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문, 아폴로13, 아마겟돈
헌신이 우리를 구원한다

3편의 영화 통해 본 우주탐사의 모험성

서울에서 한미동맹 70주년 기념 ‘한미우주포럼’이 열리고, 이어 ‘코리아스페이스포럼’이 열리는 등 우주탐사에 대한 열기가 뜨겁다. 2023년 12월에는 국제우주탐사조정그룹(ISECG) 회의가 열리는 등 대형 행사가 잇따른다. 내년, 그리고 후년에는 미국이 달 유인탐사계획인 ‘아르테미스’를 본격화하면서 52년만에 달에 사람을 보낸다. 그리고, 다음 목표는 화성.

 

화성탐사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집단이주다. 먼 훗날의 이야기같지만, 지금 준비해야 언젠가 가능해질 일이다. 우주는 대단히 과학적 수학적인 원리를 품고 움직이지만, 또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할 변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예측 못한 소행성이 지구로 돌진한다면, 만약 생각보다 빨리 지구가 ‘죽음’으로 오염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마겟돈>에서 미국 대통령은 지구의 종말을 불러올 소행성 돌진에 대응하는 팀을 우주로 보내면서 이런 말을 한다. “우리는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힘으로 종말을 회피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 수준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이런 수준에 이르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이야기해야겠다. 그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 수많은 과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고, 그보다 더 위험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우주인들의 헌신이 필요하다.

 

유인우주선 달 탐사를 앞둔 시점, 아폴로13호 생환작전에 기여한 미국의 우주인 TK 매팅리가 숨진 것을 계기로,  <아폴로13>과 올해의 한국영화 <더문>, 우주 리스크를 담은 <아마겟돈>을 통해 우주탐사의 모험성을 이야기해 보자.

 

 

1. 더문, 희생 위에 씌어진 성공 드라마

 

2023년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영화 <더문>은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많은 성과를 남겼다. 한국 최초의 본격 우주영화라고 할 만하고, 달과 달탐사라는 영역에서 놀라울 정도의 정밀한 영상을 만들어냈다. 과학과 영화의 만남이라고 평가해도 될만큼 큰 성과를 남겼다.

 

영화 <더문>은 실패와 희생 위에 기초해 틀을 세운 영화다. 기존의 한국 우주과학팀이 독자적으로 달 탐사를 시도하다가 실패했고,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시도하는 설정이다. 정밀하게 준비했지만, 달 착륙 직전 또다시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3명의 우주인 중 2명이 우주유영 중 희생된다. 남은 한명이 귀환을 선택할 것인지 미션완료를 택할 것인지 기로에 서있다 미션을 선택한다.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임무를 완수하고 무사 귀환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이지만, 결코 ‘해피’하지만은 않은 스토리다. 그래서 우리는 한번 돌아봐야 한다. 얼마전 같은 임무의 로켓 발사가 실패해 목숨을 잃은 우주인들, 그 다음 미션에 당신이라면 기꺼이 지원할 수 있겠는가.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보완했다지만... 미지의 땅, 달의 뒷면에서 불완전한 지원을 받으며 목숨을 건 미션을 당신은 선택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을 따로 던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 영화 <더문>을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2. 성공적인 실패, 아폴로13호 이야기

 

아폴로11호는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우주선이다. 달 착륙에 성공했고, 최초로 인간이 달에 발을 딛는 역사적 모멘텀이 된 우주선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기억하는 닐 암스트롱이라는 이름이 아폴로11호와 함께 역사에 남았다. 그런데, 혹시 아폴로13호를 아는가. 세상에서 가장 극적인 우주인 생환작전이 벌어진 우주선이다. 그리고 그 순간은 당연히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됐다. 1995년의 일이다. 

 

1970년 4월, 아폴로13호가 발사된다. 달을 향한 세번째 유인우주선이다. 출발 직후 엔진에 문제가 발생했다. 어쩌지... 그래도 미션완수는 가능할 것으로 판단해 계속 간다. 달 착륙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갑자기 산소탱크가 폭발한다. 더 이상은 미션수행이 불가능하다. 휴스턴 NASA 관제센터는 미션 포기를 선언하고 아폴로13호 달탐사 미션은 우주인 생환작전 미션으로 바뀐다. 숨막히는 과학자들의 생환방법 찾기, 미쳐버릴 것만 같은 아폴로13호 우주인들의 생존작전. 그 둘이 교직되면서 이 짜릿한 영화가 진행된다.

 

정말 다행히도, 기적적으로 이들은 생환했다. 그들과 NASA의 과학자들은 영웅이 되었지만, 그 체험은 극도의 공포감과 함께했을 것이다. 그 생환작전에 참가했던 우주조종사 TK 매팅리는 아폴로16호의 조종사로 달 탐사에 다시 참가하는 등 수많은 우주비행을 계속한다. 얼마나 무서울까. 바로 코앞에서 죽음 문턱까지 갔다가 돌아온 미지의 미션에 기꺼이 참여하는 사람들의 결의는 도대체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3. 아마겟돈, 마지막 순간 당신을 던질 수 있는가

 

실화이거나 실화처럼 느껴지는 앞의 두 영화와 달리 1998년 제작된 <아마겟돈>은 허구다. 허구임이 너무나 명백하다. 그렇지만, 발생할 수도 있는 허구이며, 발생하지 않더라도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허구이다. ‘최고의 실력’과 ‘최선의 희생’이라는 화두를 던진다. 

 

최고의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소행성 충돌이라는 지구의 종말적 상황에 구원투수로 선발된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보다는 실력이 어떠한지가 중요하다. 지구에서 구멍을 가장 잘 뚫을 수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이 소행성에 구멍을 뚫고 핵폭탄을 설치한 뒤 터뜨려 지구를 구하기 위해 선택되고 훈련된다. 되는대로 험하게 살아왔지만, 지구를 구하는 미션이라는데, 기꺼이 참여해야지. 어차피 내가 실패하면 우리 모두가 죽는 거니까, 그거나, 그거나... 그렇더라도 쉽지 않은 희생의 결단을 해야 한다.

 

늘 그렇듯, 대단한 사람들이 모였다고 문제가 쉽게 해결될 리 없다. 마지막 폭파의 순간, 원격장치가 고장났다. 누군가가 남아 수동으로 터뜨려야 한다. 누가 남지? 그냥 다 남자! 아니다, 제대로 해낼 수 있는 한사람이 남아 해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나’다! 당신은 그렇게 말할 수 있는가. 한 유능한 사람의 헌신적 결단이 ‘최선의 희생’이 된다. 무모한 희생이어서는 안되고, 유능한 비겁이어도 안된다. ‘최선의 희생’이 인류를 구원했다. 허구적 영화 속에서이지만, 현실속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것으로 믿는다. 우주탐사는 위험하고, 그 위험을 무릅쓴 실력자들의 헌신을 통해 전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