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에너지 끝판왕' 헬륨3
달에 얼마나 많고 뭐길래?

2024년 새해 벽두, 일본의 달 착륙 성공을 비롯해 수많은 달 탐사 계획들이 진행되고 있다. 사실, 올해 가장 큰 우주 이벤트는 11월 발사로 계획되었던 미국의 아르테미스2 미션. 크게 보아 달에 유인우주선을 보내 달기지를 짓고 그것을 기반으로 심우주 탐사까지 진행하는 것이 미 항공우주국 NASA 아르테미스 프로젝트(Artemis Project)의 목표다. 2025년 9월 발사로 연기된 아르테미스2 미션은 우주비행사 4명이 실제로 우주선에 탑승해 달 궤도를 돌면서 달을 탐사하는 미션을 수행하게 된다.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우주 협력 프로젝트인 아르테미스의 궁극적 핵심은 화성 및 행성 탐사를 위한 달 자원의 탐사와 채굴이다. 그런 점 때문에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달 골드러시’의 시작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2020년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 호주,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이탈리아 등 8개국이 모여 창설되었으나 현재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33국이 참여하는 대형 우주 프로젝트로 확대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달에는 어떤 자원들이 매장되어 있기 때문에 이렇게 달 탐사에 집중하는 것일까.

 

AI를 비롯한 첨단산업으로 에너지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핵융합발전이 떠오르고 있다. 최근 오픈AI가 핵융합발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달의 헬륨3가 다시한번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오픈AI가 '우주인과 백마' 등을 키워드로 만들어낸 이미지. / openAI 

 

핵융합 발전을 통한 청정에너지원, 헬륨3

 

달을 '하늘의 광산'이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다양한 물질이 달의 자원으로 묻혀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헬륨3(He-3)이다. 헬륨3 때문에라도 달 탐사와 채취를 해야한다고 할만큼 커다란 비중을 지니고 있다. 헬륨3가 무엇이고 얼마나 많이 달에 매장되어 있는 것인지 정리해 본다. 

 

헬륨3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핵융합 청정에너지 원'이다. 달에 착륙한 아폴로 우주선들은 382kg, 소련 우주인들은 170g의 달의 표토와 암석을 가지고 지구로 돌아왔다. 과학자들이 이를 분석한 결과, 세계를 흥분시킨 물질이 발견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지구에는 없는 헬륨3이었다.

 

헬륨3은 엄청난 양의 전기에너지를 방출하는 핵융합 발전이 가능한 원료가 된다. 원래 핵융합은 바닷물에서 쉽게 얻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이용하지만, 삼중수소 대신 헬륨3을 사용하면 더 효율성이 높게 청정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양성자 2개, 중성자 1개인 헬륨3을 중수소와 핵융합하면 방사선 방출이 거의 없고 방사성 물질을 남기지 않으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산물인 헬륨4는 의료용과 극저온 물질로도 사용할 수 있어 자원 활용성도 높다.

 

과학자들은 지질조사를 거쳐 헬륨3의 분포 지도까지 공개했는데 달의 20%를 차지하는 '달의 바다' 지형에 헬륨3의 절반 가량이 묻혀있을 것으로 보았다. 미국 위스콘신대 융합기술연구소는 달 표토에 110만 톤의 헬륨3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으며 러시아 측은 매장량을 247만 톤으로 예측한 바도 있다. 이는 인류가 수세기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는 규모이며, 헬륨3 100만 톤을 돈으로 환산하면 약 560경 원으로 전 세계 GDP의 57배 수준이라고 추정된다. 

 

우주왕복선에 헬륨3를 실으면 25~40톤의 헬륨3를 한번에 적재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이 1년 사용하는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양이며, 100톤 정도의 헬륨3만 있으면 온난화 문제나 공해 및 방사능 문제없이 전 인류가 1년간 사용할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1톤의 헬륨3을 추출할 때 8톤의 산소와 물, 6톤의 수소까지 부산물로 얻을 수 있는데 이는 우주기지의 유지 및 우주탐험에 필요한 요소들이어서 재활용까지 가능하다. 

 

물론, 저장이나, 운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긴 하지만, 이같은 유용성 때문에 헬륨3만을 위해서라도 달 탐사가 필요하다는 말에 수긍될 정도다. 게다가 최근에는 AI가 급속도로 확장되면서 청정에너지의 수요가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더욱 달의 헬륨3가 주목받고 있는 실정이다. 

 

'달 거주지- 에너지의 힘'이라는 이름으로 NASA가 제작한 이미지. 달 거주를 실현하려면 에너지와 물이 필수적이다. / NASA

 

헬륨3 외에도 주목할만한 물과 희토류

 

달에 장기간 거주하거나 달 기지를 기반으로 화성 탐사와 심우주의 탐사를 위해서는 물은 매우 중요한 자원이다. 물은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필수적인 요소로 식수 등 생존을 위한 용도는 물론이고 전기 분해해 수소와 산소를 얻을 수 있다. 산소는 생명 유지를 위해 필요하며 수소는 로켓연료를 만드는 데 쓸 수 있다.

 

NASA는 1990년대 클레멘타인 탐사 위성을 통해 달 극지의 크레이터에 물이 얼어 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인도의 달 탐사 위성 찬드라얀 1호도 2009년 달의 지표층에 물이 있을 가능성을 확인했다. 또한 중국과학원과 영국 자연사박물관 등 국제 공동연구진은 중국 달 탐사선이 달에서 채취한 시료 분석을 통해 ‘유리구슬’로 불리는 유리 성분 물질에 포함된 물이 달 전역에 최소 3억 톤에서 최대 2700억 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 유리구슬을 100도C로 가열하면 유리구슬에서 물을 추출할 수 있다.

 

최근 NASA의 고더드 우주비행센터 연구팀은 영구 음영지역이 아닌 햇빛이 드는 달 표면에서도 물 분자 분광 신호를 포착했으며, 콜로라도대학 천체물리학 연구팀은 달 표면의 콜드 트랩(혜성이나 운석을 통해 달에 전달된 물이 얼음 형태로 보존돼 있을 가능성이 있는 영구 음영지역)이 기존 예측보다 두 배가 넘는 범위에 형성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함에 따라 학계는 달에서 물을 확보하는 것이 예상외로 쉬울 수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헬륨3와 물, 그리고 주목받는 요소가 희토류(Rare-Earth Element)다. 컴퓨터, 스마트폰, 의료 장비, 배터리, 군사 장비, 우주 개발 등 첨단산업이 발전할수록 점점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희귀자원이 희토류. 희토류는 지각 안에 극소량만이 함유된 원자번호 57번 란타넘(La)부터 71번 루테튬(Lu)까지의 란타넘족과 21번 스칸듐(Sc), 39번 이트륨(Y)까지의 17종류 원소를 총칭한다. 바로 이 희토류 때문에 달을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다. 

 

희토류는 대부분은 운석처럼 우주에서 날아오는 물체에 실려 오는데, 달에는 대기가 거의 없어 운석이 타지 않고 그대로 땅에 쌓일 수 있었기 때문에 지구보다 많은 보존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NASA는 달에 희토류가 톤 단위의 매장량이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희토류 외에도 산소, 규소, 철, 칼슘, 알루미늄, 마그네슘, 티타늄, 이산화규소, 산화알루미늄, 석회석, 산화철, 산화마그네슘, 이산화타이타늄, 산화나트륨, 우라늄, 백금 등 지구에서 경제적 가치가 큰 자원들이 달에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달을 '지하자원의 보물창고'라고 부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