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우주강국 한국"
'ADEX 2023' 서울하늘 수놓다

'서울 항공우주 방위산업 전시회' 17~22일 서울공항서 열려

미국 전략폭격기 B-52가 서울 상공을 비행하며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관람객들이 이를 촬영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랗고 높은 가을 하늘에 공군 비행기들이 하얗게 비행운을 남기며, 대한민국 최대의 우주항공 축제가 시작됐다. 하늘에는 화려한 비행쇼가 펼쳐지고 땅에는 대한민국 우주항공 산업과 방위산업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첨단 기기들이 위용을 자랑한다. 17일 개막한 '서울 ADEX 2023' 현장이다.  

 

국내 최대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ADEX 2023'은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일대와 상공에서 열렸다. 이날의 특별한 이벤트로 미군 전략폭격기 B-52 '스트래토포트리스'가 축하비행을 하고 한반도 중남부의 다른 공항으로 이동해 갔다. 지상의 수많은 관람객들은 거대한 B-52의 위용에 감탄을 터뜨렸다. 대한민국 공군의 각종 전투기들이 하늘에 비행운 그림을 그리며 놀라운 비행 능력을 뽐냈다.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 이글스’가 편대를 이뤄 하늘로 치솟아, 땅을 향해 내려꽂든 거대한 형형색색 비행운을 뿜어내기도 했다. 조종훈련기, 헬리콥터와 전투기들이 보기에도 신기한 비행기술을 뽐내며 관람석을 스쳐 지나갈 때면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지상에는 대한민국의 항공 우주 현주소를 보여주는 각종 전시 부스들이 문을 열었다. 올해 전시회는 2021년 행사 대비 참가 업체 수는 20%, 실내 전시관 면적은 17% 이상 증가한 규모에 34개국 550개 기업과 57개국 116개 대표단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행사로 개최됐다. 

 

17일 서울공항에서 개막된 '서울 ADEX 2023'에서 대한민국 전투기들이 축하비행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행사에는 한화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IG넥스원,  대한항공 등 국내 항공우주·방위산업계가 대거 참가했다.

 

한화그룹은 이번 행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계열사의 통합부스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40㎡로 운영하고 있다. 통합부스 내 ‘스페이스 허브' 존에는 한국 최초의 독자 우주발사체인 누리호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개발한 한국 최초의 달 궤도 탐사선인 다누리호의 추력기를 전시한다. 또 대기권 밖에서 관측 및 통신이 가능한 한화시스템의 위성 3종과 지상 공격을 감지할 수 있는 레이더 3종도 공개한다. 한화시스템이 투자한 위성통신업체인 원웹이 구축한 630여 대의 저궤도 통신위성을 활용하면 지상 통신망이 파괴돼도 끊김이 없는 통신이 가능해 전장 상황을 실시간 제공할 수 있다. 이밖에도 다양한 방위산업 기술을 선보였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지상에서 적의 핵·미사일 공격을 감지하는 방어 솔루션, 체계적 요격 시스템도 전시됐다. 

 

최대규모의 전시를 하고 있는 한화그룹 연합 부스에 많은 관람객들과 바이어들이 방문하고 있다. 

 

전시회에 참가한 한화 측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는 방위와 관련된 분야가 주종을 이루지만, 최근 한화가 '스페이스 허브'를 구축하는 등 미래산업 분야로 우주산업을 추진하자는 의지를 확고하게 대내외적으로 천명하고 있다"고 이번 전시회에의 대규모 참여 의미를 설명했다. 

 

LIG넥스원은 이번 전시에서 ‘스마터·투게더’를 슬로건으로 △항공탑재 무기체계 및 레이다 또는 국산 전투기 탑재체계 △대공방어체계 △우주 위성 분야 △드론·대드론통합체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분야의 최신 기술력과 경험을 선보인다. 항공 탑재 무기체계 전시 공간에서는 KALCM과 KGGB(한국형 GPS 유도폭탄)를 전시한다. 국방과학연구소 주도하에 국내 기술로 개발되는 KALCM은 KF-21에 장착되는 첫 장거리 순항 유도탄으로, 수백㎞ 떨어진 전략 목표를 정밀하게 공격할 수 있는 무기다.

 

대한항공은 야외 전시장에 중고도 무인기 실기체와 사단무인기, 발사대, 지상 통제 차량 등을 전시한다. 실내 전시장에는 다목적 스텔스 무인기, 저피탐 무인 편대기, 전술급 사단 무인기 등 다양한 플랫폼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발사체, 군용기 성능개량 사업까지 아우르는 체계종합업체로서 비전을 선보였다. 대한항공은 2014년 국내 최초 군용 무인기 형식인증을 받고 2018년 사단 정찰용 무인기 감항 인증을 획득하는 등 무인기 개발에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해왔다. 미래 성장 동력인 스텔스 기술과 우주 발사체 연구·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기아·슈퍼널·현대위아·현대로템이 참가해 도심 항공 모빌리티부터 무기체계까지 종합적인 전시에 나섰다. 기아는 ‘우리 군의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이동을 돕는 방산 기술력’을 주제로 참가, 수소연료전지 군용 드론 콘셉트를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이에 따라 수소연료전지 군용 드론 콘셉트를 비롯해 △수소연료전지 멀티콥터 드론 △EV9 밀리터리 콘셉트카 △중형 샤시 등을 선보인다. 현대위아는 차량탑재형 대 드론 통합방어 체계(ADS)와 차량탑재형 81㎜ 박격포, 경량화 105㎜ 자주포, K2전차 및 K9자주포의 무장 조립체 등 육상 무기체계를 전시했다. 현대로템은 '평화를 수호하는 내일의 첨단 기술'을 주요 테마로 각종 신제품과 유무인 복합체계(MUM-T) 구축에 최적화된 제품들을 전시해 미래 지상무기체계의 청사진을 보였다.

 

우주방위 산업은 이제 국민의 생활과 안전에도 직결되어 있다. 산불을 예방, 진화하고 인명을 구조하는 산림청 산림항공본부의 고기연 본부장은 'ADEX 2023' 현장에서 "유인 무인 비행체를 이용한 산불 진화작업이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향상되어 가야한다"면서 "위성을 통해 정확한 산림과 산불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해 무인기를 이용한 산불진화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가 빨리 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산림청은 2025년 농림위성을 띄워 각종 무인기를 이용한 물자수송, 구조활동, 산불진화 등의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ADEX 2023에 마련된 KAI 부스에서는 입체영상을 통해 실감나게 우주기술과 도심항공 기술을 체감해 볼 수 있다. 

 

한편, 한국항공우주(KAI)와 록히드마틴-시코르스키는 18일 ADEX 현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 및 잠재적 사업 영역 발굴·협력을 위한 상호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양사는 국내 시장에서 특수작전용 대형기동헬기 사업 추진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공동 사업화를 위한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조우래 KAI 상무는 "미국 록히드마틴-시코르스키사와 국내 사업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높이겠다"며 "향후 다양한 미래 사업 협력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ADEX 2023'에 참가해 축사를 한 뒤 행사를 관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올해 ADEX는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미국의 다양한 군 전략자산이 행사장에 전시된다는 점이 특별하다. 미국 공군의 전략폭격기 B-52가 개막식에 맞춰 서울 상공을 비행한 점도 이같은 의미를 지녔다. 

 

이날 열린 개막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우리 방위산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가고 있다. 원조와 수입에 의존했던 나라가 이제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어 수출하는 수준으로 도약했다”며 “이번에는 미군전력도 함께하고 있다. 피로써 자유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지켜온 한미동맹의 압도적 역량을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윤 태통령은 또한 “미래 전장 환경에서 승리의 관건은 우주항공기술과  AI·디지털 기술이다"이라며 "향후 신설될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항공우주산업의 도약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