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도 끌어당겨 버리는,
달의 미스터리 '매스콘'

우주의 특성 중 하나로 꼽히는 무중력 상태. 달은 어떨까. 지구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당연히 달에도 중력은 있다. 우주 유영하듯 겅중겅중 뛰어다닐 수는 있지만, 묵직한 우주복을 입으면 찬찬히 걸어다닐 수도 있다. 달의 중력이 만들어 내는 신기한 현상이 있다. '매스콘'이다.

 

1972년 4월 24일, 아폴로 16호는 지구로 귀환하기 전에 PFS-2라는 보조 위성을 달 궤도에 띄웠다. 8개월 전 아폴로 15호가 띄운 PFS-1과 함께 달 환경을 측정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PFS-2는 달 표면에서 89~122km 정도의 저궤도로 운행하게 되었는데, PFS-2를 궤도에 띄우자마자 일정하게 궤도를 돌지 못하는 이상현상이 발생했다. 발사한지 3일이 지나선 달 표면으로부터 10km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발사 한 달쯤 지난 5월 29일, PFS-2는 달 표면으로 추락해 버리고 만다. 위성을 떨어뜨린 힘은 과연 무엇일까?

 


달의 중력 지도. 왼쪽이 달의 앞면, 오른쪽이 달의 뒷면이다. / NASA

 

중력이 균질하지 않은 달, 그 정체는 ‘매스콘’

 

이러한 비밀을 풀기 위해 1998년 1월부터 '루나 프로스펙터(Lunar Prospector)' 임무가 수행되었다. 이 임무는 약 1년간 진행되었으며, 목적은 달의 자기장과 중력장을 파악하는 것.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주로 달의 바다(비의 바다, 고요의 바다, 위난의 바다, 습기의 바다 등) 위가 중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 발견된 것이다.

 

즉, 달이 PFS-2를 끌어당겨서 추락시킨 것을 확인한 것이다. 위성이 달의 특정 지역을 지나갈 때 아래로 확 당겨지는 형상이 생긴 것이다. 이런 중력 이상 현상을 ‘매스콘’이라고 부르는데, 지구에서는 하와이 주변 정도에서만 발견되는 현상인 것에 반해 달에서는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매스콘 현상의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으나, 현무암과 같은 밀도 높은 암석이 지하에 많이 집적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현무암이 매스콘에 확실히 기여하긴 하나, 중력에 영향을 주기 위한 크기라면 지각-맨틀 경계면의 융기가 필요한데, 달의 일부 매스콘 지역은 화산 활동의 징후와 전혀 연관이 없는 것으로 보여 미스테리가 여전히 남아있다. 

 

매스콘을 이겨내는 묘수는 없을까?

 

아쉽게도 중력을 이겨 낼만한 근본적인 해결 방법은 없다. 다만 부스터를 출력하여 중력 반대 방향으로 위성을 밀어내거나, 매스콘이 없다는 가정 하에 이론적으로 무한 시간을 머무를 수 있는 기울기인  ‘동결궤도’, 27°, 50°, 76°, 86° (달의 적도면 기준)로 맞춰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은 있다.

 

이런 해결책을 사전에 파악하고 있었던 루나 프로스펙터는 30km를 기본 궤도로 삼되, 60km의 궤도를 주 1회 이상으로 삼았고, 월 1회는 궤도 유지를 위해 부스터를 가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연료가 거의 바닥나는 시점이었던 1999년 7월 30일, 달에 물이 존재하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을 겸하며 달의 남극 근처에 고의로 추락, 충돌시켰다.

 

매스콘을 잘 활용해 우주인의 건강에 활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무중력 상태에 머물면 우주 비행사들이 운동 감각이 둔화되고, 얼굴이 커지고(문페이스 현상), 뼈나 근육이 약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주 비행사들은 무중력 공간에서도 꾸준히 운동을 해서 건강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다. 달에 우주 비행사들이 도달하는 시점에서의 중력은 지구의 1/6에 해당하는데, 이 역시 건강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매스콘 현상을 적극 활용하여 우주 비행사들이 운동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준다면 더욱 효율적인, ‘우주 헬스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