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영웅을 기리며.."
달에 '인증샷 맛집'이 있다?

 

신비롭게만 생각하던 달이 점점 사람들에게 친근하고 익숙한 장소가 되고 있다. 이제 몇년이 지나면 달에 사람들이 빈번하게 오가게 되고, 결국 달에 주거단지도 생기게 된다. 그런데, 1960~1970년대에 사람이 달에 착륙하기 시작했고, 최근 달 착륙이 경쟁적으로 이뤄지면서 하나둘씩 기념할만한 장소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에는 우주탐사를 위해 헌신하다 산화한 '우주영웅'들을 기리는 곳도 있다. 

 

달에 있는 '비의 바다' 근처 아폴로 15호 착륙지점인 '해들리 아펜닌(Hadley Apennine)'. 이 지역에서는 아폴로 15호의 여러가지 임무가 진행되었는데, 한 가지 비공식 임무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비공식 임무 덕분에 가까운 미래에 달 여행객들 사이에서 이곳이 ‘인증샷 맛집’이 될 것이라고 점쳐지고 있다. 과연 무슨 비공식 임무가 있었길래 인증샷을 찍기 좋다는 것일까?

 

당시 아폴로 15호의 임무 사령관이었던 데이비드 스콧은 임무 도중 우주탐사 발전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우주비행사를 추모하기 위해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명판과 ‘추락한 우주비행사(Fallen Astronaut)’라는 이름의 조각상을 달에 놓아뒀다. 인류가 달에 도달할 수 있었던 것은 이들의 도움 덕분에 가능했던 것이므로, 그야말로 ‘우주영웅’을 기리는 장소가 된 것이다.

 

    명판에 기록된 우주비행사 목록(NASA, Memorial to Fallen Astronauts on the Moon)
이름 날짜 사건 사고
시어도어 프리먼 1964년 10월 31일 항공기 사고
찰스 바셋

1966년 2월 28일

항공기 사고
엘리엇 시
버질 그리섬
1967년 1월 27일
 

아폴로 1호 화재
 
로저 캐피
에드워드 화이트 2세
블라디미르 코마로프 1967년 4월 24일 낙하산 실패
에드워드 기븐스 1967년 6월 6일 자동차 사고
클리프턴 윌리엄스 1967년 10월 5일 항공기 사고
유리 가가린 1968년 3월 27일 항공기 사고
파벨 벨리아예프 1970년 1월10일 질병
게오르기 도브로볼스키
1971년 6월 30일
 

가압 실패
 
빅토르 파차예프
블라디슬라프 볼코프

 

아폴로 15호 임무를 수행하기 전 스콧은 디너파티에서 벨기에 예술가인 폴 반 호이동크를 만나게 됐다. 스콧은 반 호이동크에게 우주 탐사를 진행하다가 사망한 우주비행사를 추모하기 위한 조각상을 제작할 수 있는지 물었다. 반 호이동크는 제작에 동의했고, 알루미늄 소재로 8.9cm 정도 크기의 작은 조각상을 만들어 스콧에게 전달했다. 스콧은 그 조각상과 명판을 가지고 아폴로 15호 임무에 참여했고, 그 기념품을 달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명판에 기록된 우주비행사 목록을 보면 얼마나 많은 우주영웅들이 달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는지 알 수 있다. 누구도 기술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에서 헌신적으로 우주 탐사에 나섰고, 임무 수행이나 훈련 과정에서, 또는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주산업과 우주탐사가 가능한 것이리라.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가 달에 도착해 인증샷을 찍게 된다면 그냥 우주의 멋진 광경만을 찍기보다, 우주영웅들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엄숙한 포즈를 담아보는 것도 좋겠다. 인류의 한 일원으로서 아주 의미 깊은 '인생샷 인증샷'이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