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m수영에 3.5km질주
우주인의 자격 '강철체력'

■ NASA 선발-훈련 통해본 '우주인 조건' ■

 

스페이스X와 아마존이 우주비행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일반인도 우주비행이 가능해진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주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시대, 진짜 아무나 우주인이 될 수 있는 것일까. 비싼 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신체적 조건은 괜찮을까. 일반인의 우주체험은 아주 짧은 시간에 진행되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겠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우주인’ 즉 우주비행사가 되는 것은 엄청나게 강력한 체력을 요구받는 일이다.

 

우주비행사는 우주선을 조종하는 ‘비행 우주비행사(Pilot Astronaut)’와 과학실험을 맡아서 수행하는 ‘임무전문가(Mission Specialist)’로 나뉜다. 좀더 구체적으로 임무에 따라 우주인을 분류하면, △우주선을 총괄하는 우주선장 △우주선을 조종하는 우주조종사 △우주선 및 우주정거장 보수를 담당하는 임무전문가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하는 우주실험전문가 △단기간 과학실험을 수행하는 단기방문과학자 △우주여행객 등 6가지로 분류된다. 공군 조종사 중 우수한 인력을 뽑던 방식에서 벗어나 각계의 전문적 능력을 지닌 사람을 중심으로 우주인을 선발하고 있는 요즘은, 별도로 강인한 체력을 갖추는 훈련이 필요해졌다.

 

우주유영을 비롯한 극단적 환경에서의 어려운 미션을 수행해야 하는 우주인들은 수영을 통해 체력 및 유영 훈련을 한다. / NASA

 

NASA가 공식적으로 표명하고 있는 우주인 선발 절차 중, 개인의 조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학습능력= 우주비행사 후보자들의 요건은 공학, 생물 과학, 물리 과학 또는 수학 분야의 공인된 기관의 학사 학위이다. 학업 준비의 질이 중요하다. 학위 이후에는 최소 3년간의 관련 전문 경력을 갖고 있거나, 제트 항공기 조종사로서 최소 1000시간 이상의 비행시간이 있어야한다. 석사는 1년 경력, 박사는 3년 경력으로 대체해 준다. 교직 경험도 우대조건에 해당된다.

 

▶신체조건= 장거리 장시간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신체조건도 중요하다. 키가 162.5cm이상 193cm이하여야만 한다. 앉은키가 99cm 이하여야 복장 및 우주선 좌석 사용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몸무게 50~95kg(110~209파운드) 규정도 있다. 원거리 및 근거리 시력이 각눈에서 20/20까지 보정 가능해야 한다. 20/20은 미국, 영국 등에서 사용하는 시력측정 단위로, 우리식으로 하면 1.0에 해당한다. 혈압도 중요한 요소로 140/90을 넘어서는 안된다.

 

▶체력훈련= 군인과 민간의 지원자 모두를 1주일간에 걸쳐 개인면접, 의료심사, 오리엔테이션 등의 과정을 거쳐 최종선택된 우주인 후보자들은 미국 텍사스 휴스턴의 존슨우주센터(JSC)에서 지속적인 훈련과 평가 기간을 거친다. 조종과 각 임무에 따른 전문성을 교육받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 훈련이 필수적이다. 우주유영과 장기 극한체류를 대비한 급수훈련과 스쿠버 자격 훈련을 받는 것이 기본이다. 모든 우주비행사 후보자는 첫 1개월 동안 수영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데, 25m 수영장에서 3회 수영, 즉 75m를 쉬지 않고 수영해야 하고, 그 뒤에 비행복과 테니스화를 신고 또 75m를 시간제한 없이 수영해야 한다. 우주복을 입고 10분 동안 연속적으로 물속 보행도 포함된다. 고도로 높은 기압이나 무중력 상태에서의 활동능력을 갖추기 위한 것이다. 무중력 상태의 포물선 기동을 대비한 20초 동안 견디는 훈련 등 고난도 비행훈련을 최대 하루 40회 반복하기도 한다.

 

▶최종선발= 우주 비행사 후보 프로그램을 졸업하려면 국제우주정거장(ISS) 시스템 훈련, 차량 등 활동기술 훈련, 로봇기술 훈련, 러시아어 훈련, 항공기 비행 준비 훈련 등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미국인 대상 훈련이므로 영어는 기본이다). 훈련과 평가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우주 비행사로 선발된 민간인 후보자들은 연방정부의 정규직원이 된다. 우주 비행사로 선발되지 않은 민간인 후보자들은 해당 기관의 요구 사항과 당시의 인력 제약에 따라 NASA 내에서 다른 자리에 모두 배치된다.

 

▶그밖의 훈련들= 무중력 상태에 익숙해지는 훈련도 필요하다. 처음 경험할 때 멀미 구토를 일으키기 쉬운 중력 부족 상태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우주선이 고장 났을 때 긴급조치를 할 수 있는 기술적 능력과 우주인의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응급처치할 수 있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공간에 갇혀 생활하는 것으로 인한 심리적 상태에 대한 지식과 다른 우주인이 심리적 공황에 빠졌을 때 대응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 전반적으로 말해 건강한 몸과 마음, 합리적 판단이 가능한 정신상태가 필수적이다.

 

참고로 2006년 한국에서 진행된 첫 우주인 선정의 기준은 이렇다. ‘키 150∼190㎝, 몸무게 50∼95㎏의 표준 체격을 가진 19세 이상 대한민국 남녀. 3.5㎞의 거리를 20분 안에 주파할 수 있는 체력,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유연한 사고와 지적능력, 영어 구사력을 갖출 것.’ 이에 응한 3만6000여명의 지원자 중 서류심사를 통과한 1만명을 대상으로 4차례의 평가를 거쳐 삼성종합기술원 고산 연구원과 KAIST 박사과정 이소연 씨가 우주인 후보로 최종 선택됐다. 국제적 훈련과정을 거쳐 그 중 이소연 씨가 ‘대한민국 1호 우주인’으로 낙점돼 ISS에서 각종 실험을 하는 실제 우주인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 이후, 2010년부터 우리 공군이 우주인 후보를 선정해 양성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