트와 미 공군, NASA의 전신인 NACA는 음속(音速) 돌파를 목표로 X-1을 제작했다. 로켓 엔진을 장착한 벨 X-1의 테스트 비행은 1946년부터 시작했고, 50회째 비행인 1947년 10월14일 X-1은 고도 13.7㎞에서 음속을 넘는 시속 1127㎞(마하 1.06)를 기록했다.
인류 최초의 초음속 조종사가 된 척 이거는 미 항공 역사의 전설이 됐고, 이 실험기의 변형인 X-1E는 1958년에 마하 3까지 속력을 올렸다.
ICBM, 유인 궤도선의 발사체가 된 X-11(1957년)과 X-12(1958년)
NASA의 X-11, X-12는 항공기가 아니라, 로켓이었다. 두 실험 로켓은 미국 최초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SM-65 애틀라스의 원형이 됐다. 출발은 ICBM이었지만, 이 애틀라스 계열의 로켓은 이후에 존 글렌이 탑승하고 지구를 돈 미국 최초의 우주선 ‘프렌드십 7호’를 우주로 쏘아 올린 것을 포함해, 미 우주탐사 프로그램 머큐리의 마지막 4개 미션을 수행했다.
X-11, X-12에 기초한 애틀라스 로켓은 미국이 1962~1963년 타 행성에 탐사 위성을 보낸 마리나 프로그램과, 달 표면의 연착륙 가능성을 알기 위해 진행했던 서베이어 프로그램을 수행했다. 미국이 애틀라스 로켓에 탑재한 서베이어 1호는 소련에 이어, 두번째로 1966년 6월2일 무인 달 착륙에 성공했다.
재사용이 가능한 최초의 우주 항공기 X-15 (1958년)
NASA와 미 공군은 1958~1970년 X-15를 운용했다. 이 항공기는 로켓 엔진을 장착하고 우주를 넘나들었다. 1963년 준(準)궤도 고도인 99㎞까지 상승했다가 돌아왔고, 1967년 10월 3일 미 공군 조종사인 피트 나이트는 고도 107㎞에서 마하 6.7로 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인간이 조종하는 비행물체로서는 최고 기록이다.
그러나 NASA는 ‘우주인’을 인색하게 정의해, 2005년에 가서야 X-15를 몰았던 조종사들에게 ‘우주인’ 칭호를 부여했다. X-15 운용 당시까지, 소련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은 327㎞ 고도까지 올랐고, 미국 최초의 우주인 앨런 셰퍼드는 187.5㎞까지 도달했다. 국제항공연맹(FAI)는 일반적으로 지구 해수면에서 100㎞ 고도를 우주의 시작으로 본다.
우주왕복선을 낳은 실험기 X-24 (1963년)
X-24는 NASA와 미 공군이 우주 비행을 할 수 있는 항공기로 함께 개발했으며, 외관상 뚜렷하게 날개의 구분이 없이 동체의 디자인만으로 양력(揚力)을 일으켜 비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두 기관은 1963~1975년 무(無)동력으로 대기권을 난 비행 물체가 착륙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기체역학적인 측면을 연구하려고 X-24를 운용했으며, 여기서 입증된 테크놀로지는 나중에 우주왕복선 개발에 사용됐다.
이를 위해, X-24는 B-52 폭격기를 변형한 B-52에 실려 13.7㎞의 고도까지 오른 뒤 분리돼, 로켓 엔진으로 고도 21.8㎞까지 상승해 날고 연료가 다 소진된 뒤에는 무동력으로 지상에 활강 착륙했다.
날개의 방향이 반대로 달린 X-29 (1984년)
NASA는 날개가 앞쪽으로 쏠린 전진익(前進翼)을 가진 이 실험기를 1984년에 개발 테스트했다. 날개가 이렇게 달린 것은 아(亞)음속 비행에서 항력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기체가 워낙 불안정해서 파일럿의 조종간과 항공기의 비행제어장치가 유압시스템과 같은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전자제어 시스템(fly-by-wire)으로 연결돼 있다. 이 제어방식은 우주선에서도 쓰인다. X-29는 미 군부가 테스트한 유일한 전전익 비행기였다. 러시아에서도 기술 시연기 성격이 강한 Su-47 베르쿠트(‘검독수리’라는 뜻) 1대를 1999년에 모스크바 에어쇼에서 선보였다.
X-37(2006년) 궤도시험기(OTVㆍOrbital Test Vehicle)
NASA와 미 공군의 X-항공기 중에서 가장 음모론이 제기되는 것을 꼽자면, 단연 X-37B가 압도적 1위다. 개발 목적과 임무는 모두 비밀인 반면에, 한번 우주 궤도에 나가면 수백 일씩 체류하다가 돌아오기 때문이다. ‘스파이 위성이다’ ‘위성 파괴 무기로 쓰인다’ ‘중국의 톈궁 우주정거장을 감시하기 위한 것이다’ 등등 온갖 추측이 나돈다.
X-37은 NASA에서 국방부로 소관 기관이 이전돼, 2010년 궤도에 발사됐다. 미 공군이 자체 목적에 맞게 변형한 X-37B는 우주에서 장기간 체류하기로 유명하다 2020년 5월 애틀라스 5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X-37B는 작년 11월 12일 우주 궤도에서 908일을 보내고 케네디 우주센터로 귀환했다. 당시에도 미 공군은 “X-37B는 실험의 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만 밝혔다. 다음에 발사되는 X-37C 기종은 우주인 6명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리라는 추측도 있다.
최근 X-37B에서 진행된 실험 중 일부가 미 언론에 공개되기도 했다. 해군연구소는 X-37B의 태양광 패널로 얻은 에너지를 마이크로파로 전환해 지상으로 송출하는 ‘우주 태양광 발전’ 실험을 하고, 식물의 씨앗이 우주에서 장기간 노출했을 때의 영향을 조사했다는 것이었다.
X-47 (2011년)
마치 UFO처럼 생긴 이 실험기는 길이와 날개 폭이 8.5m로 동일한 전투기 사이즈로, 항공모함에서 이착륙한다. 노스롭-그루먼 사가 만든 이 무인전투체계(UCASㆍUnmanned Combat Air Systems)는 페가수스라고도 불리며, 앞으로 항모에 탑재되는 무인 정찰ㆍ공격기의 원형으로 간주된다. 2800㎞의 범위에서 작전을 할 수 있다.
X-59 퀘스트(QueSSTㆍ2018년)
이 실험기는 초음속 여객기의 최대 단점인 소음을 줄이기 위한 NASA의 시도로, QueSST는 ‘조용한 초음속 기술(Quiet SuperSonic Technology)을 뜻한다. 록히드 마틴 사가 개발ㆍ제조한 이 실험기는 음속의 1.42배로 날면서도, 소닉 붐을 생성하지 않고 가볍게 물체가 ‘툭’ 떨어지는 정도인 75 데시벨(가정용 청소기 소음 정도)의 소음을 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