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의 땅' 화성에도 물?
화산에서 '서리 조각' 찾았다

연구팀 "아침에 생성됐다 오후에 사라져"

화성의 올림푸스산 칼데라에서 고해상도 CaSSIS가 포착한 물 서리. / ESA

 

"태양계의 붉은 행성 화성에서 올림픽 수영장 60개 규모의 물 서리(water frost) 조각이 발견됐다."

 

적도의 화산에서 찾아낸 새로운 연구 결과가 행성 연구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불모의 땅으로 알려졌던 화성에 생명의 조건인 물이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유럽우주국 ESA와 CNN과 ABC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화성의 적도 고원에 위치한 3개의 타르시스 화산 꼭대기에서 얇지만 널리 퍼져 있는 물 서리 층이 포착되고 표면과 대기 사이에 물순환이 확인됐다. 이같이 놀라운 장면은 ESA의 Mars Express 미션에 의해 최초로 포착됐고, 관련된 화성탐사 데이터들을 분석 연구한 결과가 6월 10일 ‘네이저 지구과학(Nature Geoscience)’ 저널에 발표됐다.  

 

스위스 베른대학 등의 연구자 다수가 참여한 이 연구에 따르면 올림푸스 몬스(Olympus Mons) 분화구에서 물 서리가 아침에 형성됐다가 오후에 사라지는 현상을 발견했다. 12개의 큰 봉우리로 이루어진 타르시스 화산은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높은 지형이다. 그중 올림푸스 몬스, 아르시아 몬스(Arsia Mons), 아스크라에우스 몬스(Ascraeus Mons), 세라우니우스 톨루스(Ceraunius Tholus) 화산 정상에서 물 서리가 포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림푸스 몬스는 높이 26km로 에베레스트 산(8848m) 3개를 쌓아놓은 꼴이다. 크기는 지구 최대 화산이 하와이의 마우나 로아보다 100배 더 크다.

 

화성의 올림푸스 산 칼데라 위쪽에서 포착한 이른 아침의 물 서리. / ESA

 

이 거인의 꼭대기에 커다란 칼데라(강력한 화산 폭발 후 생긴 그릇 모양의 움푹 들어간 부분)가 자리한다. 직경 최대 121km에 달하는 칼데라 안쪽에는 특별한 미기후(microclimate)가 조성된다. 연구자들은 화성 궤도를 도는 탐사선에 장착된 카메라를 사용하여 그곳에 아침 서리가 형성되는 것을 처음으로 관찰했다.

 

“칼데라 바닥에 퇴적물이 형성되고 있지만 가장자리에도 약간의 서리가 보인다. 우리는 그것이 얼음이고 물일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아도마스 발란티나스 브라운대 연구원은 “화성은 사막 행성이지만 매우 건조한 적도 지역에도 물 서리가 있다. 이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어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에 따르면, 퇴적물의 두께가 인간 머리카락의 6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얇지만, 표면적이 넓어서 많은 양의 물이 될 수 있다. 대략적인 추정에 따르면, 얼음의 양은 약 15만t에 달하며 이는 올림픽 수영장 60개에 해당한다.

 

퇴적물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팀은 먼저 2018년부터 화성을 촬영해 온 고화질 카메라인 CaSSIS(컬러입체이미징시스템)로 촬영한 약 5000장의 이미지를 살펴보았다. CaSSIS는 ESA와 러시아 연방우주공사(Roscosmos)가 협력하여 2016년에 발사한 '엑소마스 추적가스궤도선(ETGO)'에 탑재된 장비 중 하나. 팀은 또 추적가스궤도선에 실린 분광계인 NOMAD와 또다른 우주선의 HRSC(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 장비를 사용하여 관측 내용을 검증했다.

 

인간이 화성을 개척하려면 물을 어디에서 획득할 수 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에 화성의 물 순환은 중요한 연구 분야다. 이번 연구의 주목할 만한 성과를 계기로 화성의 물 존재 여부에 대한 연구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