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에도..."
정렬된 나선형 자기장 포착했다

천문연도 참가한 EHT, 궁수자리 블랙홀서 편광촬영

편광으로 첫 포착한 은하수 Sgr A* 중심부의 초거대 블랙홀. / EHT Collaboration

 

편광으로 잡아낸 M87의 중심부 블랙홀(왼쪽)과 Sgr A* 블랙홀(오른쪽). / EHT Collaboration

 

우리은하 중심부의 대형 블랙홀 가장자리에서 나선형으로 정렬된 자기장 구조를 포착했다. 먼 우주의 초대형 블랙홀에서 관측되던 현상을 직접 포착함으로써, 이같은 현상이 블랙홀의 보편적 특성일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게 됐다. 

 

국제협력연구인 '이벤트 호라이즌 망원경(Event Horizon Telescope, EHT)'은 은하수의 초거대 블랙홀 궁수자리 A*(Sagittarius A*, 약칭 Sgr A*) 주변에서 나선형으로 뒤틀린 강하고 조직적인 자기장과 편광 사진을 처음으로 찍었다고 밝혔다. 한국의 한국천문연구원도 참여하고 있는 국제공동연구진은 EHT를 통해, 2022년에 이어 새로 찍힌 이미지로 우리은하 중심부에 숨어 있는 거대한 물체의 특성을 새롭게 규명해냈다. 이 연구 결과는 '천체물리학 저널(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됐다. 

 

스페이스닷컴과 로이터, 그리고 천문연에 따르면, 천문학자들은 Sgr A* 블랙홀의 가장자리에서 나오는 자기장이 다른 블랙홀 자기장의 구조와 매우 비슷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강한 자기장이 블랙홀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는 의미다. Sgr A*는 태양 질량의 430만 배 크기로 지구와의 거리는 약 2만6000광년(1광년은 약 9조4600억㎞)이다.

 

연구자들은 두 초거대 블랙홀 중 하나인 M87 블랙홀(M87*) 주변의 자기장이 블랙홀의 강력한 플라스마 물질을 우주로 분출시킨다고 밝혔다. 지구로부터 약 5350만 광년 떨어진 M87 블랙홀은 태양의 60억 배로 거대한 타원은하 중심부에 위치하며 2017년 EHT를 통해 처음으로 포착됐다. 연구진은 M87* 같은 분출이 Sgr A* 근처에서 존재할 수도 있고 가까운 미래에 관찰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Sgr A* 주변의 환경을 보여주는 놀라운 이미지는 편광으로 잡아낸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편광은 자기장선 주위를 회전하는 전자라고 불리는 아원자 입자에서 나온다. 물체를 보이게 하는 진동하는 전자기파인 빛은 때때로 특정한 방향으로 진동하는데, 이것이 편광이다. 블랙홀은 빛조차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중력을 가진 매우 밀도가 높은 물체로, 이를 보는 것은 매우 어렵다. 블랙홀 주변의 강력한 자기장 등을 통해 분출되는 제트(jets)는 기체와 액체 등이 섞인 물질의 빠른 흐름이지만 모든 블랙홀에서 발견되진 않는다.

 

이번 편광 이미지를 통해, 초대형 블랙홀인 M87*의 제트가 우리은하의 중심 블랙홀에도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나아가 이같은 현상이 블랙홀의 보편적 현상일 가능성에 대한 연구 길이 열렸음을 뜻한다. 이제 실제로 관측하고 입증하는 것만 남았다.   


한국천문연구원 관계자는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은 M87 은하 중심 블랙홀과 달리 제트의 존재가 아직 관측으로 발견되지 않았다”며, “제트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서로 다른 주파수에서의 동시 관측이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한국 연구자들의 주도로 한국우주전파관측망(KVN) 및 동아시아초장거리간섭계네트워크(EAVN)를 사용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다”고 말했다. 

EHT 연구의 공동 책임자인 사라 이사운은 "이번 새 이미지는 훨씬 더 크고 강력한 M87*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아주 유사한 편광 구조와 함께 강력한 자기장이 블랙홀 주변의 가스, 물질과 어떻게 상호 작용하는지를 밝혀줄 단서"라며 "편광된 빛은 블랙홀에서 일어나는 자기장, 가스의 특성, 메커니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