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확 띄는 크레이터
달의 인기스타 '티코'

 

 

우리는 달의 앞면만을 볼 수 있다. 달의 자전과 공전 주기가 같기 때문. 매일밤 바라보는 달의 앞면 중에서도 눈에 아주 잘 띄는 크레이터가 있다. '티코 크레이터(Tycho Crater)'다. 슈퍼문이라도 뜨는 날이면 찬찬히 눈으로 살펴보기만 해도 구별해 낼 수 있고, 보통 때라도 쌍안경만 있으면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다. 그러니,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할 수밖에.

 

작은 구멍처럼 보이는 티코 크레이터는 사실 85km의 거대한 크기에 150km에 달하는 레이 시스템이 있는데다 달에서 가장 밝은 충돌구/분화구 중 하나다.  레이 시스템은 충돌 크레이터가 생길 때 튀어나온 분출물 자국이다. 이 티코 크레이터가 어떻게 우리 인간의 상상력 속으로 녹아들었는지 살펴보자. 

 

▶소설 속 티코

우주와 미래세계를 다룬 SF장르에서 '세계 3대 거장'이라고 불리는 작가들이 있다. 로봇 관련 콘텐츠에 꾸준히 등장하는 ‘로봇의 3원칙’을 만든 아이작 아시모프,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집필해 이견없이 거장의 반열에 오른 아서 C. 클라크, 그리고 밀리터리 SF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로버트 A. 하인라인이다.

 

하인라인은 1940년 단편소설 <폭발은 일어난다(Blowups Happen)>에서 티코를 다룬다. 이 소설은 원자로를 관리하는 직원 간에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는데, 대중적인 핵분열 지식만으로 미래의 핵기술 발전을 예견해 냈다는 평을 받는 작품이다. 소설 속 한 인물은 티코 크레이터의 분화구와 주변의 레이 시스템을 근거로 달에 생명체가 거주할 수 있었던 과거에 지능을 가진 종족의 주요 원자력 발전소 위치가 바로 티코였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하인라인의 대표작으로 많은 문학상을 안겨준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The Moon Is a Harsh Mistress)>에도 티코 크레이터가 등장한다. 1966년에 발표된 이 소설은 2075년 달이 형벌을 받는 식민지 유배지로 활용된다는 설정 아래, 달 식민지에서 벌어지는 반란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추방당한 인간들이 머무는 서식지 중 한 곳으로 티코가 설정되어 있다.  

 

영화 <애드 아스트라> 속 달 표면에서의 로버 격투장면. / imdb.com

 

▶영화 속 티코

매우 철학적인 우주영화로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애드 아스트라>에는 티코가 고도화된 달 기지 장소로 등장한다. 2019년 제작된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이 영화는 브레드 피트가 주연을 맡았고,  우주비행사의 전설같은 존재인 그의 아버지 역할을 토미 리 존스가 맡는 등 호화배역의 화제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서는 지금 아르테미스 프로젝트가 추진하고 있는 것처럼, 달에 기지를 만들고 그곳을 베이스로 해서 화성 등 심우주를 탐사하는 상황을 현재로 설정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사람들은 우주여행을 거의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지구에서 달까지는 겨우 17분이면 도착하고, 달 세계에는 지구에서의 생활처럼 쇼핑몰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이 구축되어 있다. 달은 또한 화성을 비롯한 다른 행성으로 나가기 위한 정거장 역할을 하는데, 이 우주여행을 하기 전에 머무를 수 있는 호텔 같은 개념의 장소가 바로 티코다. 

 

▶게임 속 티코

2022년 골든 조이스틱 어워드에서 최고의 스토리텔링 부문 수상작 <호라이즌 포비든웨스트>에도 티코가 등장한다. 호라이즌 시리즈는 지구 문명이 고도화된 기술력으로 인해 멸망하면서 원시시대로 돌아갔다는 '세계관'을 기본으로 구축된 게임이다. 멸망 전의 문명은 우주에 도달할 만큼 번성하였는데, 이 덕에 게임 내에서 티코는 달 채굴기업인 ‘Xiaoulu Lunar Inc’의 첫번째 자동화 공장이 설립된 곳으로 등장하며, 이 공장에서는 핵융합의 재료인 ‘헬륨3’을 채취하는 것으로 소개된다.

 

이상과 같이 티코 크레이터는 쉽게 눈에 띄고 뚜렷한 형태를 갖고 있다는 특성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등장하면서 달 문화의 원천 역할을 하고 있다. 2024년 들어 달 탐사가 붐을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앞으로 달이 개발될 때 과연 티코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될지, 여기 소개된 문화 콘텐츠들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고, 비교해 본다면, 한층 흥미진진하게 달 탐사를 지켜볼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내가 달 탐사를 한다면 티코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까 상상해 보는 것 또한 재미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