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지극함, 동지(冬至)
태양과 지구가 빚은 신비

12월 22일 동짓날 아침, 서울 기준 오전 7시 43분 한해 중 가장 늦은 시간에 해가 떴다. / cosmostimes

 

2023년 12월 22일. 동지. 한자로 쓰면 冬至다. 겨울의 극점이라는 의미. 영어로는 winter solstice. sol은 태양에서 온 말이고, stice는 꼿꼿이 서다는 의미의 말에서 왔다. 태양이 꼿꼿하게 서는 날이다. 북반구의 시점에서 보자면, 태양이 자꾸만 남쪽으로 내려가 아주 가버릴 것처럼 겁을 주다가, 갑자기 멈춰 다시 북상하기 시작하는 시점에 멈춰서는 날, 그날이 동지다. 1년중 밤이 가장 긴 날. 1년중 낮이 가장 짧은 날. 1년중 해가 가장 남쪽에서 가장 늦게 뜨는 날이다. 

 

이제 백과사전적으로 동지를 풀어쓰면, 동지는 동양의 24절기 중 스물두번째 절기로, 양력으로 12월 21일 또는 22일. 음력으로 동지가 들어있는 달을 11월 동짓달이라고 칭한다. 대설과 소한 사이에 든다. 태양 황경이 270도가 되는 때이며, 태양이 남회귀선 즉 적도 이남 23.5°인 동지선(冬至線)에 이르는 때다. 

 

올해는 극심한 추위 속에서 동지를 맞았지만, 전통적으로 말하자면, 동지에 본격적으로 추위가 점점 강해지기 시작한다. 북반구는 대체로 1월 중순 무렵이 1년중 가장 추운 때. 극한 추위의 시작점이 겨울의 극점으로 인식되었고, 그날, 태양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을 기념하며 고대인류들은 동지축제를 벌였다. 그래서 서양의 옛 뱃사람들에게는 "태양이 길어지기 시작하면, 추위가 강해지기 시작한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다. 강력해질 추위를 눈앞에 두고, 밝아지기 시작한 태양에 감사의 축제를 벌인 것이다. 

 

유명한 고대 거석문화의 하나인 스톤헨지는 하지와 동지를 중심으로 태양의 움직임을 관찰한 무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 English Heritage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대 거석문화 유적인 영국 솔스베리의 '스톤헨지'는 동지와 하지를 기념하고 관측한 시설로 추정된다. 하지에는 스톤헨지의 힐스톤과 떠오르는 태양이 정확히 일치하고, 동지에는 태양이 한쌍의 거석을 통과하면서 중앙 '제단석' 위로 저문다. 고대인들에게 태양의 움직임은 사활을 건 중요한 요소였다.  

 

태양이 달라진다는 눈에 보이는 척도가 있기 때문에 오래전에는 동지를 새해의 첫날로 삼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당에 동짓날 입학하는 등 연표로서의 절기 의미가 있었다. 동지 팥죽을 먹으며 한살을 더 먹는다고 인식하기도 했었고, 액운을 쫓아내고 새해 새기운을 빌기도 했다. 

 

이렇게 태양의 움직임이 바뀌는 이유는 지구가 태양을 1년에 한번 타원형으로 공전하고 있기 때문이고, 북반구의 관점에서 지구가 공전 방향과 66.6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에서 반시계방향으로 자전하면서 돌기 때문이다. 좀더 정확히 쓰자면, 지구는 공전의 수직축에서 23.4도 기울어진 축을 중심으로 23.9시간에 한바퀴씩 자전하고, 365.25일에 한바뀌씩 태양 주위를 돈다. 

 

이같은 사실들이 지구의 밤과 낮, 사계절의 변화, 태양빛의 조사각도를 정기적으로 조절함으로써, 지역에 따라 계절이 생기고, 낮과 밤, 기온차 등이 발생한다. 그러니까, 동지 혹은 하지는 태양과 지구 사이에 존재하는 천문학적 사실들이 빚어낸 자연의 선물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