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벗어난 보이저 1호,
"살아있다" 4개월만에 메시지!

인류 최초로 태양계를 벗어난 우주선 보이저1호 이미지. / NASA

 

1977년 지구를 떠나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계를 벗어나 240억km쯤 떨어진 우주를 비행하고 있는 우주선 '보이저1호(Voyager 1)'에서 4개월만에 유의미한 신호가 지구로 보내졌다. 

 

미국 항공우주국 NASA의 최고령 탐사선인 보이저 1호는 2023년 11월 통신계통의 결함으로 인해 지구와의 교신이 두절되었고, NASA를 비롯한 연구자들은 보이저 1호가 영영 우주로 떠나버린 것으로 생각해 왔다. 그런데, 최근 NASA는 보이저 1호로부터 엔지니어들이 해독할 수 있는 의미있는 신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NASA에 따르면, 지구에서 3월 1일, 응답하라는 명령(poke)에 보이저 1호가 '해석할만한 응답'을 보내왔고, 과학자들이 이를 '디코딩'하고 있다. 그동안 보이저 1호의 엔지니어링 정보와 데이터를 수집하는 비행데이터시스템(FDS)이 탐사선의 통신장치(TMU)와 소통을 못하면서 지구와의 통신이 문제를 일으켰다. FDS가 탐사선의 정보를 데이터 패키지로 컴파일한 다음 TMU를 사용하여 지구로 전송하기 때문이다.

이후 보이저 1호는 0과 1이 반복되는 패턴의 의미없는 신호를 끊임없이 지구로 보내 사실상 통신이 끊겼다. 이때부터 NASA 과학자들은 보이저 1호와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으며 이번에 의미있는 결과를 낸 것이다. 다만 보이저 1호 자체가 1970년대 기술로 만들어져 이번 통신 문제의 원인을 찾은 것일 뿐 본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47년 전 발사된 보이저 1호의 임무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보이저호는 1977년 8월 20일, 인류의 원대한 꿈을 안고 머나먼 우주로 발사됐다. 당시 첫번째 발사 주인공은 보이저 2호(Voyager 2)다. 보이저 2호는 ‘2호’라는 타이틀 탓에 보이저 1호에 가려져 있지만 사실 1호가 보름 더 늦게 발사됐다.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1, 2호는 목성과 토성까지는 비슷한 경로로 날아갔지만 이후 보이저 1호는 곧장 지름길을 이용해 태양계 밖으로, 2호는 천왕성과 해양성을 차례로 탐사했다. ‘인류의 피조물’ 중 가장 멀리 간 보이저 1호는 현재 지구로부터 약 240억㎞ 떨어진 성간 우주(interstellar space)를 비행 중이다. 이 정도면 지구에서 쏜 전파가 보이저 1호에 닿기까지 거의 하루(22.5시간)가 걸리는 머나먼 거리다.
 

보이저 1호는 1990년 2월 14일,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사진‘인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을 촬영해 지구로 보냈다. 당시 미국의 유명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의 아이디어로 보이저 1호는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려 지구-태양 간 거리의 40배인 60억㎞ 거리에서 지구를 잡아냈다.

 

보이저호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 발전기(RTG)라는 원자력 배터리의 힘으로 구동되기 때문에 이제 수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남아있는 전력을 다쓴 2030년 이후 보이저호는 지구와의 통신이 완전히 끊긴다. 그 이후에는 보이저호가 계속 항해를 이어가 약 300년 후 우리 태양계를 둘러싸고 있는 혜성들의 고향 오르트 구름 언저리에 이르며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인 프록시마 센타우리에 도착하는 시점은 1만6700년 후로 추정된다. 보이저에는 60개의 언어로 된 인사말과 이미지, 음악 등 지구의 정보가 담긴 황금 레코드판이 실려있으며, 이를 외계문명에 전달하는 것이 궁극적인 임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