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능력-킬체인-민관군협력
첫 정찰위성 발사 '3대 의미'

한국군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 5초 후. 거대한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궤도로 올라가는데 성공했다. / spaceX

 

한국의 첫 군사정찰위성이 발사됐다. 우리군의 정찰위성 추진 계획인 '한국 425 프로젝트'의 첫 미션이 성공적으로 추진된 순간이다. 2일 새벽 미국에서 스페이스X의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된 군사정찰위성은 궤도에 안착했고, 발사 후 78분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북한이 군사위성을 발사하고 11일만이다. 

 

이번 첫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통해 한국의 우주위성 능력이 확장된 것은 물론이고, 한국군은 북한의 침공에 대비한 '킬체인' 역량이 크게 확장됐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핵심기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민관군의 협력에 의한 우주개발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 첫 군사정찰위성 1호기, 팰컨9에 실려 발사

 

국방부와 스페이스X, 그리고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한국 첫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밴덴버그 우주군 기지에서 한국시간 2일 새벽 3시 19분, 현지시간 1일 오전 10시 19분에  미국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에 탑재되어 발사됐다. 

 

발사 후 2분22초, 1단 추진체가 분리돼 떨어져 나갔고, 이어 약 20초 후에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분리됐다. 발사 14분 뒤인 3시33분에는 2단 추진체에서 분리된 정찰위성 1호기가 목표로 설정했던 우주궤도에 정상 진입했다. 

 

팰컨9이 발사되고 2분22초 후에 1단 추진체가 분리돼 떨어져 나갔고, 이어 약 20초 후에 페어링(위성보호덮개)이 분리됐다. 우주궤도에 안착한 정찰위성 1호기는 발사 후 78분만인 4시37분경 해외 지상국과 첫 교신에도 성공했다. 

 

정찰위성 1호기는 고도 400∼600㎞에서 지구를 도는 저궤도 위성이다. 전자광학(EO) 및 적외선(IR) 촬영 장비를 탑재하고 있으며 하루 수차례 특정 지점을 지나가며 감시-정찰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촬영 영상의 해상도는 0.3m급으로 전해졌다. 지상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어 3m급으로 알려진 북한 정찰위성에 비해 월등한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해상도와 EO·IR 동시 운영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정찰위성의 성능은 세계 5위 이내로 판단한다"고 밝힌 국방부는 앞으로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4기의 정찰위성을 더 쏘아올려 총 5기를 확보할 계획이다. 2025년까지 확보하는 5기의 정찰위성 중 1호기는 EO·IR 장비를 탑재하지만, 2∼5호기는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를 탑재한다. SAR를 탑재한 위성 4기는 전자파를 지상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신호 데이터를 합성해 영상을 만들며, 날씨와 관계없이 북한 지역을 관측할 수 있다.

 

한국군의 정찰위성 EO·IR 위성은 SAR 위성보다 선명한 이미지를 확보할 수 있지만 날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구름이 많이 낄 경우 감시가 제한될 수 있다. 정찰위성 5기를 모두 확보하면 북한의 특정 지점을 2시간 단위로 감시, 정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위성 발사 프로젝트를 '425 프로젝트'라고 부르는 것은 'SAR' 위성과 'EO' 위성에서 음차해 '425'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형 3축체계 '킬체인' 역량 강화 초석

 

한국군 독자 정찰위성 1호기가 발사되면서 그동안 대북 정찰위성 정보수집을 미국에 의존해온 데서 벗어나 국산 군 정찰위성 시대를 열게 됐다. 그러면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군의 ‘킬체인(Kill Chain)' 역량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한이 지난 11월 21일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를 강행하고 임무수행에 들어갔다고 주장하면서 남북한이 상대 군사 주요시설을 감시하는 ‘정찰위성 경쟁’이 시급한 과제가 될 수밖에 없었지만, 11일만에 독자 정찰위성을 발사함으로써,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었다. 


정찰위성은 군의 감시정찰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적의 핵·미사일 도발 징후를 신속히 탐지하고 유사시 발사 전 이를 제거하는 데 필요한 군의 ‘눈’ 역할을 하게 된다. 북한도 지난달 21일 궤도에 올린 정찰위성 ‘만리경 1호’에 이어 추가 발사 의지를 밝히고 있긴 하지만, 2025년까지 5기의 군사정찰위성을 갖게될 우리 군의 위성전력이 압도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전력인 정찰위성은 무엇보다 적의 핵·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무력화하는 선제타격체계인 '킬체인(kill chain)'이 제대로 작동하는 데도 획기적으로 기여하고 군의 작전 영역을 우주로까지 확장하는 길로 들어선 것이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정찰위성 1호기 발사 성공으로 군은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 능력을 확보했다”며 “정찰위성은 한국형 3축 체계의 기반이 되는 핵심 전력으로 킬체인 역량 강화의 초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형 3축 체계는 적 미사일의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에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와 대량응징보복(KMPR)을 더한 개념이다.

 

정찰위성 1호기를 우주궤도로 올려보내고 분리된 팰컨9 스페이스X 로켓이 안전하게 귀환하고 있다. / spaceX 

 

KAI, "정찰위성 1호기 본체 개발 등 핵심기술 담당"

 

한국 첫 군사정찰위성의 발사로 떠오르는 기업이 있다. 바로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다. 

 

KAI는 4일 "지난 2일 새벽 발사에 성공한 우리 군의 정찰위성 1호기의 본체 개발 등 핵심 기술을 담당했다"고 밝혔다. 다목적실용위성 ‘아리랑 7호’를 기반으로 EO/IR(광학/적외선) 탑재체를 장착한 초 고사양의 실용급 위성인 정찰위성 1호기. KAI는 2018년 11월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EO/IR 정찰위성 본체 주관개발 계약’ 체결을 통해 핵심 구성품 및 위성 본체를 개발해 왔다. 시스템 공동 설계 및 조립/시험에도 참여하는 등 정찰위성 개발의 중추 역할을 수행했다. 

 

KAI는 2018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가 주도하여 개발하고 있는 SAR 정찰위성의 시제 제작 주관업체로 선정되어 SAR 위성체를 개발하고 있다. 내년부터 추가로 발사하게 되는 4기의 정찰위성은 SAR를 탑재하게 된다. 5기의 정찰위성 체계를 갖추면 군사정찰 능력이 크게 확장되는 것은 물론이고 공기업적 성격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주식회사 형태의 민간기업인 KAI의 활약을 통해 한국의 민관군 전반적 우주위성 역량이 강화되었음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한국 우주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KAI는 IMF 위기상황 수습과정에서 현대우주항공, 삼성항공우주산업, 대우중공업 등 3개 대기업의 항공기 사업부문이 빅딜대상으로 선정되면서 만들어진 대규모 기업. 국산 항공기를 생산하고 있는 핵심 방위산업체다. 한국의 우주정책의 중요역할을 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발사 때 두각을 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그룹과 함께 우리 우주산업의 주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