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서면 인류는 하나”
영화 <더문>, 공존의 희망 쐈다

한국 우주영화의 신기원 <더문>의 교훈

 

2029년 대한민국은 첫 우주인을 달에 보내는 프로젝트를 과감하게 시도한다. 우리호. 발사 성공. 3명의 우주인은 달의 궤도에 진입한다. 그런데, 태양풍 때문에 우주선에 문제가 생겼다. 고참 우주인 2명이 우주유영을 감행하다 사고로 숨진다. 남은 한명. 그는 달의 얼음 채취라는 미션을 이행해야 하고, 살아남아 지구로 귀환해야 한다. 지상의 과학자들은 유일한 생존자인 그를 구출해야 한다. 당연히 조건은 엄혹하고, 상황은 꼬여있으며, 시간은 촉박하다. 모든 사람의 희생 없이는 불가능한 미션이다. 그 미션은 완수될 것인가.

 

늘 그렇듯, 우주라는 매우 험난한 생존공간에서 살아남는 것은 최첨단 기술이 총동원된 시간과의 싸움이다. 그 싸움을 이겨내는 것이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임무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시간이 부족할수록 그 싸움은 절박해진다. 거의 모든 우주재난 영화의 조건은 그렇다. 위의 상황은 2023년 대한민국 과학계를 뒤흔들고 있는 영화 <더문>의 스토리 줄기이다. 

 

<신과 함께> 시리즈로 이른바 ‘쌍천만’ 기록을 세운 놀라운 흥행감독 김용화 감독의 초정밀 과학영화 <더문>을 우주의 관점에서 보고, 몇가지 교훈을 공유해 본다. 이 영화에 대한 세상의 흥행 평가는 별개로 하고....

 

 

과학연구도 사회적 원칙과 룰을 지켜야 한다

영화 속 한국은 전세계 우주그룹의 연구와 독단적으로 달 탐사를 추진한다. 그러다 실패한 경험이 있고, 그 때문에 ‘국제적 왕따’가 된다. 그러니 계속 탐사하는 행위가 모두 독자적일 수밖에 없고, 위험에 처해도 도움을 요청할 방법이 없게 된다.

 

달탐사는 국가적 관점에서 볼 때 커다란 이권과 연결되어 있다. 영화 속에서도 헬륨3의 무한한 가치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그래서 국제적 협력과 합의, 공동보조가 필수적이다. 영화에서는 한국이 그랬지만, 만약 그 나라가 중국이나 러시아였다면 어땠을까. 당연히 비난과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룰을 어기면 파국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

 

그때 그 파국을 수습할 수 있는 길은 다시 사회적 룰, 과학적 약속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개인적 관계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 국가적으로는 항복이고, 개인적으로는 참회의 길을 택해야 한다. 영화는 다소의 우연에 기대, 개인적 참회를 선택해 구원의 손길을 얻어낸다. 과학적 스케일에 비해, 해법의 스케일이 좀 옹색한 느낌을 주는 대목이다.

 

우주는 인류 공동의 것, ‘우리’의 것이다

영화 <더문>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오늘 한국사회의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다각적이다. 아주 적극적인, 포지티브한 교훈을 들자면, 과학과 실력, 헌신과 사랑, 노력과 봉사, 국가와 조직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유인 우주선 발사에 성공하고, 박수! 헌신적 마음으로 임무에 충실하고, 박수! 죽음과 마주선 상황에서도 동료를 생각하고, 박수! 포기와 좌절 대신 목숨 건 승부에 나서고, 박수! 자신의 지위보다 동료의 구출을 먼저 생각한 장면들, 박수를 넘어 결국 눈물이 터진다.

 

조금 다른 시각에서 소극적인, 네가티브한 교훈을 찾자면, 바로 이기적 행태가 위험을 부른다는 가르침이다. 크게는 한국이 국제적 룰을 지키지 않고 독자행보에 나섰다가 도움을 못 받는 처지가 된 것이고, 작게는 연구의 문제점을 숨김으로써 우주선 폭발이라는 엄청난 위험을 겪게 됐다는 것이다. 더 작게는 개인적 가족적 문제점들을 방치했더니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주저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교훈을 통해, 영화 <더문>이 상영시간 내내 강조하고 주목한 가치는 ‘우리’다. 우주선 우리호가 하늘을 향해 성공적으로 쏘아진 것도, 부분적으로 실패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도, ‘절반의 성공’이지만 마침내 환호할 수 있는 것도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하여, 영화는 외치고 있다. “우주는 인류 공동의 것이다!”

 

작은 팩트, 소소한 노력이 진정한 과학을 만든다

영화 <더문>은 스토리보다 김용화 감독의 과학적 천착이 더 중요하다고 할만큼,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과학적 노력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우주선과 달의 모형은 말할 것도 없고, 우주센터의 모니터 스크린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탐구하지 않은 것이 없다고 알려진 영화다.

 

김용화 감독 스스로 완벽한 특수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한국 최고의 VFX 기업 덱스터 스튜디오를 만들어 한 장면 한 장면 허투루 찍은 것 없이 세밀하게 과학적 진실을 챙겼다. 영화의 모멘텀이 되는 상황들도 달과 유성우와 로켓과학에 대한 끈질긴 탐구의 과정과 함께, 정밀하고 과학적인 재현능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설정으로 평가할 수 있다.

 

2시간 남짓한 상영시간이지만, 아주 거창하고 리얼한 영화다. 그 한 편의 내용과 형식이 치밀하고 소소한 작은 과학들이 쌓여 만들어졌듯, 우리가 창조해갈 미래와 과학적 성취도 작은 성과들이 쌓여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물론, 우리사회 또한 이런 과학들이 힘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때 제대로 성장해 갈 수 있다. 작은 성과를 쌓아가는 소소하지만 진지한 노력들이 달의 문을 여는 열쇠이고, 우리의 밝은 미래로 가는 웜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