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케네디 DNA 싣고
美 민간 달착륙선 8일 발사

애스트로보틱의 페레그린 우주선이 발사준비를 하고 있다. / NASA, space.com

 

미국이 2024년을 맞아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 무인 우주선이지만 달 착륙을 시도하는 것은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50여년만이다. 이번엔 민간기업의 우주선이다. 발사 준비에 들어간 이 우주선에는 조지 워싱턴, 존 F 케네디 미국의 저명 대통령들의 DNA가 실린다. 

 

미국의 우주기업 애스트로보틱은 1월 8일 오전 2시18분(현지시각)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에서 달 착륙선 '페레그린 미션1(Peregrine Mission One)'을 ULA(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의 신형 로켓 '벌컨 센타우르(Vulcan Centaur)'에 실어 발사한다. 페레그린 발사는 당초 지난 12월 24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로켓 최종 시험 문제로 인해 일정이 미뤄졌다.

 

8일 발사되면 페레그린은 2월 23일 달 앞면 '폭풍의 바다(Oceanus Procellarum, Ocean of Storms)' 북동쪽의 돔 모양 용암지대 시누스 비스코시타티스(Sinus Viscositatis, Bay of Stickiness)에 착륙한다. 아폴로 우주선처럼 달까지 곧장 날아가 착륙하는 것이 아니라, 한달간 달 궤도를 돌며 고도를 9000km에서 100km까지 서서히 낮춘 뒤 착륙을 시도한다.

 

착륙에 성공할 경우, 페레그린은 사상 최초의 민간 달 착륙선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인도와 일본 등 우주강국을 노리는 국가들이 2024년에 앞다퉈 달 착륙을 시도할 것으로 예고된 상태. 

 

페레그린 달 착륙선은 ULA의 벌컨 센타우르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 ULA, space.com

 

페레그린은 미 항공우주국 NASA의 새로운 달 유인 착륙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를 지원하는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하나로 선정된 우주선이다. NASA는 이 프로그램 참여 업체로 14개의 민간 달 착륙선 업체를 선정해 26억달러를 지원하고 있다. 아르테미스의 길을 열기 위한 사전 정찰대인 셈이다.

 

높이 1.9m, 너비 2.5m에 다리 4개가 달린 페레그린에는 NASA를 비롯한 7개국의 과학 장비를 포함해 20여개 화물이 탑재돼 있다. 카네기멜론대 학생들이 만든 신발상자 크기의 아이리스 로버, 멕시코의 지름 12cm 크기 원반 모양의 달 탐사 로버 5대도 포함돼 있다. 페레그린의 활동 시한은 약 10일이다.

 

스페이스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애스트로보틱 존 손턴 CEO는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정부와 민간부분의 공생모델에 거의 근접해 왔다"면서 "달 표면에 착륙하는 우주산업의 공급체인이 완성되는 위대한 기회를 위해 CLPS 2.0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이번 시도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우주비행의 또하나 특별한 점은 우주장례 전문 기업인 셀레스티스가 추모용 화물을 실어 보낸다는 것. 265개의 캡슐로 구성된 이 화물에는 전 미국 대통령 조지 워싱턴과 존 에프 케네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3인의 DNA 표본과 인기드라마 ‘스타트렉’의 작가 진 로든베리의 유골 화장재 등이 포함돼 있다. 이 화물들 중 일부는 달로 가는 도중 2억4000만~4억8000만km 길이의 태양 중심 궤도에 뿌려져 영원히 우주를 선회하고, 일부 캡슐은 페레그린과 함께 달까지 날아가 그곳에 영구히 머물게 된다. 

 

한편, 이번 달 착륙선 발사는 그동안 미국 정부와 군의 위성 발사를 주도해 온 ULA가 독자 개발한 로켓 벌컨 센타우르의 첫 임무 수행이다. ULA는 델타5 로켓 제작사인 보잉과 아틀라스4 로켓 제작사인 록히드마틴이 발사체 부문을 떼어 합작 설립한 회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