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을 믿는 나라 이스라엘
키워드는 '국방+스타트업'

신년특집■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10 (9) 이스라엘

2024년이 밝았다. 청룡의 해, 벽두부터 우주경쟁이 치열하다. 유인 달 탐사가 본격화되고 달 착륙 경쟁이 불붙는다. 경제와 전쟁의 해법을 우주에서 찾는 나라들도 있다. ‘우주 대항해 시대’의 개막은 이제 수사(修辭)의 문제가 아니라 필사적 현실이 되었다. 우리나라 또한 그 대열에서 물러나 있을 수 없다. 이른바 ‘우주강국’들은 어떻게 강국이 되었고,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코스모스 타임즈’는 2024년을 맞으면서, 우주패권이 단순히 우주탐사 능력을 넘어서 국방과 경제를 포함한 국력의 총합이 된 ‘뉴스페이스’의 물결을 살펴봄으로써, 새해 새시대를 헤쳐나가는 통찰력을 얻고자 한다.

 

*뉴스페이스 시대의 우주강국 10곳은, 기존의 우주강국 개념인 우주발사/위성 역량은 물론이고, 경제 효과와 생활 개혁, 문화와 연구 등을 망라한 ‘우주능력’을 갖춘 곳 중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던져주는 곳 10개국을 선정했다.

 

 

 

#1. 우주환경, 즉 ISS에서 소고기가 만들어졌다. 이른바 배양육이다. 목초지가 없어도, 물이 부족해도 고기를 만들어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물론 아직 대규모 생산이 아닌 실험단계이다. 이 극적인 실험은 이스라엘의 대체육 기술 개발업체 알레프 팜스(Aleph Farms)가 2023년 9월 26일 고도 400km의 ISS에서 아주 작은 규모로 진행한 실험을 성공한 것이다. 알레프 팜스는 2018년 12월 세계 최초로 배양육 스테이크를 만들어 공개한 바 있다. 이 실험은 러시아 기술업체 ‘3D 바이오프린팅 솔루션스’가 개발한 3D 바이오프린터에 소의 작은 근섬유 세포를 집어넣어 세포에서 근섬유가 만들어지는 과정까지 진행한 ‘개념증명 실험’이었다. 왜 이런 실험이 중요할까. 첫째, 지구의 환경이 망가졌을 때, 혹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대체육 생산이 중요하다. 둘째, 장기간 우주탐사, 우주여행, 우주연구를 하는 인력들에게 현장에서 고기를 공급할 수 있다. 이 이스라엘 우주 기업에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투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2. 전쟁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스라엘이 지구의 대기권 끝에서 미사일 요격에 성공했다. 2023년 11월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반군이 쏜 사거리 1000km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애로(Arrow)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를 이용해 요격해낸 것이다. 유럽의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군의 애로탄도미사일이 ‘카르만 라인(Kármán line)’까지 날아가 예멘반군의 미사일을 요격한 것으로 관측, 보도했다. 카르만 라인은 우주의 경계. 광활한 우주공간과 지구대기권의 경계선이다. 지구 대기권 밖으로 끝지점인 카르만 라인은 해발고도 100㎞ 안팎. 관측 방식에 따라 108km 수준으로 정해지기도 한다. 이번 요격성공으로, 하마스의 낮은 공격을 놓친 이스라엘이 자존심을 조금 되찾았고, 지켜보는 주변에서는 이제 지역분쟁이 우주전쟁이 되는 시대가 열렸다고 우려한다.

 

오펙13 정찰위성이 샤빗 로켓에 탑재된 채 궤도를 향해 2023년 3월 29일 발사되고 있는 장면을 이스라엘 국방부가 공개했다. / space.com 

 

1. “오직, 실용” 목표 뚜렷한 이스라엘의 우주산업

 

“이스라엘 인공위성은 최고의 효율성을 자랑합니다. 동급 인공위성 중에서는 이스라엘 제품의 성능이 뛰어나다는 뜻입니다.”

 

2017년 이스라엘항공우주산업(IAI)의 수뇌부 인사가 자부심에 넘치는 위와 같은 말을 했다. 인구 800만명 수준의 작은 나라인 이스라엘은 정찰용 인공위성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력을 갖고 있다. 미사일 우주그룹, 레이더그룹, 항공분야 3개 그룹, 연구개발 전담그룹 등을 갖춘 기업 IAI는 이스라엘 우주청 ISA와 함께 민관 혼연일체의 실용적 우주산업 모델 역할을 하고 있다 .

 

국가 자체가 스타트업이고 기업이고 군대인 이스라엘의 우주전략은 실용성에 근거를 두고 있다. 온나라가 혼연일체가 되어 돈도 벌고, 창조도 하고, 국방도 지켜야 한다. 그러니, 실용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밖에 없다.

 

실용적인 우주산업은, 조기경보 정보, 전쟁 억제 위력, 첨단기술의 자립 등에 초점을 둔다. 자연스럽게 정찰, 원격탐사, 지구관측, 위성통신 등이 구체적인 사업 아이템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이스라엘의 우주개발 역사를 보면 단순한 나열을 넘어선 의미를 읽을 수 있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성공은 전세계를 충격에 빠지게 했지만, 이스라엘은 열렬히 찬사를 보낸 쪽이다. 그리고는 4년 뒤, 이스라엘 최초의 기상관측 로켓이 발사된다. 그리고 1980년대 초, 방위와 안보의 필요성과 첨단기술 자립 욕구가 어우러진 본격 우주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1979년 이집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은, 이집트의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독자적 파워를 형성하려는 필요에 의한 자극제가 되었고, 그에 따라 실용적 우주산업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독자적 우주 프로그램들이 시작됐다.

 

1983년 이스라엘 과학부 산하에 이스라엘 우주청 ISA가 설립되고, 국가 우주프로그램을 조정하고 감독하면서 우주탐사 이니셔티브를 확보한다 .1988년엔 이스라엘 최초의 위서 ‘오페크1’이 발사되고 2년 뒤 ‘오페크2’가 발사된다.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오페크 발사로 상징되는 이스라엘 위성기술은 30년간 고도의 첨단산업인 정찰, 원격탐사, 지구관측, 통신위성 지상장비를 포함한 통신분야에서 독자적 독보적 우주기술기반을 구축하는 틀이 되었다.

 

최근 한국군이 첫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 갖추고자 하는 합성개구레이더 SAR를 이스라엘은 2008년 성공적으로 쏘아올렸다. 이후 수많은 위성을 개발했고, 발사했고, 앞으로도 발사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ISA는 이같은 제반 과정에서 다른 기관들과 협력해 다양한 우주탐사계획을 조정하고 구축한다. 우주산업체들이 자국의 위성과 서브 시스템을 개발하고 사용하도록 하면서 이를 세계에 알리는 홍보업무도 자임한다. 이같은 움직임은 국가 자체가 스타트업인 나라, 국방과 연계된 실용이 곧 존재의 유일한 담보인 나라에서 우주정책이 갖는 중요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목표의 실현을 위해 국제협력도 엄청나게 중요해졌다. 그래서 관련 우주기관과 협력하는 다양한 우주탐사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ISA는 이스라엘을 대표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대표적 협력기관들은 다음과 같다. 미국 항공우주국, 유럽 우주청, 프랑스 국립우주연구원, 캐나다 우주청, 인도우주연구기구, 우크라이나 우주청, 러시아 우주청, 이탈리아 우주청 등이다.

 

이스라엘 기업 스템라드가 만든 여성용 우주방사선 차단 우주복을 NASA가 사용하기로 했다. 일종의 방탄복을 오리온 우주선 프로그램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스라엘의 혁신적 우주기업들이 우주탐사를 바꾸고 있다.  / ISA

 

2. 지식기반 사회 “누구의 지식이든 이스라엘을 위해!”

 

이스라엘은 흔히들, 국가 자체가 혁신의 실험실이고, 스타트업 그 자체라고 말한다. 우주산업을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 이스라엘의 국가 우주프로그램은 지식기반 사회인 이스라엘답게 혁신과 기업가 정신으로 똘똘 뭉쳐있다.

 

혁신과 기술이라는 두 개의 축은 이스라엘 경제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촉매제 역할을 했고, 우주산업에서도 그렇다. 항상 주변국들, 나쁘게 말하면 적국들과 비교했을 때 양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에 양보다 질을 우선시하는 원칙은 어떤 영역에서도 우선순위의 뒤에 놓인 적이 없다. 우주를 포함한 국방에서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통신위성을 일찌감치 쏘아올린 이스라엘은, 우주방위를 실전에서 활용하는 것도 최근 가장 빨리 실현해가고 있다. 앞에서 예로 든 우주에서의 미사일 요격 성공은 주변국들을 놀라게 했지만, 동시에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한 보고서는 “이스라엘의 상당한 부문의 첨단기술은 첨단방위기술을 개발하는 결정의 부산물이며, 이같은 결정은 국가의 인적자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면서 “1990년대 초 구소련으로부터 커다란 이민파동을 활용하였다. 이스라엘에 이민 온 경험이 많은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이스라엘 하계와 산업체가 수행하고 있는 우주산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스라엘 이민부는 산업상업부와 함께 이들 러시아 과학자의 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하기까지 했다. 이민청을 설립해 인구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나선 우리나라가 참고해야 할 대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 또다시 국제협력의 중요성도 등장한다. 2000년대 초반, 이스라엘 우주청장 이삭 벤 이스라엘은 “이스라엘의 우주 목표는 이스라엘을 우주과학과 우주기술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국제사회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있다”고 선언적으로 말했다.

 

이스라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기술과 지식, 혁신과 부지런함이다. 어디 출신이냐, 어떤 나라에서 왔느냐 등은 중요하지 않다.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라면 누구의 것이든, 어디서 왔든, 누가 개발했든 중요하지 않다. 오직 이스라엘이라는 하나의 스타트업이 성장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만 있다면 모두가 오케이다. 그래서, 단선적 선악관으로 보는 편협한 시선으로는 이스라엘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예멘의 후티반군이 쏜 탄도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는데 성공한 이스라엘 미사일 애로3. 

 

3. ‘스타트업+국방’ 전쟁의 우주시대를 열었다

 

사막에서 기적을 일군 나라 이스라엘. 교과서에서 배우는 집단농장 같은 단체성을 지닌 이 나라를 표면적으로 보면, 전체적 집단적 충성심이 가장 먼저 보이지만, 사실, 그 하나하나의 영역이 기술혁신을 추구하는 스타트업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다. 한사람 한사람 구성원이 그렇고, 전체로서의 조직이 그렇다. 상식적으로 스타트업의 성격과 같이 갈 수 없는 국가주의의 영역이 이 작은 나라 이스라엘에서는 통합적으로 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화처럼 되풀이되어 소개되는 문구가 있다. '인구 800만, 스타트업 8000여개, 인구 1000명당 1명의 벤처기업가, 세계 벤처자본의 35%가 투자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이스라엘이다. 다양한 스타트업 벤처기업들이 의료, 헬스케어, 사이버보안, 무기개발, 우주산업 등에서 AI를 활용하면서 최첨단의 세계전선 맨 앞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이 국제우주정거장 ISS에서 실시하기로 관심 갖고 있는 항목들은 무려 44가지로 천체물리학, 광학, 공학, 의학, 재생에너지, 농업 등 다양한 분야를 막라하고 있다. 무중력 상태에서 하는 실험은 그 순도가 높아져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제로 우주거주시대가 열렸을 때 앞서가는 지위를 얻을 수 있는 길이 된다. 이스라엘이 전기차용 차세대 배터리를 연구하는 곳도 ISS다.

 

스타트업과 손잡은 이스라엘 국가가 이렇게 움직이듯, 군대와 국방도 비슷한 방식으로 움직인다. ‘올코트 프레싱’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스라엘 국방의 방식은 전국토가 동시에 전장이 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모든 영역이 국방력의 일원이라는 생각을 갖고 시작된다. 나라는 지키는데 남녀노소 구분이 없듯, 민간과 군대는 첨단기술을 주고받으며 협력한다. 75년 생존의 비결로 첫손 꼽히는 것이 바로 이것.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그같은 노력의 결과물들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주항공산업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아이언 돔(Iron Dome)’이 하마스가 20여분간 로켓포 5000발을 쏘아대자 그냥 뚫려 버리긴 했지만, 90%의 요격률을 자랑하는 세계 최첨단 방어수단이었다. 이 충격적인 방어실패로 인해, 이스라엘은 한발 앞선 무기 ‘아이언빔(Iron Beam)’을 조기 투입하기로 했다. 2014년부터 실험 중인 아이언빔은 고에너지의 레이저를 적의 발사체에 몇 초간 쪼여 폭파시키는 방법이다. 최대 7㎞ 거리의 미사일부터 로켓, 드론 등을 단돈 4700원에 요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영화 속 우주무기들이 현실로 들어온 셈이다.

 

군대가 첨단 무기 시스템에 기반해 있고, 조직이 스타트업 비슷하니, 제대한 젊은이들이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선순환 구조도 갖고 있다.

 

2022년 이스라엘 국방비 지출은 234억 달러로 GDP의 4.5%, 세계 국방비 지출의 1%에 달한다. 이스라엘 3대 방위산업체는 라파엘 첨단방위시스템, IAI, 엘빗시스템스다. 관점에 따라 사실상 국영기업 비슷해 보이지만, 이스라엘에서 그같은 구분은 무의미하다. 이 기업들은 우주 및 공중정찰 시스템, 레이더 시스템, UAV, 항공전자공학, 전자광학 시스템, 탱크 및 장갑차를 포함한 다양한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하는 등 종합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IAI는 ISA와 함께 우주개발의 주요 파트너다.

 

지금도 전쟁 중이고, 늘 전쟁 같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이스라엘에서 우주개발, 우주산업은 국방과 뗄 수 없는 실용적 영역이고, 기술혁신이 최고의 무기인 국가로서 산업영역 그 자체이다. 휴전협정 체제 아래서 작은 영토가 분할된 상태에 있는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할 우주강국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말할 수 있다. 이스라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