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고체연료+ 民 상용위성
'우주 자생력' 확보했다

지구촌 우주개발 경쟁이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최근 활발하게 '우주 자생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국방과 관련해 연속된 민관군 협력 우주발사체 실험 성공은 독자적으로 우주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역량을 키워가고 있는 단초로 읽힌다.

 

우리 군은 12월 2일 미국에서 사상 첫 한국 군사정찰위성의 발사에 성공한데 이어, 4일에는 제주에서 고체추진 우주발사체 3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특히 이번 제주 발사에는 민간에서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한 관측위성을 탑재하고 있어,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용 소형 정찰위성을 독자적으로 쏘고 운영할 수 있게 됐음을 뜻한다. 

 

 

고체연료 사용, 쉽게 우주발사체 발사 가능

 

군에 따르면, 3차 시험발사가 지난해 1, 2차 발사와 가장 다른 점은 실제 위성체를 실어 궤도에 올렸다는 것이다. 1, 2차 발사는 더미(모형) 탑재체만 얹어서 엔진 연소와 단·페어링(위성보호덮개) 분리, 자세 제어 등 추진체 성능 검증에 주력했다. 이번 발사는 국내 업체(한화시스템)가 개발한 지구관측용 소형 위성(약 101kg)을 지구 저궤도(약 650km)에 올려서 지상관제소와의 교신 등 실제 위성 발사의 모든 과정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군 관계자는 “고체추진 발사체의 핵심 기술 대부분을 검증하는 데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군이 개발 중인 고체추진 발사체는 총 4단(고체추진체 3단, 최상단은 액체추진체)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과 유럽 등의 고체추진 발사체와 동일한 구조다. 3차 시험발사에는 1단 추진체가 1, 2차 발사에서 성능이 검증된 3, 4단 추진체와 처음으로 결합해 이뤄졌다. 1단 추진체의 추력 검증을 위해 이번 발사에서 2단 추진체는 빠졌다.

군은 2025년 최종 시험발사로 1∼4단을 모두 결합한 고체추진 발사체에 실제 소형 위성을 실어 쏴 올릴 계획이다. 이후 수십 기의 소형 정찰위성을 우리 고체추진 발사체로 400∼600km 고도에 발사할 예정이다. 이렇게 2일 발사에 성공한 정찰위성 1호기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5기의 중대형 정찰위성을 배치하면 대북정찰 주기가 2시간에서 30분 정도까지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군은 향후 추진체 확장 등을 통해 중대형 정찰위성까지 탑재할 수 있는 독자 고체추진 발사체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고체추진 발사체는 연료와 산화제를 섞은 고체연료를 장착한 채로 장기 보관이 가능하고,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다. 무기로 전환하면 사전에 연료를 주입해야 하는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보다 전략·전술적 이점이 크다는 의미가 된다.

 

 

한화시스템, 국내 첫 상용 지구관측 위성 발사 성공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민간주도 상용 지구관측 위성이 발사됐다. 한화시스템이 자체 개발해 제작한 '소형 SAR 위성'이다. 국내 첫 발사 성공이다. 게다가 우리 군의 고체연료 추진 발사체에 실려 제주에서 발사되었기 때문에 독자적으로 필요할 때 언제든 위성발사가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한화시스템은 "자체 개발·제작한 '소형 SAR(Synthetic Aperture Radar, 합성개구레이다) 위성'을 제주도 남쪽 해상에서 4일 오후 2시 정각에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사한 SAR 위성은 '우주의 눈'으로 불리는 작지만 강한 저궤도 지구관측 위성이다. 한화시스템이 국내 최초로 국산화에 성공했다. 가로 2m, 세로 1m 크기의 100㎏급이다. 해상도는 1m(지표면 가로·세로 1m 식별)다. 

 

한화시스템 측은 “오늘 오후 2시 정각에 발사된 한화시스템이 개발하고 제작한 ‘소형 SAR 위성’이 목표한 우주궤도에 안착해 오후 15시45분 40초에 지상관제센터로 첫 위성 신호를 안정적으로 송출했다”고 말했다. 지상관제센터와 쌍방 교신은 이날 오후 7~8시에 이뤄질 예정이다.

 

이번 제주 해상 발사는 지난 7월 한화시스템-제주특별자치도간 ‘제주 민간 우주산업 육성 MOU’ 체결을 통해 제주 우주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협력에 따라 이뤄졌다. 한화시스템은 제주도에 위성개발·제조시설인 ‘한화우주센터’ 구축을 통해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한화시스템에 따르면, SAR는 공중에서 지상 및 해양에 레이다파를 순차적으로 쏜 후 레이다파가 굴곡면에 반사되어 돌아오는 미세한 시간차를 선착순으로 합성해 지상 지형도를 만들어 내는 레이다 시스템. 주·야간 및 악천후에도 영상 정보 획득이 가능해 에너지 탐사, 자원 모니터링, 재해·재난 감시, 기후·환경 감시, 건설·인프라, 안보 분야 및 분쟁지역에서 활용도가 높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소형 SAR 위성은 일반 위성과는 다르게 탑재체와 본체 및 태양전지판이 일체화된 형태다. 다수의 전장품을 하나로 통합해 발사체에 최대한 많이 실을 수 있도록 설계돼 발사 비용이 크게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