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찰위성-미사일 발사
전말과 의미, 따져보니...

성패 평가 갈리지만, 탄도미사일 관점에서 보면 큰 위협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북한조선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북한이 정찰위성을 쏘아올렸다. 21일 오후 10시42분,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신형 발사체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싣고 발사에 성공했다고 북한이 주장했다. 

 

북한은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북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리경1호’가 앞으로 7∼10일간의 ‘세밀조종공정’을 마친 뒤 12월 1일부터 정식 정찰 임무에 착수하게 된다”고 보고했다고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날 오전 9시21분 수신된 태평양 지역 괌 상공에서 앤더슨 미 공군기지와 아프라항 등 미군의 주요 군사기지 구역을 촬영한 항공우주사진들을 봤다고 북한은 발표했으나 사진을 공개하지 않아 사실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발사체는 예정된 비행 구도를 따라 정상적으로 비행했으며, 위성을 궤도에 진입시켰다는 주장이다. 과거 북한은 올해 5월 31과 8월 24일 천리마1형 발사를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궤도진입은 '성공', 사진 전송은 '불확실'

 

발사 후 만 하루가 조금 더 지난 23일 오전 현재,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평가는 '절반의 성공' 수준이다. 정찰위성은 위성을 올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정보가 되는 위성사진을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발사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한미일 등 우주 선진국들이 평가하는 기준과 북한이 자체평가하는 기준의 차이도 크다.

 

북한은 정찰위성이 궤도에 진입했고, 사진을 전송받았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지구 궤도를 정상적으로 돌고 있지 못하며, 사진 전송도 계속 진행되고 있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정찰위성 발사 성공의 평가는 △우주 궤도에 안착하고 △신호를 안정적으로 송출해 기지국과 쌍방향 교신하고 △위성 촬영 사진이 군사적으로 유용한 해상도를 갖추는 3가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일단, 궤도 안착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대세다. 미국 우주군도 이를 확인했다는 것. 23일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 우주군 소속 제18우주방위대가 운영하는 위성 추적 웹사이트 ‘스페이스 트래커’가 만리경 1호에 위성번호(SATCAT) 58400, 인공위성 식별번호(COSPAR ID) 2023-179A를 부여해 공개했다. 위성번호는 미 우주군이 지구 궤도를 회전하는 인공위성들에게 부여하고 있다. 발사연도와 발사순서에 따라 부여되는 인공위성 식별번호는 국제우주연구위원회(COSPAR)가 관리하는 전 세계 인공위성의 일련번호로 우주군의 위성번호와 마찬가지로 지구 상공에 떠 있는 모든 인공위성에 부여된다. 식별번호 2023-179A는 만리경 1호는 2023년 179번째로 발사된 위성임을 뜻한다.

스페이스 트래커는 만리경 1호의 고도를 493km~512km 사이로 측정해 고도 200~2000km 범위 저궤도 인공위성에 속하는 것으로 표시했다.  만리경 1호가 지구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94분 40초, 궤도 경사각은 2016년 발사된 광명성 4호와 같은 97.42도로 측정됐다.

 

그렇지만, 아직 정상적인 교신을 통한 사진 수신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전체적 성공을 판단하기 이르다. 일본의 방위성은 우주기구 JAXA의 자료를 통해 우주 궤도에 제대로 올랐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한 인공위성을 지구 주변 궤도에 올려놓으려면 지구 중력에 지지 않도록 ‘제1 우주속도’를 낼 필요가 있는데, 일본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발사한 위성이 이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와 군당국도 위성 발사가 최종단계까지 성공한 것으로는 보지 않는 분위기. 신원식 국방장관은 KBS에 출연해 "로켓의 1, 2, 3단 분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져 발사가 성공한 것으로 판단하지만, 만리경1호가 정찰 임무에 착수할 것이라는 북한 보도는 과장됐다"는 평가를 했다. 

 

탄도미사일로 보면 커다란 위협

 

문제는 한국의 안보와 국방의 차원에서, 정찰위성보다는 탄도미사일 차원에서 보면, 위험요소는 매우 크다. 정찰위성 궤도 발사는 위성 대신 핵탄두를 장착하면 탄도미사일이 되기 때문이다. 설령 궤도에 진입한 후 제대로 회전하지 못하거나, 사진을 전송하지 못했다 해도 탄도미사일로서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

 

실제로 북한은 이튿날인 22일 밤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로켓을 이어서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신형 탄도미사일인 고체연료엔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다행히도 이번 발사는 실패했다. 미사일 발사를 포착한 군 당국은 북한의 실패였다고 평가했다. 정찰위성 발사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해 완전한 공격 가능성을 과시하고자 한 북한의 의도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이같은 연속된 발사는 북한 도발의 본격화 신호탄이 될 수도 있고, 이 두 로켓이 상관관계가 있음을 추정하게 해 준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에 대응해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고 군사정찰을 강화했다. 이어 북한은 23일, 국방성 성명을 통해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공식선언했다. 군사분계선 지역에 강력한 무기와 신형군사 장비를 전진 배치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로켓 자체의 위협에 더해 군사적 긴장이라는 상황까지 더해지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우주상황인식 스타트업 스페이스맵은 미국 우주군의 우주물체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만리경1호의 이동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13시간에 한번씩 한반도 남부지역을 지나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면서, 24일 만리경1호의 한반도 접근 여부를 예측하고 경로를 분석하는 사이트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