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굴기' 외치는 중국
"세계 스타트업이여, 오라"

신년특집■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10 (2) 중국

2024년이 밝았다. 청룡의 해, 벽두부터 우주경쟁이 치열하다. 유인 달 탐사가 본격화되고 달 착륙 경쟁이 불붙는다. 경제와 전쟁의 해법을 우주에서 찾는 나라들도 있다. ‘우주 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이제 수사(修辭)의 문제가 아니라 필사적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그 대열에서 물러나 있을 수 없다. 이른바 ‘우주강국’들은 어떻게 강국이 되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코스모스 타임즈’는 2024년을 맞으면서, 우주패권이 단순히 우주탐사 능력을 넘어서 국방과 경제를 포함한 국력의 총합이 된 ‘뉴스페이스’의 물결을 살펴봄으로써, 새해 새시대를 헤쳐나가는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 10곳은, 기존의 우주강국 개념인 우주발사/위성 역량은 물론이고, 경제 효과와 생활 개혁, 문화와 연구 등을 망라한 ‘우주능력’을 갖춘 곳 중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던져주는 곳 10개국을 선정했다.

 

 

중국 선저우 17호 승무원들이 톈궁에서 머리를 깎는 장면이 공개돼 화제다. / CCTV

 

#1. 우주에 오랫동안 머물려면 다양한 생리현상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이고 배변과 청소 같은 것도 아주 심각한 문제다. 최근 중국이 자체적으로 쏘아올린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서는 중국 우주인들이 머리카락을 자르는 모습이 공개됐다. 중국유인우주국(CMSA)의 영상에는, 톈궁에 머물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이 진공청소기처럼 머리카락을 빨아들이는, 원시적으로 생겼지만 매우 스마트한 기기를 사용해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는 모습이 담겨있다.

 

#2. 우주정거장은 우주 탐사에서 매우 중요한 도구다. 각종 실험을 할 수 있고 심우주 탐사 전진기지가 될 수도 있다. 현재 세계는 ISS라는 미국 주도의 우주정거장을 사용하지만, 여기 참여 못한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쏘아올렸다. 우주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고 ‘우주굴기’를 외치며 쏘아올린 톈궁은 3개의 모듈로 만들어진 작은 규모이지만, 곧 6개의 모듈로 확장하고 원하는 국가에 이 공간을 개방하겠노라고 선언했다. 폐쇄적, 위험적 요소로 인식되던 중국의 우주산업이 세계를 향해 공개 구애장을 보낸 격이다.

 

중국이 자력으로 만들어 올린 우주정거장 '톈궁'. / CNSA

 

1. ‘우주굴기’의 상징, 톈궁

 

중국은 2021년 4월, 자국 우주정거장의 중심모듈인 톈허를 발사했다. 그로부터 1년 7개월 뒤인 2022년 11월 세번째이자 마지막 모듈인 멍톈이 연결됨으로써 톈궁 건설작업이 끝났다.

 

22톤 무게의 3개 모듈로 구성된 톈궁은 16개 모듈로 구성된 무게 400톤의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는 훨씬 작다. T자형 구조로 중심 모듈 톈허와, 실험 및 거주 겸용 모듈 원톈, 실험 전용 모듈 멍톈으로 구성돼 있다. 3개의 모듈을 합친 무게는 66톤이며, 우주비행사와 화물을 실어나르는 우주선 3개가 도킹할 경우 총 무게는 100톤이 된다.

 

톈궁은 최고 고도 450㎞(평균 390㎞) 궤도를 돌면서 3명의 우주비행사를 수용할 수 있다. 핵심 모듈 ‘톈허(天和)’를 중심으로 양쪽에 실험실 모듈인 ‘원톈(問天)’과 ‘멍톈(夢天)’이 결합한 구조인데, 이 톈궁 모듈 3개를 6개로 늘린다는 게 중국 당국의 설명이다.

 

평균 고도 390km 상공에서 지구를 돌고 있는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의 완전한 모습을 담은 고화질 사진이 얼마전에 공개됐다. 중국유인우주국 대표단이 공개한 이 사진은 5개월간 톈궁에 도킹해 있던 선저우 16호 우주선이 10월 말 다시 지구로 돌아가는 길에 찍은 것이다. 임무를 마친 선저우 16호가 우주정거장에서 분리된 직후 200m 거리에서 우주정거장을 궤도선회하는 도중 우주비행사들이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했다. 지구를 배경으로 궤도에 있는 우주정거장 완전체 모습을 촬영한 건 처음이라는 설명이다.

 

사진에서 톈궁의 맨 위에 있는 모듈이 멍톈, 가운데 있는 것이 중심 모듈인 톈허, 아래쪽에 있는 것이 원톈 모듈이다. 톈허 오른쪽에 유인 우주선 선저우 17호, 왼쪽에 화물 우주선 6호가 도킹해 있다. 선저우 17호는 선저우 16호와 임무교대를 할 우주비행사 3명을 태우고 10월 26일 우주정거장에 도착했다. 우주정거장 뒤로 보이는 배경이 지구다.

 

현재 톈궁에는 지난 10월 선저우 17호를 타고 온 3명의 중국 우주비행사가 머물고 있다. 이들과 교대한 선저우 16호 우주비행사들은 5월 30일부터 5개월간 생명공학 등의 과학 활동을 한 뒤 10월 말 지구로 돌아왔다.

 

중국은 2023년 10월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에서 열린 제47차 국제우주대회에서 앞으로 톈궁에 모듈 3개를 추가해 6개 모듈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6개의 도킹부가 있는 다기능 모듈을 수년 안에 먼저 보내 톈허와 연결한 뒤, 여기에 다른 모듈을 추가로 연결한다. 확장 후 총 무게는 180톤으로 국제우주정거장 ISS의 40% 수준이다. 수용 가능 인원은 7명, 운영 시한은 10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화성에 안착한 주룽 로버 상상도. / CNSA

 

2. 2027년 달 기지, 2045년 우주최강국?

 

중국은 달 탐사에서는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이지만, 우주정거장, 화성탐사 등을 통해 최강의 우주국이 되고 싶어한다. 그리고 그 야심을 숨기지 않는다. 목표는 2045년이다. 우주굴기의 완성이다.

 

최근 중국은 우주 탐사에서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미국도 아직 하지 못한 달 뒷면 무인 착륙에 성공했고, 2020년엔 달 암석과 흙을 지구로 가져온 데 이어, 2021년엔 착륙선과 궤도선, 탐사 로버를 동시에 화성에 안착시켰다. 그리고 2022년엔 독자적인 우주정거장까지 건설했다. 톈궁이다.

 

그러나 미국과 서방세계를 긴장시키는 움직임은 따로 있다. 전통의 우주강국 러시아와 손잡고 2027년 달 연구기지(ILRS) 건설을 목표로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아제르바이잔, 벨라루스, 아랍에미리트가 참여하기로 했다. 미국 주도로 30여개국이 참가하고 있는 아르테미스 미션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강하다.

 

애당초 203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던 달 유인기지 건설 계획도 ‘2027년 완공’으로 수정하며 유인 달 탐사 분야에서도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2019년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창어 4호’를 착륙시킨 중국은 내년 세계 최초로 달 뒷면 샘플 채취를 위한 무인 탐사선을 발사한다. 지금까지 달 표면 샘플 채취는 10차례 이뤄졌으나 모두 달의 앞면에서 진행됐다.

 

화성 프로젝트에 이르면 그 긴장감이 훨씬 커진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미국을 추월하는 첫 프로젝트로 화성을 선택했다. 화성의 암석과 흙을 가져오겠다고 나섰다. 화성 탐사선 착륙은 미국보다 약 반세기가 늦었지만 화성 표본 회수는 미국보다 빨리 성공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달 표본을 수집해 가져온 경험, 화성 탐사 사상 최초로 착륙선과 궤도선, 탐사차를 한꺼번에 보내는 데 성공한 경험 등을 통해 축적한 기술을 통해 자신감을 갖고 있다.

 

2028년 2개의 우주선을 화성으로 보내 화성 표본을 채취해 담은 뒤 2031년 7월 지구로 돌아온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성공할 경우 인류 최초의 화성 표본 회수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현재 화성에서 탐사선을 통해 표본을 수집 중인 미국은 표본을 지구로 가져오는 시점을 2033년으로 잡고 있다.

 

화성 표본을 수집해 가져올 중국의 톈원3호는 두개의 우주선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표본 수집을 위한 착륙선이고, 다른 하나는 표본을 갖고 돌아올 귀환용 궤도선이다. 궤도선의 경우 2028년 11월에 발사해 2029년 8월 또는 9월 중 화성 궤도에 안착시킬 예정이다. 착륙선 발사 일정은 두 가지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는 2028년 12월에 지구를 출발해 2029년 7월 화성에 착륙한 뒤 6개월 동안 표본을 수집하는 일정이고, 다른 하나는 2028년 5월 출발해 2030년 8월에 화성에 착륙하는 일정이다.

 

중국의 화성 표본 수집 전략은 말 그대로 속전속결이다. 화성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표본을 수집하고 있는 미국 탐사선 퍼서비어런스와 달리, 중국은 소형 헬리콥터와 4족 로봇으로 한 곳에서만 표본을 수집한다.

 

미국보다 먼저 달 기지를 건설하고, 화성의 토양 샘플을 갖고 지구로 귀환해 세상에 중국이 우주 최강국임을 선포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실현될 수 있을지 지켜볼 대목이다.

 

중국군이 진행하고 있는 워게임 화면. / SCMP

 

3. 우주 워게임... 중국이 꿈꾸는 우주강국은?

 

우주시대의 전쟁은 기존의 전쟁과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된다. 최근 중국의 과학자들이 ‘우주 워게임’을 공개하면서 그 실체적 면모가 드러났다.

 

중국의 과학자들은 우주 전쟁이 발생하면 지구 궤도를 도는 모든 인프라와 로켓 발사대나 대형 레이더 기지 등 이를 지원하는 지상 시스템이 영향을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는 곧바로 지상과 공중의 거의 모든 전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비행기는 눈이 멀고 선박은 길을 잃게 된다. 인터넷 온라인 시스템에 기댄 도시는 대혼란에 빠지고 외딴 지역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단절될 수밖에 없게 된다.

 

서방에서는 중국의 이같은 워게임이 위성을 직접 겨냥한 행위들로, 핵전쟁을 촉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중국은 우주군을 최초로 창설한 미국이 현재 진행 중인 우주 군사 전쟁의 선동자이자 주요 동인이라고 비난하면서 중국군이 우주 전쟁을 준비하는 것은 미국과 동맹들의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국방대 과학자들이 논문과 언론을 통해 밝힌 우주 워게임은 사용자 친화적으로 설계된 시스템으로 복잡한 우주 전쟁을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는 기능을 가졌다. 이 시스템은 중국군의 작전을 위한 도구일 뿐만 아니라 최고의 ‘우주 전사’와 지휘관을 대규모로 키워내고 훈련시키는 도구라고 밝혔다. 이들은 아울러 해당 시스템이 비밀 우주 임무에서 이미 그 가치를 증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400여명의 사관생도가 70개 이상의 팀을 조직해 두 달간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훈련을 한 바 있는데, 이같은 모의 우주전쟁을 통해 전투 대비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간 교과서나 기술 자료에서만 볼 수 있었던 첨단 무기를 직접 사용하는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훈련에 사용된 워게임 작전 인터페이스에서는 지구를 투명하게 만들어 동반구 사용자들이 서반구 상황을 실시간으로 선명히 관찰할 수 있게 해 유용한 실전훈련이 되었다는 홍콩언론의 평가도 있었다.

 

중국이 실제 전쟁을 상정하고 우주개발에 힘쓰고 있다는 흔적은 ‘외교굴기’를 외치면서 아프리카로 진출하는 데서도 찾을 수 있다. 적도기니에 중국군 기지를 건설한 바 있는 중국은 아프리카 각지에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주선을 발사하기 적격인 장소들이 적도 인근에 집중되어 있는 것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전략의 ‘숨은 이유’라는 것은 이제 공공연한 비밀. 아프리카 내에 건설된 중국군 기지가 우주발사기지 역할을 할 수도 있고, 공개적으로 우주항구 개척에 나설 수도 있다. 우주 강국을 꿈꾸는 중국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지만, 문제는 이 우주항구가 탄도미사일 발사기지가 될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우주개발이 단순히 우주에서 무궁무진한 자원을 캐오는 것을 넘어선 많은 목표들을 갖고 있듯, 우주강국을 꿈꾸며 우주군사력을 키우고 아프리카로 진출하고 있는 중국의 속내에 세계가 긴장감을 드러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달과 화성에서 미국을 앞설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며, 하늘에서는 우주정거장을 통해 세계의 우주스타트업 국가들의 환심을 사고, 땅에서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우주기지가 가능한 곳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2045년, 중국이 우주최강국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중국이 그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