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시마 vs 나이애드
우주-바다, 불멸을 맛 본 여인들

넷플릭스를 통해 두편의 영화를 보았다. 우주영화와 바다영화, 위대한 자연에 도전하는 여성이 주인공인 두 영화. 극소수의 사람만이 도전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 성공신화를 이룩한 여성에 관한 두 영화. 하나는 픽션이고 하나는 실화다. 감동적인 두 영화에는 아주 민감한 차이점이 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의 중요한 키포인트가 하나는 페미니즘을 품고 있고, 하나는 나이듦을 품고 있다.

 

우주인이 되는 조건은 엄청난 수영능력을 포함하고 있다. 무중력 활동을 위해 비슷한 동작이 가능한 장시간 수영 능력이 필요하고, 이같은 ‘일상 미션활동’은 물론이고, 비상상황에서 공기가 부족한 여건에 놓일 때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심폐기능의 확장이 필수적이다. 그런 점에서 마라톤수영이라는 특이한 바다수영 영화와 우주인의 훈련과정을 다룬 영화가 상통하는 바 있어, 코스모스 타임즈에서 비교해 다뤄도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프록시마>와 <나이애드>. 이 두 영화는 각각 <프록시마 프로젝트>와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라는 번역제목으로 넷플릭스에 공개되어 있다. 나는 도전과 인간승리(인간승리는 꼭 승리하지 않아도 위대한 도전 그 자체로 가치를 지닌다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를 좋아한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영화는 같은 선에 서 있다.

 

영화 <프록시마>에서 주인공 사라가 우주유영에 대비한 수중훈련을 하고 있다. 

 

1. 프록시마... 여성이라는 한계 vs 우주인이라는 꿈

 

2019년 프랑스와 독일에서 제작된 우주영화다. ‘프록시마’는 인접해 있다는 의미를 지닌 접두어로 가까운 별에 붙어진 이름이다.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의 이름. 그러니까, 가까운 별, 가까운 미래, 가까운 현실, 가까운 일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었을까. 아니면, 가깝지만 가기 어려운, 이라는 의미를 강조하고 싶었을까.

 

화성탐사를 앞둔 시점, 마지막 우주정거장 미션을 위해 우주인을 선발한다. '프록시마 프로젝트'에 미국, 러시아 우주인에 이어, 갑자기 선정된 프랑스인 여성 우주인, 사라. 천체물리학자 남편과 일곱살 여자아이를 둔 여성이다. 그러니까, 우주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는 사람과 오직 엄마가 필요할 뿐인 사람이 곁에 있는 문제적 인간이다.

 

강렬한 배우 에바 그린이 연기한 사라는 우주인으로 선발되고 실제로 우주로 가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거친다. 힘들지만 이겨낼 수 있는 정신력을 가졌다. 가끔 몸이 무너지지만, 절대로 포기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엄마가 보고싶다는 아이 앞에 서면 상황이 달라진다. 훈련에 늦게되고, 룰을 어기게 된다. 주변의 도움과 이해 덕분에 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우주선이 발사된다. 우주정거장을 향해 떠날 수 있게 된다.

 

이 영화는 여성의 침해받은 권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감독이 여러곳에서, 여성기자가 영화평에서, 무엇보다도 영화 그 자체가 그렇게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극도의 전문성과 강인함을 요구하는 영역에서, 굳이 착하고 유능한 남성팀장이 “여성은 요리를 잘하면 된다”는 식의 말을 하게 하고, 아이를 회의에 데리고 들어가는가 하면, 아이 때문에 훈련에 차질이 생기는 장면을 넣어야 했을까. 걱정이 든다. 혹시, 이래서 여자를 뽑으면 안된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게 하지 않을까? 

 

<프록시마>는 우주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우주에 대해 영화화했다고 ‘이런 우주영화도 가능하다’고 찬사를 받는다. 우주를, 달세계를 엄격하게 고증하고 힘들여 재연한 한국영화 <더문>은 ‘신파’라고 비난하던 매체들이 이런 영화는 우주영화란다. 동의하기 어렵다. 이 영화는 우주에 도전하는 한 인간에 관한 영화다. 힘든 도전을 실현해내는 인간의 위대함은 멋지지만,  그 때문에 멋진 우주영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프록시마는 우주를 향한 꿈과 그에 대한 도전의 영화다. 

 

우주인이 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운 일이고, 목숨을 건 위대한 모험이다. 거기에 도전한 모든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황홀한 꿈과 그 꿈을 쫓는 의지, 그리고 차근차근 갖춰가는 실력, 이런 것들이 꿈을 이루게 한다. 다음 영화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영화 <나이애드>의 거의 마지막, 키웨스트 골인장면이다. 처절한 수영과 60대의 나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2. 나이애드.... 나이라는 한계 vs 정신이라는 무기

 

절대 포기하지 말라! 꿈을 쫓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수영은 고독한 스포츠같지만, 팀이 필요하다! (Never, ever give up! You are never too old to chase your dreams! It looks like a solitary sport, but it takes a team!)

 

이 주옥같은 대사가 등장하는 영화 <나이애드>는 얼마전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바다수영 영화다. 쿠바에서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까지 103마일, 165km를 헤엄친 63세 여성이 있다. 안전망 없이, 60시간을 목표로 바다수영을 했다. 마라톤수영이다. 20대 때 이 엄청난 모험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35년이 지난 60세 생일에 갑자기 수영을 결심한다. 그리고, 도전 또 도전. 20대 때의 도전을 포함해 다섯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성공했다. 조류에 떠밀리며 실제로 수영한 거리는 177km, 52시간54분이었다.

 

한명의 친구와 한명의 선장과 한명의 항해사와 한명의 상어 전문가와 한명의 해파리 전문가와... 그렇게 40명이 관여하게 되는 대장정을 한 여성이 자신의 목숨을 건 도전에서 이뤄낸다. 그리고, 마침내 키웨스트의 해변으로 올라서면서 위의 세 문장을 말한다. 간신히 부축하고 선 나이애드는 외친다. “3가지만 말할게요.” 사람들이 환호한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 와~ 또 환호, 휘파람. “꿈을 쫓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또 환호. “수영은 외로운 운동인 것 같지만, 팀이 필요해” 우레같은 환호가 터지고, 저 위대한 모험은 끝난다.

 

이 영화에는 아주 논쟁적인 관람 포인트가 2가지 있다. 다들 주목하는 첫번째 이슈는, 두 여주인공 아네트 베닝과 조디 포스터다. 실제로 60대가 된 두 사람이 실제의 모습 그대로 등장해 자신의 힘으로 수영 장면을 해낸다. CG없이 촬영했고, 몸에 특별한 장치나 특수분장 없이 수영인의 몸을 구현해 냈다. 1년을 훈련했다는데, 엄청난 도전이 된 이 영화는 이 대배우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이뤄졌다.

 

두번째 관전 포인트는, 인생을 건 도전, 목숨을 건 도전... 여성이라는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다. 나이의 한계에 도전했다. 상어와 해파리라는 극강과 극약의 생명체, 바다라는 미지의 광활한 대자연에 맞서거나 순응하면서 아무도 하지 못했던, 엄청난 일을 해낸다. 하루 잠을 안자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물속에서. 이틀은? 사흘은? 지치고 힘든 것은 물론이고, 환상이 보이기도 한다.

 

다이애나 나이애드. 신화의 이름과 성으로 이뤄진 특이한 이름의 이 여성은 진짜 인간승리의 표상이다. 젊을 때 실패한 도전을 60이 넘어 성공해냈다. 여성이라고 나이를 먹었다고, ‘익스큐즈 미’는 없다. 20대에 실패한 것을 60대에 해낸 나이애드는 말했다. “정신이 문제다. 그때는 정신이 없었다. 지금은 갖고 있다.” 끔찍한 훈련을 이겨내고 체력을 만드는 의지, 죽음도 두려워 않는 도전정신, 실패해도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 그런 것들이 인간승리의 조건이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강조해온 나이애드는 “포기하지 않으면 불멸을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달에서 지구를 본 우주인이 할 법한 말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