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베누' 샘플에서 탄소-물 발견

NASA, 소행성 베누 암석샘플 일부 분석해 첫 공개

소행성 '베누'의 샘플이 들어있는 보관캔 주변의 암석 가루 분석을 통해 탄소와 물분자가 발견됐다. / NASA 

 

"아름답다, 정말 아름답다. 이제껏 보아온 것 중, 확실히 아름답다."

("Beautiful, it really is - certainly what we've seen of it so far.")

"우리가 제대로 적절한 소행성을 찾았다고 확신한다."

("We've confirmed we went to the right asteroid.")

 

탄소를 함유하고 있는 소행성 '베누(Nennu)'의 암석 가루들을 마주한 영국의 과학자 애슐리 킹 박사가 토해낸 감탄의 메시지다. 보름쯤 전 지구에 도착한 베누의 암석 샘플들을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했고, 미국 텍사스의 우주 연구실에서 진행된 특별하게 선택된 과학자들의 첫 관측 및 실험 현장에서 생명의 탄생 신비를 밝힐 수도 있는 이 미지의 물질들 앞에서 과학자가 느낄 벅찬 감동이 이렇게 표현됐다. 

 

45억 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행성 ‘베누’에 물과 탄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누 연구를 통해 지구에 생명체가 어떻게 출현했는지 비밀을 풀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NASA는 현지시간 11일 지구로부터 약 1억3000만km 떨어진 베누의 토양 샘플에 대한 초기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9월 24일 소행성 탐사선 ‘오시리스-렉스(OSIRIS-REx)’가 미국 유타주에 떨구고 간 이 샘플에선 생명체의 구성 요소인 탄소와 물 분자가 발견됐다. 탄소와 수소가 결합된 유기물질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분석은 캡슐에 담긴 전체 토양 샘플이 아니라 캡슐 외부에 묻은 자갈과 먼지 입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탄소 함량은 4.7%가량으로 지금까지 측정된 소행성 샘플 중 가장 탄소 비율이 높다. 지질학적 변화를 일으키는 황도 포함돼 있었다.

이번 발견이 중요한 것은 소행성이 지구 생명의 근원이라는 학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체 기원을 둘러싼 여러 가설 중에는 지구에 낙하한 소행성이 유기물을 지구에 뿌렸다는 설이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우주 탐사를 통해 소행성을 직접 분석해야 한다.

 

2020년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 2호’가 소행성 ‘류구’로부터 채취해 보내온 표본에서는 생명체의 RNA을 구성하는 염기 중 하나인 우라실이 발견된 바 있다. 베누의 샘플 양은 250g 이상으로 발표됐는데, 2010년 하야부사 1호(1g 미만), 2020년 하야부사 2호(5.4g)가 채취해 지구로 보내온 샘플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양이다. NASA는 샘플 75%를 미래 과학자를 위해 남겨두고 나머지 샘플을 JAXA, 캐나다 우주국 등과 함께 분석할 예정이다.


 

베누의 샘플에 대한 깊은 연구는 다른 두가지 영역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베누가 약 45억년전 태양계가 탄생하는 순간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베누에 대한 연구가 태양계 및 지구의 탄생 비밀을 알려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또하나는, 지구인의 안전을 위해서 중요하다. 베누는 2182년경 약 2700분의 1 확률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계산되어 있는 소행성. 스쳐지나 가더라도 지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베누의 구성물질과 그 밀도를 파악하면 위기의 순간을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정확한 궤도를 계산하기 위해서도 소행성의 내부구조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범인류적 관심을 받고 있는 이번 베누 샘플 연구에 대해, 빌 넬슨 NASA 국장은 ‘존슨 우주 센터(JSC)’에서 열린 “우리는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우주(Universe)’라고 불리는 이 광활한 공간에서 우리의 위치는 무엇인가를 규명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