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의 추운밤도 견딘다"
ESA, 탐사로버에 '원전' 탑재

유럽우주국(ESA)이 2028년 발사할 예정인 화성 탐사 로버의 아트 이미지. / ESA

 

화성의 추운 밤을 견디며 탐사를 해야 하는 로버에는 일종의 '원전'이 탑재돼 거의 영구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게될 것 같다. 원자력 배터리가 달린 자동차가 수백년 수명을 갖고 달리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다. 

 

유럽우주청 ESA는 유럽 최초의 화성 탐사 로버에 방사성 동위원소의 붕괴 현상으로 열을 내는 '원자력 히터'를 탑재하기로 했다. 탐사 로버가 태양광 발전에 의존하지 않고 추운 화성의 밤이나 그늘진 지역에서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우주 탐사선의 동력원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이 되는 셈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유럽우주국(ESA)은 최근 유럽 최초의 화성 탐사 로버 '로잘린드 프랭클린'과 관련해 미국 항공우주국 NASA와의 구체적인 협업 계획을 발표했다. 로절린드 프랭클린 로버는 1950년대 DNA 이중나선 구조 발견에 공헌한 영국 여성 과학자의 이름을 땄다. ESA는 화성 탐사 임무를 위해 러시아 로스코스모스와 협력하고 있었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2022년에 파트너십을 취소한 바 있다. 

 

탐사 로버에 탑재될 예정인 '방사성 동위원소 히터 장치(RHU)'는 방사성 원소가 붕괴할 때 발생하는 열을 활용한다. 태양광 패널에서 생성한 전기에 의존하지 않고도 탑재한 장비를 저온에서 보호할 수 있는 열을 생성할 수 있다. 

 

ESA가 2009년부터 자체 개발 중인 RHU는 플루토늄의 방사성 붕괴 부산물인 아메리슘-241(Am-241)을 사용한다. 아메리슘은 플루토늄보다 더 풍부한 자원이다. ESA의 RHU는 플루토늄-238을 사용하는 미국이나 러시아의 기존 장비보다 비용이 저렴할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2030년대 초 ESA의 달 탐사 임무 시기에 맞춰 열뿐 아니라 전기까지 공급할 수 있는 아메리슘 배터리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방사성 동위원소가 붕괴하며 생성한 열을 다시 열전 발전기를 통해 전력으로 변환한다는 개념이다. 


로버에 원자력 동력원이 탑재되면 탐사 영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오슨 서덜랜드 유럽우주연구기술센터(ESTEC) 화성탐사그룹 리더는 "분화구처럼 그늘진 지역이나 야간에도 시스템을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로버가 이전에 접근할 수 없었던 지역을 탐사할 수 있고 임무 수명도 연장된다"고 밝혔다. 


ESA의 화성 탐사 로버는 원래 2018년 발사될 예정이었지만 당시 기술적인 문제로 계획이 미뤄졌다.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 등으로 장기간 연기됐다. NASA와 협업 중인 현재 발사 목표는 2028년. 탐사 로버는 화성에 도착하면 2m 길이의 드릴을 사용해 표면을 탐사하며 고대 생명체의 흔적이나 화성의 지질학적인 역사를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