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문 연 우주청 A to Z :
1조 예산, 우주탐사-산업 사령탑

우주항공청이 27일 역사적인 개청을 앞두고 홈페이지를 열어 우주청을 알리고 있다. / 우주항공청 

 

'뉴스페이스 시대' 우리나라의 우주산업 방향타를 설정하고, 우주기업들의 성장을 지원할 임무를 띤 '한국판 NASA' 우주항공청이 오늘, 2024년 5월 27일 문을 열었다. 대한민국 우주항공청, KASA(Korea AeroSpace Administration)다. 우주청이라고 줄여 부르기도 한다. 

 

우주청이 문을 여는 것은, 지난해 4월 정부가 특별법을 발의한 지 약 13개월, 올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지 약 4개월 만이다. 빠듯한 준비기간을 거쳤지만, 당초 우려와 달리, 성공적으로 문을 열었다. 우주청이 들어서는 경상남도와 사천은 우주도시로 발빠르게 변신해가고 있다. 세계적 우주항공도시를 꿈꾸며 산업을 유치하고 도시 미관을 조성하는 등 우주항공산업 거점 도시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공직자들이 우주청 임무에 노크하는 등 공직사회에도 큰 바람이 불고 있다.

 

오늘 역사적인 우주항공청의 개청을 맞아, 이와 관련된 모든 것을 알아본다.

 

오늘 문을 연 우주항공청. 23일 경남 사천의 임시청사에 현판이 달렸다. / 연합뉴스

 

우주항공청의 조직구성도. / 우주청

 

▶우주항공청의 규모, 구성은?

우주항공청의 전체 정원은 293명. 연구를 맡을 임기제 공무원 150명, 행정을 맡을 일반직 공무원 143명이다. 우주항공청장,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차장이 주축이 되며 7국 27과 2소속기관에 인력이 배치된다. 전체 인력 중 241명은 사천 우주항공청 본청, 나머지 52명은 제주도 소재 소속기관인 우주전파센터·국가운영위성센터에서 근무한다. 

 

초대 청장은 윤영빈 서울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로 국내 로켓 추진 연구 권위자다.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존리(John Lee) 한국천문연구원 선임고문으로 미국 우주항공국 NASA 출신 우주프로그램 전문가다. 차장은 노경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이 임명됐다.


현재까지는 연구자 50명, 행정직 55명 등을 비롯해 약 110~120명의 채용을 마친 상태. 미완의 구조로 우주항공청이 출범하게 된다. 전체 정원은 올 연말까지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미 내정된 임무본부장을 제외한 17개의 간부급 공무원 직위는 상시 채용이 진행되는데, 지난달까지 진행된 수요조사 경쟁률은 11.7대1로 집계됐다. 개청 이후 인력을 모두 채울 때까지 채용을 이어가게 된다. 일반 임기제 공무원 100명은 하반기 채용될 전망이다. 상반기 채용 경쟁률은 약 16.1대1이었다. 기대 이상의 경쟁률을 보여, 연말까지 정원 충원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미완으로 출범한 우주청. 조직 구축과 안정화 작업은 우주청이 추진해야할 첫번째 미션으로 꼽히기도 한다.  

 

2023년 5월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진행된 나로호 3차 발사. 우주청은 4차 발사를 내년에 추진한다. /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항공청의 임무는?

우주항공청은 개청과 함께 오늘부터 곧바로 우리나라의 우주항공 임무를 주관하게 된다. 정부는 올해 주요 임무로 △우주탐사 △우주수송 △우주산업 △우주안보 △우주과학 등 5대 임무를 설정하고 예산 9923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기존에 과기정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맡아오던 관련 업무들을 이제는 우주청이 맡아 통괄한다. 

구체적인 주요 임무는 △2032년 달 착륙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 탐사 2단계 사업(달 착륙선 개발)에 착수하고, △상용 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을 위해 차세대 발사체 100톤급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설계·개발을 본격 추진한다. △내년으로 예정된 누리호 4차 발사를 위한 체계 총조립도 올해 진행되며, △민간 발사체의 발사 지원을 위한 나로우주센터 내 국내 최초 민간 소형 발사체 발사장 구축도 시작하게 된다.

아울러, △달을 넘어 화성·소행성 등 미래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여정을 담은 '대한민국 우주탐사 로드맵' 수립, △미국의 유인 달 착륙 임무인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확대 추진, △우주산업 클러스터 3각체제 구축, △국제공동 블랙홀 관측 프로젝트 '사건의 지평선 망원경(EHT)' 참여, △NASA와의 태양코로나그래프 탑재 관측기구 발사 등도 예정돼 있다.

윤영빈 초대 우주항공청장 내정자가 핵심 임무로 내세운 민간 우주기업 발굴·육성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당장 누리호·차세대발사체 개발을 함께 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대기업 뿐만이 아니라 규모가 작은 우주 스타트업들의 역할도 커지도록 민간 우주시장 성장에 힘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뒤늦게 우주탐사 활동을 시작했지만, 누리호를 쏘는 등 발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우주산업에서 중요한 한 요소가 국제협력. 미국의 NASA를 벤치마킹하는 것을 넘어서서 다양한 국제협력을 통해 지속적 성장 기반을 구축하는 것 또한 중요한 우주청의 미션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또한 내정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의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처럼 우리나라도 국제 컨소시엄을 통해 글로벌 자금을 확보하고, 선진국과 협업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영빈 초대 청장과 존 리 본부장, 노경원 차장의 임기도 모두 오늘부터 공식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이들의 철학과 비전을 바탕으로한 우주항공청의 임무 로드맵도 곧 공식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의 개청이 임박한 20일, 책상 걸상과 전기배치 등 내부 정리작업이 한창이다. / 연합뉴스

 

우주항공청이 들어서는 사천의 한 거리에 '우주항공청'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추가되고 있다. / 연합뉴스

 

▶우주항공청의 업무 및 정주 조건은?

우주항공청 설립 준비에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에 임시청사에서 개청했다. 경남 사천 사남면에 있는 아론비행선박산업을 최소 2년(연장 가능) 동안 사용한다. 전체 9개층 중 8개층, 4860㎡을 우주항공청 사무실로 활용한다. 

청사 층별 용도를 살펴보면 1층에는 직원들을 위한 커뮤니티센터와 회의실 등이 구비된다. 가장 넓고 좋은 층인 3~5층에는 우주항공청의 핵심 업무인 R&D(연구개발) 부서들이 들어선다. 3층에는 인공위성·우주과학탐사·항공혁신부문이 자리하며, 4층과 5층엔 우주수송부문·임무지원단과 우주항공산업국이 각각 배정됐다. 또한 △6층 우주항공정책국·기획조정관 △7층 청장실·차장실·우주항공임무본부장실 △8층 대변인실·운영지원과·인사과 △9층 기획조정관·감사담당관이 위치하게 된다.

 

우주항공청으로 이전하는 직원들을 위한 관사 및 인프라 조성도 이뤄지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경남도·사천시·LH주택공사 등과 협업해 사천·진주 지역에 100여가구의 아파트를 확보했다. 임시청사에서 차량으로 10분 가량 떨어진 용현휴먼시아아파트는 가족 단위 혹은 직원 2명 이상이 함께 사는 경우 제공된다. 현재 20여가구 계약을 마쳤으며 향후 40여가구까지 확보할 방침이다.

역시 청사에서 차량으로 10~15분 가량 떨어진 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아파트는 사천시가 50가구를 확보했다. 해당 아파트는 주로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 직원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사천 진사아파트 7가구, 진주시 내 독신자용 원룸 아파트 140가구 등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아파트 240여호를 확보해 직원들에게 배정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철도·항공 등 교통편을 늘리고, 청사~숙소(평일) 또는 청사~세종·서울(주말)을 연결하는 통근버스도 운행하기로 했다.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의료·문화·교육 등 인프라도 늘려간다는 목표다.

 

26일 사천시청 앞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개청 기념, 2024 범시민 걷기대회’에서 박동식 시장은 "사천시의 미래동력이 될 우주산업 발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 사천시

 

▶'한국판 툴루즈' 꿈꾸는 경남, 축제 분위기 사천

경상남도는 우주항공청 개청에 맞춰 ‘글로벌 우주항공 수도, 경남’을 미래 비전으로 제시했다. 미국 메릴랜드, 프랑스 툴루즈, 일본 아이치현 등이 세계적인 우주항공 도시로 꼽힌다고 현지 답사까지 해가며 우주청을 계기로 본격 우주산업 요람을 위한 준비를 해왔다. 

 

경남은 창원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크고 작은 항공산업 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어 항공산업 생산액, 기업 수, 종사자 수 모두 1위다. 사천에는 유일한 항공기 제작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항공정비 전문업체 한국항공서비스를 비롯해 공군 제3훈련비행단이 있어 항공산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곳이다. 교육부는 우주항공청 개청에 맞춰 지난해 경상국립대학교를 글로컬대학으로 지정했고 국립창원대도 사천시에 우주항공 캠퍼스를 개교한다.

 

정부와 기업, 교육까지 어우러지면 경남과 사천이 우주산업의 중심이 되는 것이 멀지 않은 미래의 현실일 수도 있다. 

 

이처럼 꿈이 익어가는 사천시는 축제 분위기다. 지방도시로서는 드물게 미래지향적인 대규모 정부 기관이 입주하는데다, 관련 산업이나 행사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우주항공청이 입주하는 도시로 꼽히면서 도시 발전에 기대가 크다. 심지어 인근 진주시가 사천과 행정통합을 제안하기도 하는 등, 주변 도시에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우주항공거점도시를 천명한 사천시는 도시 이미지를 항공우주에 맞춰 개선해 가고 있다. 최근에는 우주항공청 임시청사 주변과 선진리성, 삼천포종합운동장 일대에 설치된 현수막, 벽보 등을 정비하는가 하면 인공지능(AI)과 지능형 폐쇄회로(CC)TV 활용 현수막 탐지 기술을 도입해 불법 옥외광고물 정비·단속에 활용하는 광고물 정비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사천시의 관문에 위치한 공군 제3훈련비행단을 대상으로 '외벽 경관개선 사업'을 연말까지 완료할 예정. 단색 외벽을 우주항공 중심도시의 특색을 나타낼 수 있는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야간 경관까지 더한다.

 

사천시는 26일 시청 앞 노을광장에서 사천시민과 함께 하늘로 바다로 우주로 향하는 ‘우주항공청 개청 기념, 2024 범시민 걷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우주항공청 개청 기념 걷기대회와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 행사에는 박동식 시장을 비롯해 윤형근 시의회 의장, 도·시의원, 사천시체육회장, 시민 등 3000여 명이 참여해 시민들의 깊은 관심을 보여줬다. 

 

행사 개막식 후 출발에 앞서 우주항공청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원하는 종이비행기 날리기 퍼포먼스도 진행했는데, 박동식 사천시장의 ‘하늘로! 바다로! 우주로!’라는 구호와 함께 3000여 명의 시민이 날린 종이비행기가 '대한민국 우주항공수도 사천시의 부푼 꿈'을 상징하듯 날아올랐다.

 

 

▶우주청 개청행사-첫 국가우주위원회 "우주영토 넓히자"

https://www.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4141

 

▶첫 출근한 윤영빈 초대청장 "우주경제 강국 디딤돌되자"

https://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4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