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도서] 프시케 프로젝트,
그 책임을 맡은 여성과학자의 초상

 

"눈을 사로잡는, 아름답게 쓰인 책.... 엘킨스탠턴은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용기를 내어 과학자로서, 또 여성으로서 좋고 나빴던 모든 경험을 살펴 삶의 가장 핵심에 있는 의미를 발굴해낸다."

 

이 평가는 워싱턴 포스트가 미국의 여성 과학자 린디 엘킨스탠턴이 쓴 책 <젊은 여성과학자의 초상>에 붙인 글이다. 한 여성과학자가 여성과학자로서 서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펼쳐낸 책이니까, 당연한 평가다. 그렇지만, 기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유는 따로 있다. 프시케 때문이다.

 

2023년 10월,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소행성 ‘16 프시케’로 무인 탐사선을 쏘아 올렸다. 탐사선의 이름도 '프시케'. 지구의 핵과 유사한 금속인 철과 니켈로 구성되어 있는, 태양계에서 가장 신비한 물체로 꼽히는 소행성 프시케를 탐사하는 ‘프시케 프로젝트’다.

 

지구 지질학을 깊이 연구한 바 있는 린디 엘킨스탠턴은 지구의 핵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프시케 프로젝트에 도전했고, NASA는 린디의 팀이 해낸 탐사계획 PT에 높은 점수를 주어, 그 프로젝트의 실행자로 린디 엘킨스탠턴의 팀을 선정한다. 그리고 엄청난 비용을 지원하면서 소행성 미션이 시작되게 된다. ‘행성의 핵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의를 지니는, 천문학적 가치를 지닌 프시케 프로젝트. 그 프로젝트를 이끄는 것은 바로 여성 과학자가 바로 린디 엘킨스탠턴이다.

 

린디 엘킨스탠턴이 쓴 자전적 보고서, <A Portrait of the Scientist as a Young Woman>이 <젊은 여성과학자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번역 출간됐다. 김아림 번역, 흐름출판 발행, 2023년 12월 25일 초판발행. 

 

원제를 굳이 소개한 것은 제임스 조이스의 책 <A Portrait of the Artist as a Young Man(젊은 예술가의 초상)> 때문이다. 불멸의 예술가를 다짐하는 스티븐 디덜러스에 불멸의 과학자로 노력하리라 다짐하는 린디 엘킨스탠턴이 겹쳐진다. 프시케가 발사되기 직전에 미국에서 출간된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마라톤 끝에서 전력 질주하기’이고, 그 챕터의 마지막 대목은 이렇다.

 

“...로켓이 발사되어 프시케 탐사선의 우주여행이 시작되고 나면, 우리는 진정으로 가치 있는 뭔가를 얻게 될 것이다. 우리를 놀라게 하고, 인류의 지식을 더 먼 곳까지 넓히도록 더 열심히, 더 오래 연구하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그것이다.”


프시케 프로젝트는 인류가 발 디딘 지구를 더 깊이 이해하는 위대한 탐험이자, 현실의 규범을 넘어 더 먼 세계로 나아가는 한 개인의 자기 발견의 여정이다. ‘MIT의 여학생’에서 행성과학 분야의 대표자로, 또 갑자기 찾아온 암과 NASA가 부여한 선발과정에서의 치열한 경쟁을 견디고 프시케 프로젝트의 리더로 선정된 린디 엘킨스탠턴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우주 저 멀리까지 꿈을 꾸며 눈앞의 세계를 조금씩 바꾸고 확장해 나가는 한 개인의 단단한 삶의 태도가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흔히들 이 책을 소외된 여성, 한계가 정해진 여성, 성적 학대를 받은 여성의 이야기로 읽지만, 린디는 그런 것들을 훨씬 넘어서 자신의 생각을 용감하게 실천하고, 외부의 시선과 규정된 한계를 과감하게 떨쳐내고 큰 성과를 이뤄낸 삶의 고백이다. 그리고, 인류 최초의 위대한 탐사를 지휘하는 위대한 과학자의 힘을 보여준다. 피해자의 움츠러든 삶과는 애초부터 다른, 장인의 면모다. 

 

책 속에서 끊임없이 등장하는 이 위대한 과학자의 동력은 '질문'이다. 질문의 힘이 프시케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 곳곳에서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배워가며 인류의 미래를 밝혀가는 '젊은 남녀과학자'들의 진지한 질문이 우리의 미래를 밝게해 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