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담'의 나라 캐나다
우주 개척의 '필수국가'됐다

신년특집■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10 (7) 캐나다

2024년이 밝았다. 청룡의 해, 벽두부터 우주경쟁이 치열하다. 유인 달 탐사가 본격화되고 달 착륙 경쟁이 불붙는다. 경제와 전쟁의 해법을 우주에서 찾는 나라들도 있다. ‘우주 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이제 수사(修辭)의 문제가 아니라 필사적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그 대열에서 물러나 있을 수 없다. 이른바 ‘우주강국’들은 어떻게 강국이 되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코스모스 타임즈’는 2024년을 맞으면서, 우주패권이 단순히 우주탐사 능력을 넘어서 국방과 경제를 포함한 국력의 총합이 된 ‘뉴스페이스’의 물결을 살펴봄으로써, 새해 새시대를 헤쳐나가는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 10곳은, 기존의 우주강국 개념인 우주발사/위성 역량은 물론이고, 경제 효과와 생활 개혁, 문화와 연구 등을 망라한 ‘우주능력’을 갖춘 곳 중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던져주는 곳 10개국을 선정했다.

 

 

 

#1. 캐나다 우주비행사 제레미 한센은 캐나다인 최초로 달 여행을 하게 됐다. 달 궤도를 돌고 지구로 귀환하는 미국의 아르테미스2 미션에 참가한다. 캐나다 육군대령이자 전투기 조종사 출신인 한센은 캐나다인 최초로 미국 NASA 우주비행사 교관을 지낸 바 있다. 그러니까 개인 능력이 출중한 우주인이다. 그렇지만, 그가 우주비행을 하게 된 배경은 따로 있다. 캐나다가 잘하는 로봇팔 분야가 우주로 확장되고 있고, NASA가 달 궤도에 건설할 다목적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에 이 캐나다산 최첨단 로봇팔 ‘캐나담3’이 설치된다. 그 대가로 아르테미스2 미션에 우주인을 탑승시킬 권리를 확보했다.

 

#2. 우주강국으로 다시 서고 싶어하는 캐나다는 사실, 역사적으로 매우 앞서가는 우주국가였다. 1962년 알로에테 1호 위성을 쏘아올린 캐나다는 소련, 미국에 이어 인공위성을 세계에서 3번째로 쏜 나라다. 알로에테 1호는 당초 1년간의 운용이 예정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약 10년 동안 장기간 운용되었고, 계속해서 발사된 알로에테 2호, ISIS-I, ISIS-II를 포함해 4기의 위성을 운용해 우주연구에 기여했다. 1972년에는 아니크 A-1 위성을 발사한 캐나다는 정지 궤도상에 통신 위성 네트워크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구축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니 ‘미국 옆 나라’를 넘어서는 꿈을 꾸는 것이 꼭 무리한 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르테미스2에 참가하는 우주인 4명. 맨 오른쪽에 있는 사람이 캐나다인 제레미 한센. 어깨에 캐나다 국기가 자랑스럽게 붙어있다. / NASA

 

1. "고작 로봇팔 하나로?” vs “로봇팔의 힘을 알기나해?”

 

"캐나다는 달에 간다. 캐나다에 의해, 캐나다에서 만들어진 로봇팔은 달에서 우주정거장을 조립·보수할 것이다."

 

2019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한 말이다. 자신감과 자부심이 넘치는 말이다. 이제 ‘캐나담(Canadarm)’이라고 불리는 로봇팔은 우주산업에서 워낙 유명한 키워드가 되었지만, 캐나다 우주산업에서 여전히 핵심적 요소이고, 향후 아르테미스 미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단순히 하나의 부품으로 치부할 수 없는 거대한 영역이 됐다.

 

우주발사체 기술도 없고, 자국 우주발사장도 없는 캐나다가 우주개발의 필수국가로 인정받는 것은 그만큼 로봇팔의 힘이 크다는 뜻이다. 왜 그렇게까지 큰 힘이 있는 것일까.

 

미국의 NASA가 주도하는 아르테미스 미션이 추진되는 초기에 이미 캐나다는 사업에 참여하기로 확정되었다. 공식 명칭이 정해지기도 전에 캐나다가 미션 설립국으로 이름을 올린 것은 2018년 NASA 국장이 직접 오타와를 방문해 달 우주정거장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함으로써 캐나다는 시작도 하지 않은 아르테미스 미션에 참여하는 나라가 됐다.

 

캐나다의 ‘CANDU 원자로’에서 사용하던 연료적재용 로봇팔에 NASA가 주목해 오래전부터 우주산업용으로 개발했고 그것은 우주정거장과 우주왕복선처럼 지속적 사용이 필요한 우주선에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즉 위성을 사출하고 로켓은 우주 쓰레기가 되는 방식이 아니라, 우주정거장에 온 우주선에서 로봇팔을 통해 물건이나 위성을 꺼내는 작업을 함으로써 우주선이 폭발 없이 다시 지구로 귀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볍고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도 다른 탑재물에 영향을 주지 않을만큼 부피가 작아야 할 뿐 아니라 무중력 상태에서 작동하면서 우주왕복선에 어떤 반작용도 일으키지 않을만큼 정밀하게 움직여야 하는 로봇팔.

 

1981년 최초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 설치되어 합격점을 받은 캐나담1은 NASA의 우주왕복선들에 설치돼 90회 이상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중량 410㎏, 길이 15m, 지름 33㎝의 작은 크기지만 중력이 거의 없는 저궤도에서 최대 26만6000㎏까지 들어올릴 수 있으면서도 전력 사용은 극히 적었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로봇팔이니, 어찌 탐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처럼 훌륭한 팔을 빌려쓸 수 있는데 무엇하러 굳이 다른 자체 로봇팔을 만들려고 애쓰겠는가.

 

캐나담2이 덱스터라고 알려진 로봇팔로 우주 화물 작업을 하고 있다. / NASA

 

2. 우주에서 무엇이든 고치는 로봇팔, 캐나담

 

캐나담은 작동 초기부터 임무를 완수하면서 전설적인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확고한 위상은 그 삽화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5년 NASA의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서 인공위성을 방출했다. 그런데, 이 위성이 작동을 하지 않는 것 아닌가. 우주조종사는 긴급대책을 내놓았다. 바로 캐나담이다. 로봇팔을 이용해 우주공간으로 나간 인공위성을 급히 잡아 회수했다. 그리고 고장을 수리한 뒤 다시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로봇팔은 0.15cm의 틈에 못을 박을 수도 있을 정도로 정밀하게 작동했고, 원래 계획한 것 이상의 효과를 보여준 것이다.

 

캐나담을 처음 우주에서 조종한 우주비행사 조 엔글은 “캐나담은 매우 직관적이어서 내 팔을 확장한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캐나담의 전설은 이렇게 시작됐다.

 

화물과 함께 시작된 로봇팔 캐나담의 활약은 수리분야에서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허블망원경 수리를 담당하고 우주왕복선에 필수적인 부품으로 자리잡았다.

 

우주를 향한 원대한 계획들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게 마련. 대기권 밖 지구 저궤도에서 우주의 모습을 찍는, 당시 세계 최고의 우주망원경 허블망원경은 총 47억 달러가 들어간 사업이었는데, 1990년 발사 직후 광학장치에 문제가 생겨 뿌연 화면만을 송출할 뿐이었다. 곳곳에서 쏟아진 질타. “돈 낭비”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NASA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팔을 장착한 우주왕복선을 활용했다. 우주왕복선을 올려 망원경을 수리하고 업그레이드를 했다. 그때마다 캐나담은 무거운 장비를 운반하고 세팅하는가 하면, 우주비행사가 유영을 하면서 세부적인 수리를 할 수 있도록 지지대 역할도 해냈다.

 

2003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가 귀환 도중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난 뒤로는 캐나담에 카메라와 레이저 장비를 부착해 귀환 전 기체점검을 의무화하기도 했다. 이미 오래전 캐나담으로 우주왕복선을 수리해 무사히 귀환시킨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캐나다의 로봇팔은 우주비행에서 없어서는 안될 파트너가 된 것이다.

 

우주에서의 악수. ISS에서 캐나담1과 캐나담2가 화물을 주고 받고 있다. / NASA

 

3. ISS에서의 맹활약, 루나 게이트웨이로 이어진다

 

‘우주에서의 악수’. 우주탐사 역사에 남을 한 장면. 캐나담1과 캐나담2가 서로 악수를 하듯 우주에서 화물을 주고받는 장면이다. 국제우주정거강 ISS로 화물을 싣고 온 우주왕복선의 로봇팔 캐나담1에게서 ISS에 설치된 로봇팔 캐나담2가 탑재물을 건네받는 장면이다.

 

2001년 ISS에 설치된 캐나담2는 길이 17m, 무게 1497㎏으로 ISS에 깔린 레일을 따라 움직이고, 관절마다 270도 회전이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된 로봇팔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지상국에서도 원격 조정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특히 캐나담2에는 덱스터(Dextre)라고 불리는 로봇손이 장착됐는데, 이를 이용하면 우주공간에 직접 우주비행사가 나갈 필요없이 ISS 수리 등 정밀한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ISS로 배달된 화물운송선을 우주 공간에서 붙잡아 ISS에 도킹시키는 것도 캐나담2와 덱스터의 주요 임무다.

 

캐나담은 ISS를 거치며 우주 건설과 수송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캐나다 우주개발 전체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캐나다가 캐나다우주국 CSA를 만들게 된 계기도 캐나담이었다. 미국이 1985년 ISS 건설을 발표하자, 캐나다는 더이상 국립연구위원회나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1989년 CSA를 설립해 캐나담2 개발을 지원했다.

 

캐나담의 역할이 커지자, 자연스럽게 그것을 조종할 사람의 역할이 중요해졌고, 캐나다 우주비행사들에 대한 관심도 커져, NASA는 우주왕복선에 캐나다 우주비행사를 탑승시키기에 이르렀다. 캐나다 첫 우주인 마크 가르노, 캐나다 첫 여성우주인 로베르타 본다가 우주왕복선을 타고 우주에 갔다. 크리스 해드필드는 우주왕복선을 타고 ISS에 캐나담2를 설치하는 임무를 맡았고, 이후 캐나담2 운영 등을 맡으며 ISS 사령관까지 지낸다.

 

이제 아르테미스 미션으로 이어져 나가야 할 시간. 아르테미스 미션의 가장 중요한 목표의 하나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건설이다. 바로 ‘루나 게이트웨이’다. 로봇팔은 우주정거장 건설에도, 운영에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면 달기지 건설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지구에서 달 궤도를 오가는 '달 우주선' △달 궤도와 달 표면을 오가는 '달 착륙선'을 분리해 운용하기로 했는데,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달기지를 현실화하려면 꼭 필요한 전략이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등장하는 캐나담은 캐나다에 또하나의 기회가 된다. 캐나다는 NASA와 적극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14억 달러들 투자해 ‘캐나담3’을 개발하기로 한다. 그 대가는 우주산업에서의 우위는 물론이고, 2024년 발사 예정인 아르테미스2에 캐나다 우주인이 탑승해 달 궤도를 도는 유인 달탐사에 참여하게 된다. 이 발사예정일은 2025년으로 최근 연기됐다.

 

이런 과정을 보면, 로봇팔 캐나담이 캐나다 우주산업의 전부는 아니지만, 절대적인 영역을 차지하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다. 캐나다는 발사체 개발만으로 보면 뒤처진 듯 보이지만, 로봇팔이라는 틈새시장의 독보적 기술을 확보함으로써 우주개발에서 대체불가능한 파트너가 되었다.

 

비즈니스 민간항공기의 대명사인 봄바르디아는 국방의 영역도 자신들의 미래라고 밝히고 있다. / Bombardier

 

4. 인공지능, 국방, 민간항공까지 확장되는 우주기술

 

AI시대가 열렸다. 그래서 우주개발에도 인공지능 AI가 접목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다. 아니, 우주니까 더욱 그렇다. 만약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사람들에게 문제가 생기거나 지구와의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럴 때 우주정거장의 중요 부품들, 특히 로봇 같은 것에 AI가 접목되어 있다면 엄청나게 유용할 것이다.

 

그래서, 지금 캐나담 제작사인 MDA는 캐나담3를 개발하면서 캐나담3 자체 인공지능도 개발하고 있다. 캐나담3를 통해 차세대 달탐사의 핵심인 루나 게이트웨이와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에서 주요한 포지션을 차지해야만 하는 캐나다로서는 절대적 필요에 의해 매달리고 있는 부분이다.

 

현재 캐나다가 개발하고 있고, NASA의 달 궤도 우주정거장 루나 게이트웨이에 설치될 로봇팔 ‘캐나담3’은 길이 8.5m로 우주왕복선과 ISS에 설치된 모델보다 길이는 짧지만 훨씬 다양한 각도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고 다양한 장비의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덕분에 우주정거장 유지보수 작업은 물론 매우 정교한 움직임이 요구되는 우주선 도킹과 우주인의 우주유영을 돕는 용도로도 사용될 수 있다.

 

이른바 ‘뉴스페이스 시대’에 부합하는 장면이 펼쳐진다. 우주선 부품인 줄 알았더니 로봇이었고, AI가 접목된 최첨단 자율 로봇에 근접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제 확실히 앞으로 나아간다.

 

캐나다는 GDP 대비 세계 5위의 항공우주산업의 수익을 자랑하고 있다. 캐나다 우주항공산업의 특성 중 하나는 생산품의 80%를 수출한다는 것과 60% 이상의 생산품의 공급사슬이 국외에서 조달한다는 점이다. 여타 제조업 평균보다도 5배나 많은 투자가 우주항공산업 R&D에 이뤄지고 있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캐나다는 이른바 틈새시장 공략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로봇팔이라는 우주산업의 핵심도 사실 보기에 따라 틈새시장 공략이다. 캐나다가 공략하는 주요 시장은 항공기구조체 생산, 비즈니스제트기, 민수헬리콥터, 비행시뮬레이터, 착륙장치, 창정비(MRO), 소형가스터빈엔진, 우주로봇 시장 등이다. 특히 비즈니스제트기 시장에서는 캐나다의 세계적 기업인 봄바르디아(Bombardier)의 경쟁력에서 확고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캐나다는 한정된 인적자원과 미국과의 인접성이라는 지정학적 조건 때문에 일찌감치 ‘우주개발 5대 원칙’을 선언한 바 있다. 그들의 고민과 해법이 이 5가지 항목에 모두 들어있다. 그 첫번째가 ‘국익 최우선’이다. 국가주권, 국가안보, 경제성장이 국익의 핵심 키워드다. 우주개발이 실제로는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 것인지 너무나 명확하게 선언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캐나다가 추구하는 우주개발 5원칙 중 나머지 4가지는 △민간 우주활동 활성화 △협력을 통한 발전 △탁월한 핵심역량 확보(위성통신, 우주로봇, 원격탐사 등) △자국민 우주능력/인식 고취 등이다. 모든 항목이 캐나다의 현실과 미래개척 방법을 담고 있다. ‘뉴스페이스 시대’에 살아남아야 할 우리가 그대로 가져다 써도 좋을 덕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