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인도를 목격하라"
실용+혁신 무기로 우주선점

신년특집■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10 (4) 인도

2024년이 밝았다. 청룡의 해, 벽두부터 우주경쟁이 치열하다. 유인 달 탐사가 본격화되고 달 착륙 경쟁이 불붙는다. 경제와 전쟁의 해법을 우주에서 찾는 나라들도 있다. ‘우주 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이제 수사(修辭)의 문제가 아니라 필사적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그 대열에서 물러나 있을 수 없다. 이른바 ‘우주강국’들은 어떻게 강국이 되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코스모스 타임즈’는 2024년을 맞으면서, 우주패권이 단순히 우주탐사 능력을 넘어서 국방과 경제를 포함한 국력의 총합이 된 ‘뉴스페이스’의 물결을 살펴봄으로써, 새해 새시대를 헤쳐나가는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 10곳은, 기존의 우주강국 개념인 우주발사/위성 역량은 물론이고, 경제 효과와 생활 개혁, 문화와 연구 등을 망라한 ‘우주능력’을 갖춘 곳 중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던져주는 곳 10개국을 선정했다.

 

 

#1. 인도는 광활한 대륙이다. 14억2800만명이 넘는 인구는 2023년 공식적으로 중국을 넘어서 세계 1위가 되었고, 국가면적은 세계 7위의 대국이다. 비록 국민1인당 GDP는 낮지만 국내총생산 GDP는 세계 5위 수준이다. 2021년엔 IMF 기준, 영국 경제규모를 뛰어넘어 ‘식민지였던’ 인도가 영국을 이겼다고 환호작약하기도 했다. 독립 74년만의 쾌거다. 그렇지만 워낙 광활한 국토에 빈부격차가 커 모든 국민이 그 부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인도가 전국 5G 연결을 시도하고 있다. 2022년 10월, 일부지역에서 개통했지만, 앞으로는 전국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가능할까? 인공위성을 통하면 가능하다.

 

#2.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얼마전 2023년을 빛낸 과학자 10명을 선정했다. 그 맨 앞자리에 인도의 여성 과학자가 있다. 이 놀라운 소식은 더 놀라운 소식에서 출발했다. 2023년 8월, 인류 최초로 달의 남극에 우주선이 착륙한 것이다. 그 달 탐사선은 인도의 찬드라얀 3호다. 2019년의 찬드라얀 2호가 추락으로 실패한 뒤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첨단 기술들을 보충하면서 과정을 거치면서 다시 도전해 성공했다. 이 연구를 이끈 이가 바로 2023년의 과학자 칼라하스티 ISRO 연구원이다. 그녀는 "달 착륙 미션의 기술적인 성공을 넘어서, 나는 인도와 전세계의 젊은 과학자들이 ISRO가 실패에서 일어나 어떻게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는지를 통해 영감을 받게 되길 바란다"면서 "이제 단순히 달 착륙이 아닌 새로운 능력을 향해 나아가야 할 때이고, 찬드라얀 3호의 성공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도가 바뀌고 있다. 광대한 전설의 땅에서 첨단 우주산업의 선도국가로 바뀌고 있고, 신분과 차별이 공공연하게 중시되는 사회에서 여성과학자가 두각을 나타내 세계적 관심을 받는 국가로 바뀌고 있다. 아무도 믿기 어려울만큼 열악한 환경, 적은 예산으로 인류 최초의 달 남극 착륙이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만들어낸 창의적인 국가로 바뀌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인도가 2024년 첫날 발사에 성공한 천체연구용 위성 'XPoSat' 발사 장면. / ISRO

 

1. 달 남극 착륙한 인도, 2024년초부터 맹활약

 

원래 계획은 인도를 조금 더 뒤에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2024년을 맞아 하루하루 인도의 달과 우주를 향한 모험은 도저히 뒤로 밀어둘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세계 최초로 달의 남극에 무인우주선 찬드라얀 3호를 착륙시킨 인도는 새해 첫날, 블랙홀 등 천체 연구용 인공위성 발사에도 성공했다. 미국에 이어 세계 두번째 성공이다.

 

인도우주연구기구 ISRO는 1월 1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의 스리하리코타 우주기지에서 천체연구용 위성 ‘XPoSat’을 쏘아 올려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 XPoSat은 천체에서 나오는 X선의 편광을 측정하는 ‘폴라리미터(Polarimeter)’를 이용해 블랙홀, 중상자별, 은하계 핵 같은 천체 물체에서 발산되는 엑스선을 연구하게 된다.

 

인도는 이번 XPoSat 발사 성공으로 미국에 이어 천체 연구용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두번째 국가가 됐다. 미 항공우주국 NASA는 2021년 천체 연구용 위성을 쏘아 올렸다.

 

2040년까지 우주인을 달에 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도 정부는 최근 우주 탐사 회의 후 성명을 통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2035년까지 우주 정거장을 세우고 2040년까지 인도인을 달에 보내는 새롭고 야심 찬 목표를 세울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인도는 이를 위해 이번 주 중 유인 우주선 발사 테스트를 실시하는 등 2025년까지 인도 최초의 유인 우주비행선 가가니안(Gaganyaan)을 개발할 계획이다.

 

미국이 아르테미스 미션을 통해 2025년 전후, 유인 달 탐사를 시도하고, 달 기지 건설을 추진하면서 반세기만에 세계가 다시 달 탐사에 열심이다. 계획대로 2028년 달에 우주기지가 세워지고, 미국에 이어 중국이 2030년에 유인우주선을 달에 보낸다면, 그 뒤를 이을 국가로 인도가 무섭게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참고로 정리해 두자면, 찬드라얀 3호는 인도의 세번째 달 탐사선이다. 달 궤도선인 찬드라얀 1호는 2008년 처음으로 달 궤도에서 물 얼음의 존재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에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가 물 얼음을 확인하게 되면 찬드라얀 우주선은 달 궤도와 표면에서 각각 처음으로 물 얼음을 확인한 탐사선이라는 기록을 갖게 된다. 2019년에 발사한 찬드라얀 2호는 달 착륙엔 실패했으나 함께 간 궤도선은 지금도 달 궤도를 돌고 있다. 

 

찬드라얀 2호를 포함해 앞선 달 착륙 시도는 모두 실패로 끝났다. 2019년 4월 이스라엘 민간기업 '스페이스일', 2023년 4월 일본 기업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은 각각 달 표면을 향해 하강하던 도중 추락했다. 러시아가 47년 만에 발사한 달 착륙선 '루나 25호'는 지난 19일 달 착륙을 시도해보지도 못한 채 궤도를 이탈해 추락하고 말았다. 거기에 더해 며칠전 발사한 미국의 민간 기업 달 착륙선 '페레그린'은 고장으로 달 착륙을 시도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태다. 

 

달의 남극에 인류 최초로 착륙하는데 성공한 '찬드라얀 3호'. 우주탐사 역사에 기념비적 성과다. / ISRO 

 

2. 세계를 놀라게 한 찬드라얀 3호, 놀라운 비밀?

 

인도가 갑자기 세계 우주뉴스의 최대화제로 떠오른 것은 달의 남극 착륙 성공 때문이다. 인도의 세번째 무인 달 탐사선 찬드라얀 3호가 2023년 8월 23일 달 남극 착륙에 성공했다. 인류 최초의 달 남극 착륙이다. 7월 14일 지구를 출발한 지 40일 만. 인도는 미국, 러시아(옛 소련), 중국에 이어 네번째 달 착륙국가가 됐으며, 찬드라얀 3호는 최초의 달 남극 탐사선이 됐다. 이날 착륙은 2019년 달 착륙에 실패한 찬드라얀 2호 이후 4년 만의 재도전이었다.

 

찬드라얀 3호는 예정대로 오후 5시45분(한국시각 오후 9시15분) 달 남극 약 30㎞ 상공에서 착륙을 위한 하강을 시작해 서서히 속도를 줄이며 오후 6시3분(한국시각 오후 9시33분)에 달 표면에 착륙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달 착륙 장면은 전 세계에서 700만여명이 지켜봤다. 

 

 

찬드라얀 3호가 착륙한 곳은 달 남극에서 가까운 남위 69도 지역이다. 달 남극은 우주강국들이 미래 달 기지 건설 후보지로 꼽는 곳. 움푹 패인 크레이터들이 밀집해 있는 달 남극엔 햇빛이 비치지 않는 영구음영지역이 많아, 달 표면에 증발되지 않은 다량의 물이 얼음 형태로 남아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달 기지를 짓거나 장기간 머물게 될 때 중요한 요소인 물이 해결될 수 있어 중요하다. 

 

이같은 점에서 보면, 인도 찬드라얀 3호의 성과는 정말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놀라운 사실이 있다. 

 

인도의 우주개발은 저렴한 비용으로 ‘가성비’를 추구하면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면서, 동시에 배울 바를 던져준다. 찬드라얀 3호의 총 비용은 7500만달러(950억원)다.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로켓 발사 비용과 큰 차이가 없다.

 

2008년 찬드라얀 1호(7900만달러), 2014년 화성 궤도선 망갈리안(7400만달러) 발사에도 비슷한 비용이 들었다. 찬드라얀 2호가 98억루피(1600억원)로 가장 많았지만 이는 착륙선과 궤도선을 합친 비용이다.

 

2007년 일본의 첫 달 탐사 위성 가구야 4억8000만달러, 같은해 중국의 첫 달 탐사 위성 창어 1호 1억8700만달러와 비교하면 가성비를 추구하는 인도 저비용 우주개발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물론 우주 미션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평면비교가 전부는 아니지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찬드라얀3호 착륙 직후 인도의 미션 수행 비용이 대체로 저렴한 이유를 묻는 말에 S. 소만나트 ISRO 원장은 농담 반으로 ‘그것은 비밀’이라고 말했듯, 세계적 관심을 끈 바 있다.

 


'스윙바이' 방식의 비행을 선택해 비용을 절감한 찬드라얀 3호의 비행 루트. / ISRO

 

3. 값싸고 실력 있는 인력, 인도 우주탐사 일등공신

 

 

인도우주연구기구 ISRO는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미션을 수행할 수 있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꼽고 있을까. 현지화와 독창성, 풍부한 과학인력이 정답이다. '정답용 정답' 같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은 길이다. 

 

루나25호와 비교하자면 찬드라얀3호의 비용 절약에 가장 많이 기여한 부분은 로켓과 관련돼 있다. ISRO 과학자들은 로켓이 크면 클수록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하면서 인도는 중형 로켓인 PSLV(polar satellite launch vehicle)와 GSLV(geosynchronous satellite lauch vehicle)를 개발해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PSLV는 1993년 첫 발사됐고 나중에 개발된 GSLV는 2001년 처음 쏘아 올려졌다. GSLV 제작에 사용된 시스템이 PSLV에서 온 게 많다. 이런 점이 발사체 개발 비용 절감을 가져다 준다는 설명이다.

 

'스윙바이'라는 말이 있다. 우주재난 영화들에 등장하면서 조금 익숙해진 표현이다. 찬드라얀3호는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하는 ‘중력 도움(gravity assist·일명 스윙바이)’ 방식의 경로를 택했다. 이런 방식은 기간은 더 늘어나지만, 연료 소비를 대폭 줄여 더 작은 발사체로 목표에 도달하게 함으로써 관련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찬드라얀3호는 발사부터 착륙까지 40일이 걸렸으나, 더 직접적인 경로를 택한 러시아 루나 25호는 11일 만에 착륙을 시도했고 그만큼 발사체 관련 비용도 더 많이 들어갔을 것으로 보인다.

 

로켓 제작에 인도 현지에서 조달한 재료를 많이 쓴다는 점도 인도의 강점이다. 소만나트 ISRO 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현지화는 로켓 제작에서 많이 이뤄진다"면서 "이를테면 현지화 비율이 PSLV의 경우 90%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ISRO의 수입품은 대부분 전자 부품뿐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제작 설명서를 대기업에 주고 로켓과 인공위성을 만들게 한 뒤 사들이는 방식을 처음부터 이용하고 있어 비용이 많이 들 수박에없는데 ISRO는 대부분의 부품을 자체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비용절감요소는 인건비다. 외신에 등장하는 ISRO의 전직 원장들은 하나같이 인건비 문제를 꼽았다. 인도가 미국, 러시아, 유럽에 비해 누리는 가장 큰 이점은 인건비라는 것. "인도 인건비는 선진국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우리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실력 면에서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는 설명.

 

ISRO가 실험하는 방식 또한 비용 절감에 기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ISRO는 실제 실험 전에 많은 위험분석과 모의실험을 많이 거쳐 실제 실험 횟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가령 유럽에서 엔진 작동을 확인하기 위해 8번가량 실험할 때, 인도는 모의실험으로 대체함으로써 실제 실험은 2, 3회만에 결과를 도출해 내는 방식이다. 

 

모디 인도총리는 2024년 벽두 인도의 우주발사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인도의 부상을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통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알려진 인도에서 여성 과학자가 세계가 주목하는 첫번째 과학자로 선정되었고, 거대한 면적에 세계1위 인구를 갖고 있는 국가가 모든 국민이 편리하게 위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나라가 되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게다가 우주개발에는 벌써 '세계 첫'의 수식어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미국과 영국에서 과학계는 물론 정계에서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도계 사람들의 활약은 1회적이거나 일개인적 사건이 아니라, 어쩌면 '새로운 인도의 부상'이 지구적 현상임을 선언적으로 알리고 있는 신호탄이 아닐까 생각되는 새해벽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