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톈궁에서 고성능 칩 대량 실험

컴퓨터 프로세서 100개 동시실험, 미국 추월 시도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에서는 컴퓨터 프로세서를 비롯한 다양한 자체 실험들이 진행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이 자체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에서 컴퓨터 프로세서 100여개를 동시에 시험하며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을 우주로 확대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과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우주기술연구원(CAST) 연구진은 지난달 중국어 학술지 '우주환경공학'에 게재한 논문에서 자국 우주정거장 톈궁이 현재 100개 이상의 컴퓨터 프로세서를 동시에 시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8∼16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범위에 걸쳐 새로운 고성능 반도체 20여개가 이미 테스트를 통과했다고 공개했다. 그러면서 이들 칩이 다른 나라가 우주에서 사용하는 칩보다 상당히 발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우주에서 현재 사용하는 칩들이 30년 된 기술에 기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가령 현존 최고 사양의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에 사용된 RAD750 프로세서는 250나노 기술을 활용해 제작됐다. 

 

중국 연구진은 톈궁에서 시험한 반도체들은 온전히 중국에서 설계·제조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중국이 독자 개발한 '스페이스OS' 운영 시스템에서 테스트가 이뤄졌다고 했다. 연구진은 더 많은 중국 반도체 제조사들이 곧 각사의 최고 제품을 우주에서 시험하고자 줄을 설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 또는 군사 목적의 많은 기밀 칩은 톈궁으로의 일상적 보급 임무에 끼워져 우주로 발사될 수 있고 우주비행사들이 엄격한 방사선 시험을 위해 우주정거장 바깥에 이를 설치한다. 이들 칩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실행해야 하고 그를 통해 생성된 데이터는 우주 정거장의 강력한 통신 시스템을 통해 다시 지구로 전송될 수 있다. 또 필요할 경우 해당 칩들은 추가 시험을 위해 다시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지구로 돌려보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대규모 시험은 기술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고 중국 우주등급 칩의 연구·개발(R&D)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그러나 제조사, 설계 세부 사항, 칩의 성능 매개변수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이 이러한 시험을 할 수 있는 것은 자체 우주정거장을 가진 덕분이다. 미국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은 톈궁보다 크고 유사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지만, ISS에 실리는 모든 적재물에 대한 정보를 참여국이 공유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국가 안보와 기술적 기밀과 관련한 반도체 시험을 하는 데는 불편하다고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는 설명했다. ISS 헌장은 또한 군사 기술과 관련한 실험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2017년 러시아 화물 우주선이 불분명한 목적의 장비를 실어 날라 NASA와 미국 언론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포스트는 2045년까지 세계 최강 우주 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중국은 최고 경쟁자가 더 이상 NASA가 아니라 스페이스X로 대표되는 민간 우주 기업이라고 여긴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는 필요한 양이 많고 예상 수명이 짧다는 이유로 저렴한 상업용 칩을 대거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