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건강손상, 귀환 후 곧 회복
여성이 남성보다 잘 견뎌

2021년 첫 ‘민간인 궤도 임무’ 4명 생체검사, 우주인 64명과 비교

연습 비행 동안 무중력을 경험한 ‘인스피레이션4’의 민간인 승무원들. / Inspiration4 crew John Kraus

 

태양계에서 생활하는 인간에게 지구처럼 살기 좋은 곳은 없다. 지구를 떠나 국제우주정거장(ISS) 같은 곳으로 우주 비행을 할 때 가장 염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선 안전과 건강 문제를 들 수 있다. 우주여행은 분명 건강에 영향을 줄텐데 얼마나 나쁠까? 이러한 의문은 달을 넘어 화성까지 가려는 우주비행사뿐만 아니라 우주관광 사업자에게도 중요하다.

 

우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포괄적인 조사 보고서가 공개됐다. 과학 웹사이트 '피스오알지(phys.org)' 등에 따르면, 2021년 지구 궤도에 대한 세계 최초 민간인 임무를 마친 4명의 생체검사 자료를 바탕으로 한 수십 편의 연구논문이 현지시간 6월 11일 발표됐다.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인스피레이션4(Inspiration4)' 임무로 ISS에서 사흘을 보낸 이들 4명의 검진 데이터를 64명의 다른 우주비행사와 비교한 결과다. 그 결과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 

 

전 세계 100여 개 기관의 연구자들이 조사한 결과, 인간의 신체는 우주에 도달하면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하지만 대부분 지구 귀환 후 수개월 내 정상으로 돌아왔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람들이 우주에 있을 때 혈액, 심장, 피부, 단백질, 신장, 유전자, 미토콘드리아, 텔로미어, 사이토카인 및 기타 건강 지표에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 몸은 우주에 있는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 방사선 노출, 무중력으로 인한 방향 감각 상실 등을 경험하기 때문. 그러나 건강 지표의 약 95%가 3개월 이내에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여성 우주 비행사가 우주 비행의 스트레스를 남성보다 더 잘 견디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연구 저자인 크리스토퍼 메이슨 웨일코넬 의대(뉴욕) 교수는 “여성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몸이 큰 변화에 더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다. 지금까지 우주 여행자는 700명 미만으로 표본 크기가 작다. 메이슨은 "우주비행사에 대해 가장 심층적인 조사를 통해 과학자들이 미래에 우주로 발사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어떤 약물이나 조치가 필요할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에서는 우주에서 2년 반 동안 방사선에 노출된 생쥐가 영구적인 신장 손상을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관련 연구자는 “만약 우리가 신장을 보호할 수 있는 새 방법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우주비행사가 화성에 갈 수는 있지만 돌아오는 길에 투석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충격적인 전망까지 내놨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4명의 피험자 모두가 우주에 도착했을 때 염색체 끝을 보호하는 텔로미어(telomere·末端小粒)의 길이가 극적으로 길어졌다. 그러나 그들의 텔로미어는 지구로 돌아온 지 수개월 내 모두 원래 길이에 가깝게 줄어들었다. 텔로미어의 길이는 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어서 이 부분은 노화연구에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모두 민간인으로 꾸린 인스피레이션4 팀은 2021년 9월 16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 ‘크루 드래곤 레실리언스’ 캡슐을 타고 궤도에 올라갔다. 미국의 억만장자 재러드 아이작먼(Jared Isaacman)이 좌석 4개를 모두 구입해 나머지 3석은 자신이 택한 인물로 채웠다. 그는 첫 승객이자 비행 사령관이었다. 이 임무는 수년간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들도 우주에 접근할 수 있음을, 또 우주 관광이 가까워졌음을 보여줬다.