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美대륙 개기일식, 지구촌 '황홀'

최대 4분 28초 동안 지속된 대형 우주쇼, 수백만 몰려 관측

북미대륙에서 대규모의 일식현상이 발생해 전세계가 흥분했다. / space.com

 

우주의 신비 중 우리의 눈으로 뚜렷이 볼 수 있는 가장 큰 현상 하나가 일식이다. 달이 지구와 태양 사이를 지나가면서 해가 달에 가려지는 현상. 그 중에서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은 쉽게 보기 힘든 현상이다. 그 개기일식이 우리나라의 지난 밤 사이, 북미대륙의 낮 동안 대규모로 발생했다. 개기일식이 잘 관측되는 곳에 수백만명의 관측인파가 몰리며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들썩였고, 지구촌 수억명의 관심을 끌었다 .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 우주미디어 스페이스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개기일식은 미 동부시간 기준으로 4월 8일 오후 2시 7분께 멕시코 서부의 태평양 연안 마자틀란에서 시작돼 미국 남서부에서 북동쪽으로 대륙을 관통하며 파노라마처럼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지속시간도 길어 오래 관측할 수 있는 지역에서는 최대 4분 28초에 걸쳐 개기일식이 벌어졌다. 

미 동부 버몬트에서는 오후 3시 26분께 개기일식이 절정에 이르렀고 캐나다 뉴펀들랜드주에서는 오후 3시 46분께 개기일식이 마지막으로 관측된 것을 끝으로 대단원의 우주쇼가 막을 내렸다. 민간 천문단체 플래니터리 소사이어티(Planetary Society) 회원 수백명이 모인 텍사스주 프레더릭스버그와 뉴욕주 나이아가라 폴스 등 지역에선 구름이 많이 끼어 관람객들이 아쉬워하기도 했다. 

 

이번 개기일식은 북미 대륙에서 7년 만에 관측되었다. 달이 움직이는 경로에 따라 그 그림자에 들어가 개기일식이 관측되는 곳으로 알려진 지역에는 수백만 명이 몰려들었다. '달그림자의 길'에서 벗어나 있어 아쉽지만 부분 일식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던 지역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우주쇼를 즐겼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연구팀의 유일한 한국인 손상모 박사가 페이스북에 공개한 개기일식 장면. / facebook

 

ABC, CBS, NBC, CNN 등 미국의 주요 방송들은 이날 아침부터 특별방송을 편성해 주요 개기일식 지역을 생방송으로 연결, 중계방송을 하며 '잊지 못할 우주쇼' 현장을 시시각각 전했다. NASA는 연구 로켓을 쏘아 올려 개기일식 때만 관찰할 수 있는 태양 물질을 연구했다.

"태양은 달보다 약 400배 더 크지만(단면 면적 기준), 지구와의 거리도 약 400배 더 멀기 때문에 지구에서 보기에는 태양과 달의 크기가 같게 보인다"고 개기일식이 가능한 이유를 NASA는 설명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현상이 관측되는 곳에서는 하늘이 마치 새벽이나 황혼 때처럼 매우 어두워지고, 하늘에 구름이 없이 맑은 곳에서는 태양 대기의 바깥 영역인 '코로나'를 볼 수 있다.


개기일식이 지나가는 방향과 시간에 따라 관측 가능한 지역을 표시한 북미지도를 NASA가 제작했다. / NASA

 

북미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며 이번 개기일식 이후에는 2044년 8월 23일에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NASA에 따르면 이번에 개기일식의 경로 너비는 108∼122마일(약 174∼196㎞)에 달한다. 2017년 당시의 62∼71마일(약 100∼114㎞)보다 2배 가까이 넓다.

이번 개기일식은 멕시코 일부 주에서 관측되기 시작해 동북부 쪽 대각선 방향으로 미국 텍사스, 오클라호마, 아칸소,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인디애나,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뉴욕, 버몬트, 뉴햄프셔, 메인주를 통과했다. 테네시와 미시간주의 일부 지역에서도 관측돼 미국의 총 15개 주가 관측 범위에 들었다. 캐나다에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는 온타리오주와 그 옆의 퀘벡주에서 관측됐다.

미국의 경우 개기일식 관측 지역의 인구는 약 3200만명에 달하며 미 연방 기관 관계자들은 이번 개기일식을 보기 위해 약 500만 명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속 시간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멕시코에서 최대 4분 28초, 미국 텍사스에서는 최대 4분 26초가량 펼쳐졌다. 2017년에는 최대 2분 42초였다.


일식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나타난 '다이아몬드 반지 효과'를 NASA가 찍어 공개했다. / space.com

 

이같은 거대한 우주쇼를 수많은 사람들이 축제처럼 즐겼다. 달이 태양의 가운데를 완전히 가렸을 때 태양의 코로나가 '다이아몬드 반지 효과(diamond ring effect)'로 불리는 링 모양의 하얀 빛을 자아내자 사람들은 "어메이징(Amazing)" "언빌리버블(Unbelievable)"이라고 감탄사를 터뜨렸다.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개기일식 축제의 일부 행사로 개기일식이 나타나기 직전에 350여쌍이 참여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신혼부부들은 손을 맞잡고 개기일식을 지켜보며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델타항공은 이날 개기일식 경로를 따라 텍사스에서 미시간으로 향하는 '개기일식 비행' 항공편을 운항하기도 했다. 개기일식을 상공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항공편 이벤트로 1석당 1000달러(약 136만원)가 넘는 비용에도 전체 194석이 꽉 찼다고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

경제분석회사 페리먼그룹은 이번 개기일식이 미국 10여개 주의 호텔, 레스토랑, 여행 등 산업에 붐을 일으키면서 총 60억달러(약 8조1180억원)에 달하는 재정적 부양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추정했다. 개기일식 경로에 있는 지역의 호텔과 모텔, 에어비앤비 등 주요 숙박업소는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 빈방이 동났으며, 해당 지역으로 가는 항공편 티켓도 대부분 매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국천문연구원도 이번 일식 때 텍사스주 람파사스와 이곳에서 200km 떨어진 리키에 두 팀의 관측단을 파견해 코로나를 연구했다. 천문연에 따르면 한반도에서는 개기일식을 2035년 9월 2일 오전 9시 40분께 북한 평양 지역, 강원도 고성 등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다.

 

▶"완전체!" 텍사스 상공에서 포착된 완벽한 개기일식

https://www.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39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